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사극 '이산'에서 사도세자(이창훈)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풀렸다.
28일 방송된 39회분에서 ‘이산’은 사도세자(이창훈)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그가 남긴 그림과 서찰을 통해 풀어갔다. 실제 아버지인 영조에 의해 뒤주 속에서 아사한 사도세자의 죽음은 왕위계승권자와 국왕 사이에 일어난 가장 참담하고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다. 무엇보다 절대왕권을 휘두르는 강력한 통치군주의 모습보단 도덕적 선결성을 통해 민심을 아우르며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했던 조선 왕조의 특징을 고려했을 때 임오화변으로 불리는 사도세자의 죽음은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임은 분명했다.
드라마 ‘이산’은 실제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죽음의 단초가 됐던 평안도 여행에 드라마적 재미와 상상력을 더해 자신을 지지하던 소론계 쿠데타 계획을 무마시키고 영조를 지키기 위함이었으며 그림에 능했던 사도세자가 세손에게 남긴 그림 안에 그날의 진실과 세손의 안위를 부탁하는 서찰과 자신을 모함했던 이들의 증좌를 찾는 열쇠가 담겨진 것으로 묘사했다.
역사적 기록을 보면 드라마와 동일한 내용의 서찰이나 그림이 존재한 기록은 없지만 사도세자가 아버지 영조와의 갈등, 자신의 병세에 대한 두려움 등 개인적인 심정을 담아 장인 홍봉한에게 보냈던 서찰은 현존한다. 또 사도세자가 영조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평안도 쿠데타를 무마시키고 그 세력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다는 것은 드라마적 상상력에 가깝다.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이 기록했던 것처럼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이 서로 다른 성품에서 기인했으며 사도세자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과정이 그의 정신병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많은 역사학자들은 그보다는 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도세자는 영조의 나이 42세에 얻은 아들이었다. 또 영조의 왕위를 계승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자 효종으로보터 현종. 숙종. 경종. 영조로 이어지는 유일한 혈손이었던 만큼 세자로서의 지위는 확고부동했다. 무엇보다 예를 숭상하는 조선사회에서 아버지가 자식을 뒤주 속에 가둬죽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문제는 수수께끼로 남겨진 사도세자의 평안도 여행과 관련해 사도세자가 당시 정쟁에서 밀린 남인과 소론파가 모의한 쿠데타의 수장으로 옹립됐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역사적 기록을 보면 사도세자는 죽기 직전 영조 몰래 평안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허나 대리청정중인 세자가 석달 간이나 여행을 떠난 사실을 영조가 모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아버지의 질책을 무릅쓰고 떠난 것은 이후 발생한 사태를 어느 정도 예측한 행동임을 추측할 수 있다. 한중록에 의하면 정순왕후의 귀띔을 받은 김귀주는 즉각 이같은 사실을 담아 영조에게 밀봉한 편지를 올렸다.
당시 조선 변방을 지키는 정예군이 주준하고 있으며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곡식을 현지에서 사용하고 있던 당시 평안도는 쿠데타를 일으키기에 가장 적절한 곳이었다. 따라서 영조와의 갈등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악화일로에 있던 사도세자는 평안도 여행을 통해 쿠데타를 모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도세자가 쿠데타를 기도했다는 기록은 전해지지 않는다. 효가 최상의 덕목인 조선왕조에서 세자의 반란은 공식화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평안 감사 소론계 정휘량이 이를 저지해 잘 무마시켰다는 기록이 한중록에 남아 있다. 그러나 정조가 친히 지은 사도세자 지문에는 사도세자의 평안도 여행이 역모가 아닌 평안도 군대 상황을 시찰하기 위함으로 보기도 했다.
어쨌든 이 여행을 빌미로 사도세자를 역모로 몰아간 것은 홍계희, 김상로 등 노론일파다. 그들은 나경언을 사주해 세자 비행 10여조를 고해 바쳤고 그 안에는 평안도 여행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영조에 의해 그와 관련된 모든 기록이 불태워졌다. 나경언 역시 세자를 고변한 당일 사형이 집행돼 죽음을 맞았다. 그리고 결국 사도세자 역시 이 고변을 빌미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
영조는 사도세자를 죽이기로 결심하기 바로 전에 “정성왕후(영조의 정비이자 세자의 법적 모친)의 신령이 나에게 이르기를 변란이 호흡 사이에 달려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변란이 정확히 세자의 평안도 쿠데타를 암시한다고 할 순 없지만 이 말이 사도세자의 죽음을 암시하는 결정적인 단서임은 분명하다.
조은영 helloey@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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