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정조 화성원행이 ‘이산’ 대미 장식하게 된 이유 |
|
|
| 조회: |
[뉴스엔 조은영 기자]
3일 방송된 MBC 월화사극
'이산' 75회 방영분에서 정조(이서진)는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견미리)을 모시고 선왕인 영조의 둘째왕자로 세자에 책봉됐으나 당쟁에 휘말려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뒤주 속에서 생을 마감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침이 있는 수원 화산 원행길에 나선다. 강력해진 왕권을 바탕으로 당쟁에 의한
당파정치 근절과 강력한 왕도정치의 실현을 위해 수도를 천도하고자 하는 정조의 뜻에 위협을 느낀 노론 일파는 원행길에 나선 정조를 향해 마지막
칼을 뽑아들었다.
정조의 화성 원행과 노론 일파의 마지막 암살 기도가 77회로 종영되는 월화사극 ‘이산’의 대미를 장식하게 되는
것이다. 조선 후기 르네상스를 이끈 개혁군주 정조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이산’이 정조의 화성 원행을 마지막 에피소드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정조는 고모부인 박명원이 당쟁에 휘말려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뒤주 속에서 생을 마감한 사도세자의 묘를 보고 그
참혹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음을 정조에게 알리자 양주 배봉산에서 조선 최대의 명당인 수원의 화산으로 묘를 옮기고 화산부근에 있던 관아를 수원의
팔달산 아래 지금의 위치로 옮기면서 화성을 축조했다.
즉 수원화성은 사도세자에 대한 정조의 효심이 축성의 근본이며 자애로운 아버지
군주라는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정치적 이벤트였다. 무엇보다 수원화성은 정조실록에 “호위를 엄하게 하려는 것도 아니요, 변란을 막기 위한 것도
아니다. 여기에는 나의 깊은 뜻이 있다. 장차 내 뜻이 성취되는 날이 올 것이다”라는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한양을 대체할 새로운 도읍을 수원에
세우고 그곳을 거점으로 당쟁에 의한 당파정치 근절과 강력한 왕도정치의 실현을 위한 정조의 원대한 정치적 포부가 담긴 정치구상의 중심지였다.
다시 말해 정조의 싱크탱크로 문화적 황금시대를 꽃피우게 한 원동력이 됐던 규장각 설치와 국정 수행과정의 안정성 보장을 위해
군권력의 기반이 될 근위부대 장용영 창설이 정조의 개혁 정책에 밑거름이 됐다면 수원화성은 그 꿈을 완성하게 되는 집약체와 같은 곳이다.
때문에 정조의 화성 원행은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함의를 담고 있다. 일차적으로 정조에게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은 평생 짊어진
가슴 속 한이었으며 세손시절 및 집권초기 권좌를 위협당할 만큼 정치적 한계로 작용했던 탓에 친위세력 육성과 왕권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껴왔다.
사도세자의 헌릉원과 자신의 근위부대인 장용영을 하나로 묶는 화성 원행이 단순한 성묘의 수준을 넘는 것으로 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수많은 병력과 인원이 동원되고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왕의 행차는 국가적으로 매우 큰 행사다. 정조의 화성 원행은 왕실의 권위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합법적인 행사로 왕이 군수권과 재정권을 완전히 장악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려운 행사다.
실제 정조는 사망하기
전까지 무려 12 차례나 헌릉원을 찾았는데 능행 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백성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왕실에 대한 권위 인정과
충성도를 높이는 한편 능행 중에 현지에서 실시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통해 사도세자 죽음과 무관하지 않았던 정치적 적대세력에게 무언의 압력과 위협을
줌으로써 새로운 정치 개혁의 기반을 다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끌어냈다.
특히 월화사극 ‘이산’에서 그려진 것처럼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사갑을 기념하고 효와 우애를 위한 통치라는 정조의 이미지 메이킹에 지원 사격을 나선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축하하기 위해 오른
을묘원행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조는 을묘원행을 통해 수구세력을 제압하고 왕권을 더욱 확고히 하여 개혁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했다. 개혁군주 정조의 원대한 이상, 화성 천도를 주장하는 개혁파와 한양 잔류를 주장하는 수구파의 날카롭게 대립, 규장각, 장용영을
바탕으로 기반을 닦아온 정조의 정치기반이 화려한 위용을 들어내는 정점을 보여주는 을묘원행이 정조의 일대기를 그린 ‘이산’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다.
조은영 helloey@newsen.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손에 잡히는 뉴스, 눈에 보이는 뉴스(www.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08-06-08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