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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 촬영 끝낸 한지민 인터뷰 "실제 왕과의 사랑은 싫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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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동안 월화드라마의 최강자로 군림해온 MBC 사극 `이산`(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 김근홍)이 전체 77부작중 단 2회를 남겨두고 있다. 정조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 성송연 역을 맡아 열연했던 한지민은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 한단계 크게 성장했다.
특히 의빈성씨가 된 송연이 지난 2일 장결병(일종의 간암이나 간경변)에 걸려 세상을
떠나 그의 연인인 이산(이서진)뿐 아니라 많은 시청자를 슬픔에 빠지게 했다. 당시 시청자 게시판에는 “송연이를 살려주세요” “송연이 죽고나면
무슨 낙으로 보나요”와 같이 송연의 죽음을 아쉬워하는 글들로 넘쳤다. 시청자들이 송연이라는 캐릭터에 이입이 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병훈 PD는 제작발표회때 한지민을 "매우 맑고 깨끗한 외모를 지닌 배우"라는 말로 설명한 적이 있다. 남성의 보호본능을
자극할만한 자그마한 체구와 부드러우면서도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 그 슬픈 눈빛에서 흐르는 눈물 연기는 아직 시청자의 뇌리에 남아있다. 7일
마지막 촬영지로 이동하는 차안의 한지민과 전화로 인터뷰를 가졌다.
-송연은 죽고나서도 촬영을 하는가?
▶의빈은 죽었지만
정조의 환상신에서 잠깐 나온다. 단순히 회상신이면 이전에 찍어놓은 장면을 다시 돌리면 되지만 몽환적인 분위기속에서 정조가 송연이를 만나는
장면이라 새로 찍어야 한다.
-드라마를 끝내는 소감은
▶어떤 작품이든 의미가 있다. 한 작품이 끝나면 `산`을 넘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산`은 길이가 긴 드라마인데다 큰 스케일이다. 말하자만 `큰 산`이다. 또 `대장금`때보다 큰 역할이라 부담감이 컸지만
선배님들이 많아 그 산을 넘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 쟁쟁한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도 나에겐 좋은 가르침이 됐다.
-힘든 점은
없었나.
▶도화서 다모 시절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말투도 사극체가 아니고 철들지 않은 연기라 비교적 쉽게 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궐에 들어와 후궁 첩지를 받고 말투도 바뀌고 또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열병으로 죽고, 두번째 아기는 임신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등 장기간에 걸친 심경의 변화를 연기하는 점은 매우 어려웠다. 여자로서 나이들어가는 모습,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는 모습을 담는다는 점이 쉽지
않았다. 이럴때마다 견미리 선배님께서 많은 의견과 가르침을 줘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
-촬영중 실신했다는 기사도
나왔는데.
▶초반에 몸이 안좋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실신 정도는 아니고 한번 촬영을 못한 적이 있었다. 중후반에는 촬영분량의
차이가 많아 쉬는 시간도 있어 별로 힘들지 않았고 지금은 컨디션이 좋다. 나보다는 일주일에 2일은 세트 촬영, 2~3일은 야외촬영을 한 이서진
오빠가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 촬영은 어땠나?
▶연기자 노조의 파업 문제로 며칠 쉬었던
직후여서 목소리가 지나치게 생생했다. 목소리가 아픈 사람 같지 않아 그날 일부러 잠을 자지않고 뜬눈으로 지샜다. 그랬더니 다크서클도 저절로
생겼고 목소리도 약간 잠겼다.
-정조와 송연의 멜로는 `이산`을 보는 또다른 재미였다. 멜로 연기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
▶중간에 멜로가 자주 끊겨 아쉽지 않았느냐고 말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드라마 전체로 볼때 이산이 왕에 오르는 과정과
왕이 되고나서 정적들과의 대결에서 정치적 개혁을 완수해가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게 옳다고 본다.
처음에는 이산에게 `전하` 라고
부르는 것도 어색했다. 시간이 지나 송연이 가여운 상황에 처하면서는 실제 나도 많이 힘들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전하가 세손시절부터 그분에 대해 품은 연정을 연기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면서 시간이 흘러간 것 같다. 이산과 송연의 멜로는 애절했는데 현대극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독살, 역모의 위기에 시달리는 정조에게 송연은 안식처 같은 존재였다.
송연의 사랑은 오직 하나. 이산이었다.
대수의 마음을 아는 송연으로서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선배 연기자들과의 호흡은.
▶이서진 오빠는 장난끼가 가득하다.
그러나 슛에 들어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한 집중도를 보여준다. 좀 얄밉다. 그러나 평소 연기에 대해 여러가지를 말해주고 챙겨준다. 하지만 이종수
오빠가 전하보다 더 편한 상대다. 연기하면서 리액션을 받기 편했다. 마지막 궐에 들어가 애 낳는 장면 등은 견미리 선배님 지도를 많이
받았다.
-만약 실제로 왕과 연애한다면.
▶현실적이라면 말도 안된다. 중전인 효의왕후가 예뻐해주는 존재인데다, 후궁인
화빈과 같이 임신한다. 이런 게 어디 있어. 요즘 같으면 양다리다. 은근히 질투가 났다. 송연이 죽기 전 실제 송연의 묘에 가보고 싶었는데
비공개지역이라 촬영을 끝내고 나서야 갈 수 있었다. 효창공원에서 경기도 고양으로 옮겨놓았다. 송연 묘 바로 옆에 화빈도 있어 묘한 감정이
들었다.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
▶시청률이 높게 나와 시청자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촬영하는데 바빠 대중의 반응은
실감할 수 없다. 경기도 용인 촬영 현상에서 아줌마들이 "송연이다" 하고 불러주시더라.
-고전적인 `이산`과 지극히 현대적인
`연예가중계` MC를 병행하는게 어떠했는가.
▶드라마에 방해되지는 않았다. 연예가중계도 연기는 아니지만 그들과의 약속이어서 포기하지
않았다. 연예가중계 MC는 참 편하다. 나의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얌전할 것 같다. 실제 성격은.
▶매우
낙천적이다. 힘든 과정을 겪으면 그동안 배운 게 많다고 여기는 타입이다. 팬들과도 이야기 하는 것을 즐긴다. 실제 만나면 `왜 이렇게 터프해`
하는 남자들도 많다. 팬들은 화면속 나의 모습을 더 좋아하시는 것 같다.
-각오와 계획은?
▶진심으로 한 연기는 우선
내가 안다. 그런 느낌이 들때 가장 행복하다. 진실이 결여된 연기는 우선 나 자신이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진실된 연기를
하도록 노력하겠다.
이번 드라마후에는 당분간 쉴 것이다. 부모님과 함께 호주에 사는 언니 집에 여행갈 계획이다. 다음 작품은 장르나
사극, 현대물에서 어떤 것을 택할지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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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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