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이산 양위과정 '권력욕으로 일그러지는 조선왕조 군상(群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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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홍주 기자] 레임덕 현상은 집권말기의 권력 누수 상황을 설명하는 정치용어다. 조선왕조 영조에서 정조로의 정권 이양과정을 레임덕 현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다소 어폐가 있지만 이것이 불안정한 권력 구도 속에서 권력주변부 인물들의 욕망이 거칠게 표면으로 드러나는 시기라 말한다면 본질적인 의미는 대동소이 하다고 할 수 있다.

12일 방송된 MBC 월화 특별기획 '이산'(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 김근홍) 에서는 이산의 양위과정을 통해 당대 역사 속 인물들의 일그러진 욕망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과정을 그려냈다.

○ 이산 - 원칙과 복수심 사이의 갈등

먼저 노환과 매병(치매)으로 혼수상태에서 극적으로 깨어난 영조(이순재 분) 덕에 확실한 권력 승계를 약속받은 이산(이서진 분)은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자신까지 폐세손 시키려던 노론 벽파 세력을 철저하게 단죄하지 못한다. 이산은 스스로의 원리주의와 법치주의에 틀에 갇혀 괴로워하는 것. 이산은 역당으로 판명된 누구도 벌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정순왕후(김여진 분)을 찾아가 "권력의 손발이 무참히 잘려나가는 것을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복수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 정순왕후 - 모든 것을 잃은 자의 절망과 한탄

정순왕후는 영조로부터 폐서인을 명받으며 중전으로서의 모든 지위를 박탈당하고 중궁전에서 별궁으로 내쫓기는 신세가 된다. 사랑하는 영조에게 버림받고 이산에게 포박당한 정순에게는 현재로썬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정순은 그저 절망과 한탄의 눈물을 쏟아낼 뿐이다.

○ 홍국영 - 권력에 대한 거대한 야망과 좌절

이산을 지켜내는데 가장 앞장섰던 홍국영(한상진 분)은 이산의 정책에 반기를 들며 살생부를 작성해 노론 벽파의 조정대신들을 단죄하기 시작한다. 군주의 명을 어기면서 까지 노론 숙청작업을 진행하던 홍국영은 이산에게 덜미가 잡히고 결국 자신의 뜻을 굽혀야만 했다.

○ 화완옹주와 정후겸-치욕과 불타는 적개심

영조의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화완옹주(성현아 분)은 목숨만은 구제해야 하지 않겠냐며 영조에게 달려가 비굴하게 용서를 구하겠다고 나서고 정후겸(조연우 분)은 정3품에서 종6품으로 좌천되는 죽음보다 더한 굴욕을 당하며 복수의 칼을 갈게 된다.

○ 최석주 - 배신자의 오명

탁월한 정치적 판단력으로 숙청 대상에서 제외된 최석주(조경환 분)는 노론벽파, 특히 정후겸으로부터 "그렇게 혼자 살아남으니 좋으냐"는 비아냥을 듣게 되고 노론의 수장이 노론 전체를 배신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 김귀주 - 조롱의 멸시의 대상으로 전락

정순의 곁에서 이산을 제거하는데 가장 앞장섰던 정순의 오라비 김귀주(정명환 분)는 도성에서도 쫓겨나 벽지로 유배를 가게 된다. 한때 정순의 최측근으로 권력의 중심에서 누구든 배알이 틀리면 그 자리에서 개 패듯 주먹질을 일삼던 김귀주는 저잣거리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사약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닌가 불안에 떨어야 하는 신세가 돼 버린다.

○ 효의왕후 - 사랑받지 못하는 여인의 체념

효의왕후(박은혜 분)은 양위를 준비한다며 송연(한지민 분)을 불러 이산의 후궁으로 둘 계획을 세운다. 이는 자신과 이산사이에서는 원손을 볼 수 없다는 절망에서 비롯한 행동이다.

○ 영조 - 자신의 실수에 대한 상처

마지막으로 곧 죽음을 앞둔 영조는 사도세자에 대한 세초작업(사도세자가 역모를 저질렀다는 기록을 제거하는 작업)을 눈앞에서 지켜보게 된다. 아들을 죽였던 자신의 행동이 명백한 과오였음을 손자를 통해 고발되는 참담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권력의 허망함만큼 드라마 '이산' 속에서 그려지는 일그러지는 군상(群像)들 속에서 진정한 승자라 불릴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권력욕으로 일그러지는 조선왕조 군상, 드라마 '이산'중. 사진제공=MBC]

(고홍주 기자 cool@mydaily.co.kr)




200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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