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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영하는 ‘이산’ , 의미와 아쉬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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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극 ‘이산’의 종방연이 10일 저녁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성황리에 치러졌다. 당초 60회로 예정된 이 드라마는 두 차례 연장 끝에 16일 77회로 종영을 앞두고 있다.
엄기영 MBC 사장이
“사장에 취임한 뒤 ‘이산’이 있어 편안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이산’은 상반기 최고의 인기 드라마였다. 내시를 소재로 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기존 강자 SBS ‘왕과 나’를 무력화시킨 후 9개월 동안 타 방송 월화극의 도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산’은
과거 소재로 자주 등장시켰던 임금을 다룬 사극이긴 해도 권력투쟁만이 아닌 임금의 개인적 철학과 인간관계를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기존 임금
드라마와는 차별된다.
형식적으로는 정적들의 계략을 딛고 왕이 되어 정치적 개혁을 완수해나가는 정조의 ‘석세스 스토리’다. 하지만
임금의 성공하는 이야기를 드라마로 그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상도’ ‘허준’ ‘대장금’ 등 중인층이 피나는 노력을 통해 성공하는
이병훈PD의 전작들과 달리 임금이라는 존재는 세손시절은 2인자요, 왕위에 오르면 1인자가 되버리는 등 성공이 예견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드라마적 재미를 위해 영조의 혹독한 시험과정과 노론 벽파라는 정적의 심한 견제라는 두 가지 장치를
활용했다. 초반 세손시절 영조로부터 받은 이산의 시련과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은 영조 역의 이순재의 호연에 힘입어 큰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영조시대가 길어져 암살 음모-위기상황-극복의 패턴이 반복되면서 시청자의 외면을 받기도 했고, 무엇보다 정조가
즉위하자 긴장감이 크게 떨어졌다. 세손 시절 이산을 괴롭혔던 노론 세력들은 절대군주가 된 이산(정조)의 게임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선수’를
바꿀 필요성이 생겼다.
제작진은 이산의 세손 시절 갈등의 공신인 정후겸(조연우)을 퇴장시키고 노론의 실무책임자인 이판
최석주(조경환)를 ‘정치 코디네이터’로 활용하며, 욕망의 화신인 홍국영(한상진)이라는 캐릭터까지 투입해 이 상황을 일정 부분 극복했다. 하지만
갈등을 전개시키는 과정에서 노론 벽파의 수장인 정순왕후(김여진)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두 차례나 의금부에 투옥되는 등 고증을 어긴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산’은 괴퍅하고 늙은 왕으로 묘사되온 영조를 박학다식하고 총명한 사람으로 재해석한 점과 정조의
인간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11살때 만나 우정을 나누는 송연(한지민), 대수(이종수) 등 실제 있을 수 없는 임금의 사적인 동무 얘기를
담아 동화적이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그린 점 등은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제작진은 종반 잠깐 등장한 정약용(송창의)을 엄숙하고
진지한 학자가 아니라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으로 그리는 여유까지 부렸다. 송연의 직업을 도화서 다모로 설정해 조선시대 그림을 담당하던 도화서를
새롭게 선보였다는 점도 시각적인 즐거움과 함께 드라마를 차별화키기는 역할을 했다.
이병훈PD는 “정조의 인간적인 측면과 정치
이야기를 조화시키려고 했다”면서 “정조의 업적은 양념으로 처리됐다는 의견도 있지만 정조의 많은 치적, 예컨대 탕평책 화성축조 등을 드라마로
보여주는 것은 결코 쉽지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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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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