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악역열전 있어 더욱 빛났다(종영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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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서보현 기자]

16일 마지막회 77회를 끝으로 종영하는 MBC 대하사극 '이산'(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 김근홍)은 9개월간의 긴 여정만큼 많은 인물과 볼거리를 제시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이산’의 악역들. 그들은 주인공 이산(이서진 분)을 끊임없이 압박하며 암살하려 해 원성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오히려 시청자들의 연기호평과 함께 박수를 받았다. 악역의 새로운 지평을 연 셈이다.

★정조암살설 유력한 용의자 정순왕후

‘이산’의 최고 악역을 꼽으라면 정순왕후(김여진 분)를 꼽을 수 있다. 정순왕후는 15살 어린 나이로 66살인 영조과 혼인한 인물. 그녀는 이산의 아버지 사도세자(이창훈 분)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녀는 사도세자 뿐 아니라 화완옹주(성현아 분) 최석주(조경환 분)와 손을 잡고 이산을 암살하려는데 앞장섰다.

철두철미하고 간교한 연기로 영조(이순재 분)는 물론 이산까지 감쪽같이 속였던 정순왕후는 훗날 죄가 들통 나지만 그녀를 안타깝게 여긴 영조의 배려로 목숨만은 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영조가 아픈 틈을 타 다시 이산을 처치하려고 해 평생 정조와 대립관계에 놓이게 됐다.

이산이 왕위에 오른 후에도 끊임없이 정조 암살시도를 하려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정순왕후가 매번 극적으로 목숨을 구하면서 그녀의 칼날은 아직 날이 서있는 상황이다. 실제 역사에서도 정순왕후는 정조암살설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돼 정조와 대립관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친오빠에 이어 조카까지, 피도 눈물도 없는 화완옹주

영조의 총애를 받으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화완옹주는 정순왕후와 더불어 사도세자 죽음과 세손폐위에 앞장섰다. 자신의 야욕을 위해 피붙이였던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조카인 이산까지 제거하려고 했던 매몰찬 인물.

화완옹주는 남편이 죽자 정후겸(조연우 분)을 양자로 삼고 각종 계략을 써 이산 대신 양자 정후겸을 왕위에 올리려고 한다. 애초 정순왕후와 뜻을 함께 했지만 점차 두 사람의 길이 나뉘면서 화완의 악역연기는 더 빛을 발하게 됐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보를 바꾸는 모습이 현실감있게 그려졌던 것. 결국 정순왕후와 등을 진 화완은 죗값으로 귀향길에 오르며 극에서 중도 하차했다.

★정조의 숙적 정후겸

정후겸은 어린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고 초고속 승차를 해 영조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다. 또 화완옹주의 양자가 돼 능력은 물론 권세까지 업게 됐다. 이런 정후겸에게 남아있는 목표는 이산을 물리치고 자신이 왕위에 오르는 것. 정순왕후와 화완옹주가 뒤에서 이산과 싸웠다면 정후겸은 이산과 정면승부를 한 셈이다.

뛰어난 계략가인 정후겸은 이산의 측근 홍국영과 시시때때로 갈등을 빚으며 그 실체를 드러냈다. 총으로 세손을 암살하려고 하는가 하면 이산에게 누명을 씌워 노론세력은 물론 유생들에게 세손의 자격이 없다는 인식을 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결국 죄가 드러나 죽음을 맞으면서 그가 왕위에 오르려고 했던 것은 일순간의 꿈이 됐다.

★정순왕후의 충신 최석주

노론세력의 지도자인 최석주는 정순왕후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으며 자신의 세력을 지키는 인물이다. 정순왕후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다할 것 같았던 최석주는 결정적인 순간에 정도를 지켜 노론수장의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화완옹주와 정순왕후가 세손을 파하려하고 역모를 일으켰을 때 세손의 곁에 있으며 반란에 참여하지 않아 나머지 사람들이 처형을 당할 때 끝까지 조정에 남을 수 있었던 것. 이런 면에서 최석주는 ‘이산’의 악역들 중 가장 융통성있게 행동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최석주는 박쥐라는 비난도 받았지만 결국 정순왕후를 택했다. 그는 정순왕후와 함께 정조 암살시도를 해 결국 각종 고문과 참수형을 받았다. 하지만 노론세력의 존속을 위해 끝까지 정순왕후의 이름을 발설하지 않아 노론과 정순왕후를 향한 그의 마음이 드러났다.

이 밖에도 ‘이산’ 악역에는 정순왕후의 친오빠로 폭약을 터뜨려 세손을 해하려한 김귀주(정명환 분)와 세손의 작은 외조부인 홍인한(나성균 분) 장태우의 수하였던 민주식(정호근 분) 등이 있다. 이중 특히 홍인한은 혜경궁 홍씨의 숙부로 자신의 출세를 위해 사도세자를 죽이는데 앞장서고 폐세손을 주도하는 등 몰지각한 모습을 보여 원성을 들었다.

‘이산’에는 극과 극으로 선인과 악인이 구별됐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아 극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산’의 악역들은 비록 악한 행동을 하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미워할 수 없는 악인들’이라는 평을 받았다.

서보현 zmsdodch@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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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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