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만든 일등공신 ‘킹메이커 홍국영’ 그가 있기에...(종영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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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선지 기자]

“개를 따라다니면 측간을 가고 범을 따라다니면 숲을 얻기 마련입니다. 제가 측간을 가게 될지, 숲을 얻게 될진 따져봐야지요.” (11회)

“자주 옮겨 심는 나무는 잘 자라지 않습니다. 작정하고 터를 잡았으면 그 자리에 뿌릴 내려야지요” (14회)

“자고로 친구를 가까이하되 적은.....더 가까이 하란 말이 있지요” (16회)

MBC 월화드라마 '이산'속 정조(이서진 분)의 든든한 오른팔이자 최고의 지략가였던 홍국영(한상진 분)의 어록들이다. 홍국영은 극 초반 노론벽파 일당에게 맥을 못추던 정조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속시원히 뚫어줬던 인물. 정적 정후겸(조연우 분)에게 던지는 그의 호기로우면서로 능글맞은 대사들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대하사극 '이산'이 자칫 뻔한 대립구도로 갈수 있는 청렴한 미래의 개혁군주 정조와 부패한 권문세족의 대결을 흥미롭게 풀어낼 수 있었던 데는 홍국영이란 인물의 활약이 컸다. 홍국영은 미관말직에서 일약 정조의 책사로 등용되며 천신만고 끝에 정조를 권좌에 올려놓았고 이후 정3품 도승지와 숙위대장을 겸하며 문관직과 무관직을 다 장악하는 최고의 권세를 누렸다. 정조의 세손시절부터 온몸을 바쳐 그의 어좌행보에 힘을 실었던 홍국영은 범을 따라다니다 숲을 얻고 척박한 땅에서 과수를 일궈낸 조선시대 최고의 행운아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욕심이 나무에 열린 열매를 따먹는 데만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열매를 바란다는데 있었다. 홍국영은 정조의 충신에서 권세에 집착하는 야심가로 변모해갔고 극 ‘이산’은 홍국영의 타락을 그의 누이동생 원빈홍씨(지성원 분)가 정조의 후궁으로 입궐하는 시점으로부터 설정했다. 홍국영은 누이동생을 지키기 위해 왕실을 속이는 대역죄를 범했고 뻔히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노론세력을 견제한다는 명목으로 정순왕후(김여진 분)와 손을 잡았다. 충심과 야심 사이에서 길을 잃고만 홍국영은 결국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효의왕후(박은혜 분)를 독살하려는 음모까지 계획하다 모든 사실이 발각돼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처럼 ‘이산’속 홍국영은 극 초.중반 부에는 영민한 머리와 뛰어난 위기대처 능력, 거침없는 언변이 돋보이는 정조의 킹메이커로, 극 말미엔 자기 꾀와 욕심에 걸려들고만 비운의 세도정치가로 그려지며 시청자들에게 한 인간의 흥망성쇠를 여실히 보여줬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홍국영이란 캐릭터의 매력이 반감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분법적 선악구도가 명확한 ‘이산’속에서 개인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낸 가장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였던 점만은 분명하다.

또 홍국영을 그려낸 배우 한상진은 극중 캐릭터처럼 극 ‘이산’이란 범을 쫓다 시청자들의 지대한 관심과 사랑이라는 숲을 얻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오랜 무명시절 끝에 지난해 MBC '하얀거탑’에서 외과과장 장준혁을 추종하는 인물 의국장 박건하를 연기하며 얼굴을 알린 그는 ’이산’을 통해 연기생활의 전환점을 맞았다. 비록 극중 2인자를 연기했지만 1인자 못지않은 인기를 얻으며 연기생활의 토대에 한그루 과수를 일궈낸 것.

홍국영은 정조의 킹메이커이자 극 ‘이산’의 인기메이커였을 뿐 아니라 배우 한상진에겐 인생의 성공메이커가 됐다. ‘이산’을 통해 확실히 터를 잡은 그의 연기나무에 앞으로 수많은 열매와 꽃향기가 가득하길 기대해본다.

박선지 sunsia@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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