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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 반전에 반전 거듭하는 한편의 추리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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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엔 조은영 기자]
정조만큼 장르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매력이 다양한 소재도
없다.
정조의 일생을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트라우마로 작용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미스터리한 죽음, 그 뒤에는 할아버지 영조를 비롯해 그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 할머니 정순왕후와 사도세자의 생모 선희궁, 친고모 화완옹주, 외할아버지 홍봉한, 정국을 장악했던 노론파 조정 신료 등 거의 전부에 가깝다 할 수 있는 이들이
관여돼 있었다.
때문에 정조는 세손 시절부터 끊임없는 암살기도에 시달렸으며 왕위에 오른 이후에도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뜻을 펼치는
과정에서 극적인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정조 자신은 물론 그의 아들과 후궁 등 가까운 주변인들의 죽음마저 독살설이 제기되는 등 여러
의혹과 숨겨진 진실 사이 이야기의 여백이 많은 인물이다. 정조와 관련된 작품들이 유독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극의 구조를 띄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MBC 월화사극 ‘이산’ 역시 60회 분량의 장편극임을 감안할 때 장르적인 특징이 드라마 전체의 색깔을 좌우하긴 힘들지만
반전을 거듭하는 추리극 형태의 묘미를 십분 발휘한 에피소드가 적지 않다.
특히 쿠데타로 암살당하는 영조(이순재)의 악몽에서 시작되는 ‘이산’의 첫 회 첫 장면은 드라마 핵심적인 모티브를 함축한 장면이다. 이후 영문
모를 불안감에 휩싸인 영조가 결국 아들인 사도세자를 분명치 않은 이유로 폐서인(廢庶人)해 뒤주에 가두는 가혹한 형벌을 내리고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를 찾은 아들 이산에게 남긴 사도세자의 화각함 그림은 비극적인 죽음에 이르게 된 사도세자의 비밀스런 행적을 밝히는 열쇠가
된다.
이것은 왕위의 오르기 전 이산(이서진)의 세손시절 부분을 다룬 드라마 초.중반부를 책임지는 핵심적인 에피소드이자 출발점이다. ‘이산’은 이산
정조가 왕위에 오르는 과정을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배후의 인물들이 하나씩 수면위로 떠오르며 진실이란 하나의 퍼즐로 맞춰지는 과정과
동일시한다.
때문에 ‘이산’은 멜로, 코믹 등 다양한 드라마적 요소들이 첨부돼 있음에도 그 중심적인 색깔은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추리극 형태를 취해 이산이 왕위 계승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에 장르적 긴장과 재미를 부여했다. 물론 60회분량의 장편극이란
특성상 장르적 밀도가 떨어지거나 비슷비슷한 에피소드가 반복되는 순간도 많았지만 ‘이산’이 이병훈 PD의 작품 중 장르적으로 다른 재미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9일 40회
방송분에서 영조(이순재 분)가 양위를 앞두고 편고증(뇌경색)으로 쓰러지며 세존 이산(이서진 분)이 왕위에 오르기 전 또 한번의 극적 반전을
남겨두고 있지만 아버지 사도세자(이창훈 분)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져 핵심적인 갈등의 어느 정도 봉합되고 나면 지금과는 또 다른 색깔의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는 ‘이산’의 새로운 2막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조은영 helloey@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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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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