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PD "인간 정조와 정치이야기 조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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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산' 종영.."임금이야기는 이제 그만"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촬영하는 동안 너무 잠을 못 잤어요. 무엇보다 이제 좀 쉬면서 잠을 자고 싶네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이병훈(64) PD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힘이 넘쳤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10달 동안 MBC TV '이산'(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ㆍ김근홍)을 이끌며 강행군한 것이 다소 힘겨웠는지 휴식이 필요하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1980년대 '조선왕조실록'을 연출한 후 '허준', '상도', '대장금' 등으로 국내를 넘어 아시아 사극의 지평을 연 그가 또 한 편의 대작 '이산'의 종영을 앞두고 있다.

조선시대 정조(이서진 분)의 등극 과정과 치세를 다룬 이 드라마는 지난해 9월 14.0%의 시청률(TNS미디어코리아)로 시작한 후 2월에는 시청률 35%를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덕분에 애초 60회로 예정된 이 드라마는 두 차례 연장 끝에 16일 77회로 종영한다.

'이산'은 방송 기간 동안 최강의 월화드라마로 군림했다. 4주 먼저 방송을 시작해 시청률이 앞섰던 SBS TV '왕과 나'를 따라잡아 역전했고, 권상우 이요원 주연의 KBS 2TV '못된 사랑', '강적들', SBS TV '사랑해' 등은 '이산'의 인기에 밀려 한자릿수 시청률에 만족해야 했다.

"'조선왕조실록' 이후 전문직 종사자들을 다룬 드라마를 주로 연출했지요. '이산'은 임금을 다룬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임금의 개인적 철학과 인간관계 등을 부각시켰습니다. 이런 면에서 '이산'은 정치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임금 드라마와는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산'은 방영 초기의 긴장감과 시청률 상승세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주인공이 크고 작은 시련을 돌파해나가는 이야기 패턴이 반복되면서 일부 시청자들은 등을 돌렸고, 결국 중반 이후 스토리에 힘이 떨어지면서 시청률이 20% 대로 내려앉기도 했다.

"임금의 인간적인 측면과 정치 이야기를 적절하게 조화하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때는 인간적인 면이 부각됐고, 어느 때는 정치적인 이야기에 치중됐지요. 또 드라마적인 재미를 살리기 위해 고증을 무시한 부분이 있었던 점도 아쉬웠습니다. 정순왕후가 쿠데타를 일으킨다거나 정순왕후가 의금부에 투옥된 부분 등에서는 고증을 어겼지요."

이어 "정조의 업적을 그냥 전하기보다는 드라마틱한 사건과 엮어서 보여주려 했는데 무척 어려웠다"며 "정조 시대의 기록이 많다 보니 작가의 상상력이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적었다"고 덧붙였다.

정조의 치세가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고, 정조와 성송연(한지민 분)의 멜로가 다른 사건에 묻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드라마라고 멜로만 나와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만 다뤄져서도 안 되지요. 조화와 배분이 필요한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그게 미흡했어요. 정조가 전체 분량의 3분의 2되는 지점에서 왕이 됐는데 그 후 극적 긴장감이 떨어졌습니다. 결국 이런 점이 시청률 40%를 돌파하는데 걸림돌이 됐어요."

드라마의 결말과 관련해서는 "지나치게 비극적이지 않은 수준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할 것"이라며 "정조는 독살되는 게 아니라 병사(病死)하는 것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조의 죽음에 대해서는 정순왕후의 독살설 등 역사적으로 여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촬영과 관련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육체적인 고통이 아닌 제작비 문제를 지적했다.

"예전에 비해 전체 제작비에서 차지하는 출연료의 비중이 너무 높습니다. 남은 제작비로 긴축을 하며 촬영을 하느라 정말 힘들었지요."

이어 차기작에 대해 "이제 임금 이야기는 그만 하려 한다"며 "중인이나 상인 등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뤄볼 생각이다. 구체적인 구상은 아직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cool@yna.co.kr

200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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