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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 이병훈 감독, 오지 박혀 작품 올인 난 사극체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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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MBC 드라마 '이산'의 용인 문화동산 촬영현장.
이날 '명장' 이병훈의 카리스마는 하늘마저도 움직였다. 큐 사인을 내기 무섭게 영공 방위를 책임진 공군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선회을 시작했다.
관제탑의 명령을 받아야 할 전투기가 이병훈 감독의 손가락 하나에 행동을 개시하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애궂은 훈련 비행의
소음은 촬영장을 이내 '얼음땡'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일이 수회 반복되자, "토요일은 비행이 없다니까, 그 날 촬영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볼멘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왔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낯빛을 붉힐 만도 한데, 이병훈 감독은 여전히 웃고 있다. 오히려 훼방을 놓는 비행기
소음과 조용히 수읽기 싸움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이제 달인의 경지에 오른 것일까?
1974년 MBC '113 수사본부'로
데뷔한 이병훈 감독의 연출 공력은 30년을 훌쩍 넘겼다. '허준' '상도' '대장금' 등 최근 사극의 역사를 다시 쓴 작품들이 그의 손을 거쳐
빛을 발했다. 하지만 의외로 이감독은 1981년작 '암행어사'와 1975년작 '제3교실'을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다. 이병훈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크게 보면 74~81년 현대극, 81~90년 사극, 90~97년 현대극, 98년 이후엔 사극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병훈 감독은
"이제는 사극만 하겠다"며 "현대극은 교통 체증으로 길거리에 버리는 시간이 많다. 대신 사극은 오지에 차려진 세트에서 진행하는 만큼 작품에만
매진할 수 있어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말 구중심처에 자리잡은 촬영현장은 '이산'에만 포커스인되어
있었다. 출연자들은 촬영 중이 아니더라도 곳곳에 숨어 대사 외우기에 분주했고, 현장 스태프는 수없이 이어지는 공간이동에 촬영 기자재를 옮기느라
분주했다. 그만큼 사극에 '올인'한 사람들의 하루는 고단함의 연속이다. 하지만 피곤한 스케줄에도 '이산' 가족의 입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 모두가 이병훈 감독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 입을 모았다. 김상궁 역을 맡은 김소희는 "감독님은 스스로 연기하며 연기자를
이끈다"며 칭송했고, 홍국영 역의 한상진은 "4번의 오디션을 보고 고민 끝에 배역을 맡겼지만, 이후엔 그 이상의 믿음을 주신다"며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효의왕후 역의 박은혜는 "현실 정치와 드라마의 흐름이 궤를 같이해 놀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라며 이감독의 현실감에 혀를
내둘렀다.
이제 2라운드다. 드라마 속 홍국영의 페이드아웃은 초읽기에 들어갔고, 새로운 인물 정약용이 후반전 조커로 '이산'에
힘을 더할 생각이다. 하지만 연장방송에 발목이 잡혀 시청률 혼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산'은 당초 60회에서 76회로 연장돼 6월 초까지
방송된다.
이에 대해 이병훈 감독은 "수많은 에피소드가 준비되어 있어서, 큰 문제는 없다. 극의 긴장도를 유지하면서 드라마
완성도를 채울 자신이 있다"며 "시청자들이 사극을 통해 가족·예의·문화 같은 것을 생각했으면 한다. 또 우리의 과거를 리마인드하고, 잊혀진
역사를 현실 상황에 비춰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 용인(경기도) | 글 강석봉기자 사진 김기남기자 〉
200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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