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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의 화완옹주역 성현아 | TV 속에 나쁜 여자들이 넘쳐난다. MBC
아침드라마 ‘그래도 좋아’의 명지(고은미), SBS ‘황금신부’의 옥지영(최여진), MBC ‘이산’의 정순왕후(김여진)와 화완옹주(성현아)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남자 캐릭터 중 나쁜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에 비하면 ‘새발에 피’다. 악행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언제나 그녀들의
몫이다.
이들로 인해 드라마의 긴장도는 배가된다. 시청률은 이들이 앙탈을 부릴 때면 미친 듯이 올라간다. 그녀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나쁜 짓’을 일삼는다. 주변의 눈치에 미동도 않고, 비난쯤엔 웃어버리기 일쑤다. 이들의 좌우명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다. 초지일관 부도덕한 행위를 일삼고, 남의 고통을 즐기는 피학적 성향마저 엿보인다.
‘명지’는 아침마다 주부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유부남과의 사랑쯤은 일도 아니다. 감언이설로 언니의 가정을 파탄으로 치닫게 하고, 술수에 의한 악의적 기업 인수합병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벌인다. 자신 역시 그 원죄에서 헤어나지 못하지만, 굴하지 않고 악행을 이어간다.
‘옥지영’은 자기 중심적이다.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고자 그간의 순애보는 헌신짝처럼 버린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남의 약점을 충분히 이용한다. 그녀가 매회 부르짖는 ‘사랑’의
실체는 결국 ‘돈’이다. 대사 중 ‘사랑’을 ‘돈’으로 치환시키면, 그녀의 마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정순왕후’나 ‘화완옹주’는 국본의
자리쯤은 어렵지 않게 갈아칠 수 있다고 여긴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갇혀 죽게 한 이들은 그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여겨 세손 ‘이산’까지 국본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한다. 그 과정에 수많은 이들의 목숨이 스러진다. 이들은 권력에 눈이 멀어 권모술수를 그치지 않는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래도 좋아’ 게시판에 선(善)을 대표하는 효은 엄마(이효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가득하다. ‘황금신부’ 역시 주인공 이영아보다
옥지영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이산’의 정순왕후나 화완옹주를 옹호하는 이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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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신부’의 옥지영역 최여진 | 한발 물러나 생각해보면 ‘나쁜 여자들’이
당당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극중 나쁜 여자들은 어느 누구랄 것 없이 성공을 꿈꾼다. 얼마 전까지 남자의 몫이었던 성공신화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이 나쁜 여자들에 의해 전통적인 여성상은 뒤집힌다. 순종과 복종은 개나 물어가야 할 헌 가치가 되고, 여자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온몸으로 드러낸다.
이 나쁜 여자들 중 게으른 이는 없다. 고민하지 않는 이는 없다. 수동적인 이는 없다. 도전하지 않는 이는
없다. 세상을 바꾸는 중심에 스스로 서고자 한 이들이 ‘명지’ ‘옥지영’ ‘정순왕후’ ‘화완옹주’다. 결국 드라마는 ‘권선징악’의 고전적 법칙을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이들이 도전한 ‘미완의 혁명’은 여자들의 삶에 파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드라마 속 ‘나쁜 여자 신드롬’은
변화하고 있는 당대의 여성성을 증명하는 징표일 수 있다. 여성 사이트 ‘마이클럽’에서 제시한 ‘여성이 알아야 할-신악녀 10계명’도 드라마 속
그녀들과 닮았다. ▲첫째 YES라고 하기 전에 5초만 참자 ▲둘째 동료들에게 사랑받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셋째 싸움닭이 되어라 ▲넷째 부탁하지
말고 요구하라 ▲다섯째 자책하지 말라 ▲여섯째 너무 진지할 필요 없다 ▲일곱째 때때로 술수를 부려라 ▲여덟째 대가 없이 허드렛일은 하지 말라
▲아홉째 이기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라 ▲열번째 성공을 마음껏 누려라.
이들의 도전엔 비난만큼 응원의 박수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나쁜
여자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그들도 역시 승자독식이라는 독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나쁜 여자들의 도전이 남성권력이 주도해오던
승자독식에 대한 반기에 머무른다면 그 역시 퇴보일 수밖에 없다.
〈 강석봉기자 ksb@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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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좋아’의 명지역 고은미 |
200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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