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이산’ 실제 역사속 양위과정 무력충돌 벌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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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조은영 기자]
MBC 월하사극 '이산'은 사도세자(이창훈)가 남긴 그림의 독화를 통해 그의 죽음에 관한 비밀과 오해를 풀고 영조가 세손 이산(이서진)에게 양위하기까지 그 숨막히는 과정을 3주에 걸쳐 긴박하게 끌어가고 있다. 특히 세손 이산의 즉위를 반대하는 노론일파의 실질적인 우두머리인 정순왕후(김여진)를 전면에 내세워 세손과 극한 대립관계를 유발시켰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 ‘이산’은 영조가 편고증(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의식불명이 된 상황을 틈타 금군, 오군영, 금위영 등 무력을 동원해 세손을 폐위시키려는 정순왕후와 사도세자 쿠데타설의 진원지였던 평안도 군력을 이동시켜 이를 저지하려는 세손간 팽팽한 대립각을 연출했다. 물론 역모에 가까웠던 정순왕후의 이같은 대범한 도발은 혼수상태에 있던 영조가 깨어남으로서 저지됐다. 실제 역사를 살펴보면 정조가 즉위하는 과정 역시 드라마 못지 않게 매우 극적인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정순왕후를 전면에 내세워 변란에 가까운 무력 충돌을 그린 것은 ‘이산’이 드라마틱한 긴장과 재미를 부여하기 위해 극화한 측면이 많다. 역사 속에서 세손 이산에게 영조가 양위하던 과정은 드라마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 정순왕후, 세손 폐위를 진두지휘했나?
왕실과 연혼관계가 있는 탕평당 세력을 중심으로 움직였던 영조 말년 정국은 이들 외척 세력 중 홍인한 정후겸과 김귀주의 사이가 벌어지며 두세력간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82세 고령의 영조는 마침내 대리청정의 수순을 통해 세손에게 왕위 자체를 선양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이때 세손 즉위에 적극 반대하고 나선 것은 세손의 작은 아버지 홍봉한이었다. 홍봉한은 “세손은 노론이나 소론을 알 필요가 없고 이조판서나 병조판서를 누가 할 수 있는지 알 필요 없고 국사나 조사는 더 더욱 알 필요 없다”며 세손의 대리청정을 반대하는 논리를 내세웠다.

고령의 영조가 언제 세상을 떠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세손이 대리청정을 시작하는 것은 노론 입장에선 초급을 다투는 급박한 상황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왕이 승하할 경우 대리청정 중에 있는 세자나 세손이 즉위하는 것은 조선의 국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손이 대리청정을 하고 있지않은 상황이라면 왕실 최고 어른인 정순왕후가 죄인(사도세자)의 아들은 왕에 오를 수 없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세손을 폐위시키고 다른 종친을 왕위에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세손의 대리청정을 막기 위한 극한 발언들이 쏟아진 것이다.

그러나 영조는 시종일관 세손을 옹호하고 지지했다. 무엇보다 82세의 영조는 더 이상 권좌에 미련을 가질 나이도 아니다. 영조는 홍봉한의 이같은 발언이 있은 후 열흘 뒤 신하들과의 상참에 왕이 쓰는 익선관이 아닌 갓을 쓰고 나타났다. 이는 영조가 더 이상 왕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날 영조는 여러 대신의 만류에도 세손의 대리청정을 명하고 세손의 정무 처리가 익숙해지면 추가하교(양위)를 내리겠다는 전교를 문서화하려 했다.

하지만 홍봉한은 이때도 승지가 영조의 전교를 받지 못하도록 막아섰고 정후겸은 상선내관을 매수해 미리 전교를 조작해 두었다가 공표하는 술수까지 대비해 두었다고 한다.

그러나 드라마 ‘이산’에선 매병에 걸린 영조의 정신이 온전치 못한 순간, 사도세자의 아들임을 인정할 경우 세손 이산을 폐위시키겠다고 내린 전교를 정순왕후가 역이용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물론 세손의 즉위를 막는 것이 노론과 정순왕후를 비롯한 외척당의 공통된 목표이긴 했지만 드라마에서 그려진 것처럼 중전이 편전에 드는 등 모든 과정의 전면에 서서 공개적으로 일을 주도하는 것은 사실과 다른 드라마의 극적 재미를 위한 장치로 보아야 한다. 정순왕후가 세손 즉위를 막기 위해 공식적으로 행할 수 있는 선은 영조 승하 후 왕실의 어른으로 대신들이 대리청정을 하지 않은 세손에게 여러 이유를 붙여 폐위를 주청할 경우 그 뜻을 간합해 윤허하고 다른 종친을 왕위에 세우는 것이다.

#. 양위 과정에서 무력충돌은 있었나?
드라마 ‘이산’에선 노론세력의 회합을 소집한 정순왕후가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세손을 폐위시키겠다며 왕을 지키는 금군과 금위영, 오군영을 움직이자 세손 이산이 사도세자 쿠데타설의 진원지였던 평안도 군력을 이동시켜 이를 저지하려는 것으로 그려진다. 물론 드라마에선 동궁전을 지키는 익사위와 금위영의 충돌 외에 변란에 가까운 대규모 무력 총돌 직전 영조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정리됐다. 실제 역사 속에서도 영조가 세손에게 양위하는 과정 중 무력충돌 가능성이 있었을까?
실제 역사 속에서 영조는 세손 이산에게 대리청정 및 추가 양위전교를 내고자 할 때 여러 대신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임금을 호위하는 순감군을 궁 안으로 불러들여 세손에게 수점하도록 했다. 그리고 호위 무사를 대기시킨 채 대리청정을 시킨다. 무력을 동원한 영조의 위협에 한발 물러선 대신들은 익명서를 투척해 마지막까지 세손을 모함하려 했다. 이에 홍국영과의 막후 교섭을 통해 소론 준론계의 서명선이 앞장서 그들을 성토하는 상소문을 올리자 영조는 공개적으로 대신들의 잘못을 문책했다. 영조는 이같은 조치를 취한 후 3개월 만에 승하했다.

따라서 영조가 순감군을 이동시켜 대신들을 무력으로 위협한 사실은 있지만 드라마에서 그려진 것처럼 변란에 가까운 대규모 군사이동이나 충돌은 없었다.

조은영 helloey@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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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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