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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산’ 한지민,9개월동안 한번도 웃음 잃어본 적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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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사극 ‘이산’(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김근홍)이 전체 77부
중 마지막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3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9개월간 상반기 최고의 드라마로 군림해온 ‘이산’은 배우들도 성장케
했다.
이서진은 고뇌하는 정조(이산)를 잘 그려내 최고의 스타로 탄생했다. 이 드라마 최고의 수혜자는 선악 개념을 극복한 욕망의
캐릭터 홍국영을 연기한 한상진일 것이다. 하지만 정조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 성송연 역을 맡아 열연했던 한지민(25)도 안정된 연기력으로 호흡이
긴 드라마를 소화해내 배우로서 큰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다.
특히 의빈성씨가 된 송연이 장결병(간암이나 간경변)에 걸려 죽는
장면에서는 이산뿐 아니라 많은 시청자를 깊은 슬픔에 빠지게 했다.
성송연은 이병훈 PD의 전작 중 하나인 ‘대장금’의 자기중심적이고
주체적인 장금에 비해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지만 한지민이 순수하고 순진무구한 이미지를 잘 녹여내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한지민은 2003년 인기 드라마 ‘올인’에서 송혜교의 아역으로 데뷔한 후 ‘대장금’ ‘부활’ ‘늑대’ ‘무적의 낙하산요원’
‘경성스캔들’과 공포영화 ‘해부학교실’ 등 작품마다 크게 눈에 띄지는 않는 듯하면서도 차근차근 내공을 다져나갔다.
한지민은 매우
맑고 깨끗한 외모를 지닌 배우다. 부드러우면서도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 깨끗한 미소와 맑은 눈빛은 남성의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자그마한 체구의
큰 눈에서 흐르는 눈물 연기는 아직 시청자의 뇌리에 남아 있다.
거의 1년간 한지민과 작업한 ‘이산’의 이병훈 PD에게 한지민에
대해 물어봤다. 연기와 인간적인 부분, 두 가지를 얘기했다.
“감성적인 연기자다. 희로애락을 표현하는데 지나칠 정도로 몰입을
잘한다. 송연은 평생 왕을 사랑하는 여자다. 지적이고 도발적인 느낌보다는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느낌이 필요한 캐릭터다. 한지민은 이런 송연의
이미지를 100% 살려줬다.”
이 PD는 한지민이 촬영 시작부터 끝나는 날까지 한번도 웃음을 잃은 적이 없음도 강조했다. 한지민
덕분에 ‘이산’팀의 분위기가 살아날 정도였다고 한다. 신인 연기자, 나이 어린 스태프에게는 누나고 언니였으며 선배들에게는 귀여운 여동생이 됐다.
‘이산’ 촬영장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가 바로 한지민이다.
한지민을 만나보면 반듯하고 예의범절이 바른 젊은 여성이라는 점을
금세 알 수 있다. 인터뷰 하는 것 하나만 봐도 매사 열심이며 긍정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라는 점이 유추됐다.
“만약 제게 예의 바른
모습이 조금이라도 비쳐졌다면 어릴 때부터 조부모와 함께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할머니와 함께했던 서울 흑석동에 사는 한지민은 조부모와
함께 살아서인지 노인 문제에 관심이 많아 전공도 사회사업학(서울여대)을 택했을 정도다.
한지민에게 이번 드라마를 끝낸 소감이 궁금했다.
“어떤
작품이든 의미가 있다. 한 작품이 끝나면 ‘산’을 하나 넘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산’은 길이가 긴 드라마인데다 큰 스케일이다. 말하자면 ‘큰
산’이다. ‘대장금’ 때보다 큰 역할이라 부담감이 컸지만 선배님들이 많아 그 산을 넘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 쟁쟁한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도 나에겐 좋은 공부가 됐다.”
‘이산’이라는 드라마가 한지민에게는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연속되는 촬영 일정에 부담감이
작용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촬영 중 실신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본인은 애써 실신 정도는 아니고 촬영 한 번 빠진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지만 힘든
과정이 적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송연이 죽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마침 연기자 노조의 파업 문제로 며칠 쉬었던 직후여서 목소리가
지나치게 생생한 게 문제였다. 그래서 전날 일부러 잠을 자지 않고 뜬눈으로 지새웠다. 그랬더니 다크서클도 저절로 생겼고 목소리도 잠겼다고 옆에
있던 매니저가 알려줬다. 연기하는 데 또 다른 어려움이 없었는지 한지민에게 물어봤다.
“도화서 다모 시절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말투도 사극체가 아니고 철들지 않은 연기라 쉽게 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궐에 들어와 후궁 첩지를 받고 말투도 바뀌고 또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열병으로 죽고, 두 번째 아기는 회임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등 장기간에 걸친 심경의 변화를 연기하는 점은 매우 어려웠다. 여자로서
나이 들어가는 모습,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는 모습을 담는다는 점이 쉽지 않았다. 이럴 때마다 견미리 선생님께서 많은 의견과 가르침을 줘 극복할 수
있었다.”
정조와 송연의 멜로는 ‘이산’을 보는 또 다른 재미였다. ‘이산’은 정적들의 계략을 딛고 왕이 되어 정치적 개혁을 완수해
나가는 정조의 ‘석세스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멜로 부분은 또 다른 묘미를 주었다. 중간에 멜로가 자주 끊겨 아쉽기도 했지만, 정조와 송연은
손만 잡아도 멜로는 불타올랐다. 현대 멜로극에서 남녀의 노골적인 사랑을 표현하는 것 이상의 느낌을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이산에게
‘전하’ 라고 부르는 것도 어색했다. 시간이 지나 송연이 가여운 상황에 처하면서는 실제 나도 많이 힘들었다. 전하의 세손시절부터 그분에 대해
품은 연정을 연기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면서 시간이 흘러간 것 같다. 이산과 송연의 멜로는 애절했는데 현대극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독살,
역모의 위기에 시달리는 정조에게 송연은 안식처 같은 존재였다. 송연의 사랑은 오직 하나. 이산이었다. 대수의 마음을 아는 송연으로서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만약 실제로 왕과 연애한다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는 “현실적이라면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뛴다. 차분하고 얌전하게
인터뷰하던 그녀가 이 대목에서는 가장 열을 올렸다.
“송연은 중전인 효의왕후가 예뻐해 주는 존재인데다, 후궁인 화빈과 같이
임신한다. 이런 게 어디 있나. 요즘 같으면 양다리다. 은근히 질투가 났다. 실제 경기도 고양에 있는 송연 묘에 가봤는데, 송연 묘 바로 옆에
화빈도 있어 묘한 감정이 들었다.”
한지민을 보면 누구나 얌전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성격은 낙천적 면모가 강하다.
팬들과도 이야기 하는 것을 즐긴다. 실제 그녀를 만나보면 “왜 이렇게 터프해”라고 말하는 남자들도 많다. 한지민은 “팬들은 화면 속 나의 모습을
더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한지민은 그동안 촬영하는데 바빠 인기를 실감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시청률이 높게 나와
시청자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한다. 헤어지면서 한지민에게 연기에 임하는 각오를 말해 달라고 했다.
“진심으로 한 연기는 우선
내가 안다. 그런 느낌이 들 때 가장 행복하다. 진실이 결여된 연기는 우선 나 자신이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진실된 연기를
하도록 노력하겠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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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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