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正祖) 열풍'에 눈코 뜰 새 없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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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관리사무소 김준혁 학예사

정조 연구로 석·박사 학위 강연·저술에 영화 자문까지

조선 정조(正祖)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와 소설들이 잇달아 큰 인기를 끌자 정조가 세운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華城)도 '정조 특수(特需)'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1월 마지막 주말 이틀간 화성을 찾은 사람은 7000여명으로 작년의 3배나 된다.

이 '정조 특수'를 누리는 건 문화재만이 아니다. 수원시청 화성관리사무소 김준혁(40·사진) 학예사는 '정조 특수'로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사람이다. 대학(중앙대 사학과)에서 정조시대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요즘 밀려드는 강연 요청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지난주에도 10전투비행단 장병 200명 앞에서 정조의 군사정책에 대해 설명했고, 여성 단체와 학교에서는 정조의 개혁정책을 주제로 강연했다. 여기에 정조시대 영화를 만들겠다는 영화 제작사들의 자문 요청도 이어졌다. "제가 원래 영화계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는데, 정조 덕분에 영화 일도 해보네요."

이렇게 바쁜 가운데도 김씨는 최근 정조를 다룬 '이산 정조, 꿈의 도시 화성을 세우다'라는 책까지 펴냈다. 정조와 화성을 다룬 책으로만 다섯 권째다.

그는 대학생 시절엔 독립운동사를 전공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석사과정 때 1년간 서울대 규장각에서 연구하면서 영·정조시대에 흠뻑 빠졌다. 연구를 해갈수록 학계 동료들은 "김 선생의 정조 연구는 필연이야"라고들 이야기했다. 김씨는 수원에서 태어나 화성 성곽을 이웃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녔기 때문이다.

김씨는 최근 정조가 갑자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오늘 우리 시대의 상황과 더 큰 관련이 있다고 본다. "정조가 집권했던 18세기는 조선, 중국, 일본이 외부와 접촉하며 급변하던 시대였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도 그런 변화를 겪고 있죠. 정조에 대한 관심은 이런 변화의 시기를 헤쳐갈 지도자에 대한 궁금증과 갈망 때문이 아닐까요?"

정조가 죽은 뒤 개혁 조치는 '원위치'가 됨으로써 정조의 개혁은 실패했다는 평가가 있다. 김씨는 "정조 자신은 여론정치를 한다고 생각했지만 특정 소수 집단과 결탁한 모습을 보였고, 변화를 지속해 나갈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정조에 대한 그의 평가는 후하다. "결과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겠지만 정조는 백성을 사랑하는 국왕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에 대해 알려주는 글을 많이 쓰고 싶다는 그는 주부와 학생들이 참가하는 역사 기행 프로그램도 이끌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정조가 즉위한 뒤 했던 일을 마치 세자 때 한 것처럼 표현하는 등 오류도 있어요. 하지만 드라마들이 부른 정조 열풍이 역사에 대한 관심을 일깨운 것은 반가운 일이죠. 이를 계기로 청소년들이 정조, 화성 그리고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더 아끼고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수원=박수찬 기자 soochan@chosun.com]

200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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