보도자료
진화하는 사극 VS 퇴보하는 멜로…"파괴와 답습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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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닷컴 | 탁진현기자] 한국의 드라마가 진화와 퇴보의 기로에 동시에 서있다. 사극 장르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는 반면 멜로 장르는 점점 퇴보하고 있다. 사극은 새로운 장르와의 결합 등 신선한 시도로 브라운관을 점령했지만, 멜로는 '그 나물에 그밥'처럼 똑같은 구성과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 사극은 진화 중

사극의 형태는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변하고 발전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더욱 획기적이고 빠른 진화 형태를 보였다. 그 계기는 1999년 방송된 '허준'이다. 이 드라마를 계기로 왕조 중심의 전통사극 대신 상상력과 현대상이 방영된 퓨전사극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모', '주몽', '태왕사신기'처럼 현대적이거나 사극같지 않은 사극이 출연했고, 내시를 다루는 '왕과 나'처럼 독특한 소재의 사극도 등장했다. '태왕사신기'와 같이 CG, 액션과 같은 비주얼이 강조됐는가 하면 조선시대 중심이던 기존 사극에서 고구려, 심지어는 역사적 사료가 없는 고조선 시대까지 나아갔다. 이에 따라 역사적 사실보다 허구가 많이 가미되었으며 인물의 심리 묘사도 치밀해졌다.

현재 방영 중인 사극도 마찬가지다. KBS-2TV 수목드라마 '쾌도 홍길동'에서는 한복을 입은 비보이와 파마머리를 한 채 선글라스를 낀 주인공 홍길동 나온다. MBC-TV 월화드라마 '이산'은 현대인의 관점에서 인물 심리를 복잡하고 현실감있게 묘사했다. 그동안 정통사극을 표방했던 KBS도 대하사극 '대왕세종'에서 현란한 액션을 선보였다.

이렇듯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사극은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들이기 충분했다. 사극열풍이라는 말처럼 현재 브라운관은 사극이 점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주몽', '태왕사신기', '이산'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시청률에서도 사극은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멜로는 퇴보 중

1990년대까지는 사극과 현대물, 더욱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극과 멜로가 반반씩 공존했다. 하지만 사극이 브라운관을 점령하면서 현대극의 입지가 좁아지고 멜로는 빠르게 하향세를 겪었다. 멜로물 수가 급속도로 감소했다. 방영되는 멜로물 시청률도 대부분 한자리 수를 면치 못했다. 이런 경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해졌다.

톱스타가 출연해도 효과는 없었다. '헬로 애기씨'는 이지훈의 컴백작으로 관심을 모았음에도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했고, 고소영의 복귀작 '푸른 물고기'도 시청률에서 참패했다. 현대 방영 중인 멜로물도 마찬가지. 권상우, 이요원이 출연하는 KBS-2TV 월화드라마 '못된 사랑'은 시청률 한자리 수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장혁의 복귀작 SBS-TV 수목드라마 '불한당'도 점점 시청률이 하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멜로의 퇴보를 사극열풍에서 찾는다. 하지만 비단 사극의 영향만은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멜로 자체에 있다. 멜로가 사극과 달리 좀처럼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뻔한 스토리의 반복이 시청자들을 식상하게 만들었다는 평이다. 실제로 불치병, 재벌, 가난한 여주인공, 출생의 비밀은 거의 모든 멜로마다 등장했다. '못된 사랑'만 봐도 재벌가의 서자, 불륜, 비련의 여주인공 등이 그대로 나온다.

현재 '이산'에서 영조 역으로 출연하는 이순재도 이러한 경향을 사극보다는 현대물의 문제에서 찾았다. 그는 "사극 열풍은 현대물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대물의 구성과 재미가 사극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즉, 반복된 뻔한 스토리가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말이다.

◆ 뻔한 드라마! 이제 그만~

하지만 멜로는 뻔하다. 아무리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고 해도 결국은 남녀의사랑이야기다. 그리고 사랑이야기에 있어서 재벌, 불륜 등 익숙한 장치가 사용되는 것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필요악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멜로가 사극만큼의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극 역시 역사이야기라는 한계를 갖고 있는 점은 매한가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내 남자의 여자'는 멜로가 추구해야 할 방향의 좋은 예다. 이 드라마는 불륜이라는 뻔한 소재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기존의 불륜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려 참신하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러한 파격적 구성으로 시청률도 잡았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커피프린스 1호점'의 경우에도 색다른 멜로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좋은 예다. 이 드라마는 선남선녀의 멜로에서 벗어나 동성애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도입해 시청률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최근 종영한 KBS-2TV 월화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와 같은 드라마도 시청률은 낮았지만, 참신한 스토리로 호평을 얻었다.

더이상 작품성없이 톱스타만으로 승부하는 멜로는 통하지 않는다. 시청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멜로를 보는 눈도 높아졌다. 이제 시청자들은 눈 앞의 스타보다 작품성 자체를 평가하는 추세다. 멜로가 기존의 악습을 답습하지 않고, 사극처럼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한다면 예전의 전성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MBC, KBS, SBS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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