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이 경망스럽고 촐랑거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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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희대의 사상가이고 탁월한 학자이자 경세가이던 다산이 재주풀이나 잘하는 경망스러운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다."

MBC 월화 사극 '이산'의 인기로 조선 정조시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산'은 이른바 '문예부흥기'라는 치세를 이룩한 정조 임금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다. 일반 대중들은 물론 역사학자들도 깊은 관심을 갖고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특히 역사학자들은 사극의 경우 철저한 고증을 거치지 않은 자의적인 역사 해석이나 혹은 극의 재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허구적 설정이 지나치게 난무할 경우 자칫 시청자들과 일반 대중에게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산' 또한 역사 드라마가 늘 달고 다니는 문제, 즉 역사 왜곡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모양이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최근 'TV 사극 이산을 시청하며'라는 글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산'에서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가 실제와 많이 다른 방향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

박 이사장은 이 글에서 "사극 '이산'을 시청하다보면 역사적 사실이 너무나 명확한 것들이건만 일체를 무시하고 픽션으로만 끌고 가고 있으니, 역사적 진실을 그런 사극에서라도 배우고 싶은 많은 시청자들은 어떻게 되겠느냐"라며 드라마 '이산'의 이야기 서술 방식에 비판을 가했다.

박 이사장은 '이산'에서 학자이자 사상가이고 뛰어난 기술자이던 다산과 정조와의 만남이 희화화됐고, 검서관이라고 하는 다산에 대한 호칭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산은 자신이 기록한 자서전격인 '자찬묘지명'과 뒷날 정리한 '사암연보'라는 책에 일생을 소상하게 밝혀뒀다. 우선 22세 때에 소과(小科)에 급제하여 백패를 임금으로부터 받으면서 다산과 정조는 최초의 만남이 이루진다. 그리고 28세에 문과에 급제하면서 벼슬길이 열리고, 바로 예문관 검열이라는 한림학사가 되고, 초계문신에 발탁되어 규장각을 드나들면서 정조를 보필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소한 그런 진실을 바탕으로 해서 픽션이 구성돼야지, 이상스런 창고에서 다산과 정조의 만남이 이룩되고, 검서관이라는 서출의 학자들에게 주었던 벼슬을 다산이 역임한 것으로 한다면 역사극이 너무나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지 않은가"라며 일침을 가했다.

특히 그는 "다산은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로 매우 독창적인 이론을 펴고 실천까지 했지만 아주 신중하며 겸손했다"며 "극에 보이는 경망스럽게 촐랑대는 처신을 했던 일은 없었다. 희대의 사상가이고 탁월한 학자이자 경세가이던 다산이 재주풀이나 잘하는 경망스러운 사람으로 묘사되는 일은 역사교육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도대체 다산이 어떻게 등장해 어떤 경세술을 발휘하는가를 크게 기대하던 많은 시청자들을 더 이상 우롱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의 글은 정약용에 대한 이야기로 한정돼 있지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의 문제는 '이산'의 연출자 이병훈 PD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내용이다.

이 PD는 지난 4월 열린 드라마 현장 공개에서 역사적 고증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을 보기가 겁난다"는 말을 농담처럼 한 적이 있다.

역사적 고증에 기반을 두면서도 극의 재미를 살려야 한다는 제작자의 딜레마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또 "시청자들은 정약용에 대해 관심이 많다. 시청자들이 잘생기고 멋지고 똑똑해 보이는 사람을 기대할 텐데 그런 사람을 캐스팅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정약용 역을 맡은 배우를 섭외하는데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시청자들은 사극을 다큐멘터리나 역사 스페셜로 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것임이 전제될 때는 극의 상황 설정에 대해 좀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역사 드라마가 짊어지고 가야 할 풀리지 않는 숙제인 셈이다.

/김명은기자 drama@joynews24.com

2008-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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