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주상회 2대째 여주인. 걸걸하고 모질다. 심술 맞게 보이기도 하지만, 시장통에서 사십년을 거상으 로 포목점 운영을 하며 살다보니, 자연 거칠어진 면이 있다. 독일에 간호보조사로 가려던 꿈을 접고, 시어머니에게 돈으로 팔리듯 시집 와 천하의 바람둥이 남편과의 사이에서 김영철과 유복자 세실을 낳았다. 시어머니에게 머리채 잡혀가며, 회초리로 맞아가며 통주상회 운영하는 법을 배웠고. 그대로 장한나를 데려와 통주상회 여주인으로 교육시킨다. 그것이 김씨 집안의 며느리로서 자신의 의무이며, 자신의 스승이자 그래도 마음의 안식처였던 돌아가신 시어머니에 대한 보은이라 믿는다. 시어머니가 살아계시던 시절에는, 전국을 사분하던 포목점 통주였는데, 이 제 시대가 변해서일까? 쇠락해가는 포목점이 영 자신의 실책인 것 같아 언짢다. 게다 자신의 전철을 밟고 있는 며느리 한나를 보면, 짠하다가도 ‘저 미련퉁 이, 나는 남편이 일찍 죽어 그렇지. 살아있는 남편 마음 하나 못 휘어잡나’ 화도 나고 밉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믿음직한 며느리보다는 아들이 더 귀해 자신의 욕심으로 내내 독방살이하며 아내를 누나 대하듯 하는 아들에게도 미안한 마음 이다. 한나가 하늘이를 갖기 직전, 아들을 위해 두 눈 딱 감고 며느리에게 한 밑 천 때어주고 이혼을 시킬까도 생각해봤다. 그러다 천금같은 하늘이가 태어 났다. 모질고 걸걸한 여장부답지 않게 하늘에게는 지극하다. 덮어놓고 감싸며, 두 손녀들과는 하늘과 땅처럼 차별한다. 하늘이만은, 내 남편 같지 않고, 내 아 들 같지 않게 통주상회 후계자로 잘 키워야지, 지극정성을 다한다. 김영철의 여동생. 겁 많고 여성스럽고 여리여리한 것 같지만, 속은 영악하다. 문현이 겉똑똑이라면, 세실은 뺀질뺀질 거리면서도 제 몫 다 찾아 먹는 야무진 성격이다. 원래부터 여성스러웠다기보다는 어머니 송옥희 여사처럼, 올케 장한나처럼 살기 싫어서 자신의 여성스러움을 개발했다고 봐야겠다. 전문의 자격을 못 따고, 거산병원에서 만년 레지던트로 일하고 있다. 여상에 진학해 오빠 대신, 새언니와 함께 통주상회 일을 배우라는 어머니의 말에 질겁해 미친 듯이 공부했다. 까닥하면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한복입고 통주상회에 나앉아 올케처럼 어머 니 밑에서 줄자 들고 천이나 주무르고, 장부 보며 계산기 두드리고 살 것 같아 두려웠다. 공부가 적성에 맞는지, 의사가 되고 싶은지 잘 살펴보지도 않고 간호조무사로 독일 가려다 주저앉은 어머니의 회한을 건드려, 그저 통 주상회에 발목 안 잡히겠다는 일념으로 의대에 진학했다. 피를 보는 것이 두렵다. 속이 울렁이고 기절할 것 같다. 수술실에 들어가면 바들바들 떠는 겁 많은 성격 때문에 담당 책임 교수에게 전과하라는 압력도 숫하게 받았다. 그래도 다부진 성격으로 버티고, 어찌어찌 거산병원에 레지던트로 들어간다. 평상시에도 존경했고, 흠모했던 유진. 유진에게 자신의 입장을 눈물로 읍소한 VCR테잎을 보냈고, 유진이의 구제로 가정의학과 레지던트로 그의 일을 돕는다. 웃음 많고, 요란스럽고, 정도 많고, 화끈한 여자.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세월의 반이 상처다. 송옥희가 다니던 절에서 자란 고아. 주지스님의 부탁을 받은 송옥희가 자신의 밑으로 거둬, 통주상회로 데려온다. 송옥희의 잔심부름도 하고, 부엌일도 하고 서럽게 자란다. 자신을 여동생처럼 아껴주는 장한나의 사랑이 없었다면 어디 대포집 주모로 나 풀렸을지도 모르겠다. 장한나를 친언니처럼 따르며, 그녀를 위해서라면 대신 죽을 수도 있다 싶게 돌본다. 송옥희의 권유로 지방에서 자그마하게 포목점 하는 남자에게 시집갔지만, 팔자 사나워 이태 만에 소박맞고, 갈 데 없이 대포집을 떠돌다 장한나의 손에 이끌려 다시 통주상회로 돌아왔다. 삶의 신맛, 쓴맛 다 봤지만 그래도 생을 사랑하고, 넉넉한 품으로 주위를 감싼다. 아무리 긍정적인 성격이라 하나, 인생에 회한은 있는 법. 생이 쓸쓸하고 자 신이 천지간에 달랑 떨어진 도토리 한 알 같이 느껴질 때면 광장시장에서 소주병을 깐다. 하긴, 그냥 길을 지나가기도 어렵다. 시장의 중 늙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스타라, 술 한 잔 받고 노래 한 자락 불러주고 가라고 어찌나 치마폭을 늘 어지게 잡는지.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할머니, 할아버지들 어깨도 주물러 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술도 따라 드리고. 화장실 간 가게 주인 대신해 전 도 지져주며, 손님 대접도 하고.. 얻어 마신 술로 얼큰하게 취하면 청계천변 물가에 가 찬물에 발 담그고 운다. 고아인 자기 신세도 아프고, 전남편에게 맞은 상처가 가슴에 박혀 서럽게 운다. 그러다 문호를 만난다. 월요일, 수요일. 일주일에 두 번 꼬박 나타나 꼭, 소주 반병씩 비우고 가는 문씨. 신천지의 후계자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그저 소주 친구로 사귀다, 등산친구가 되고...그러다 사랑이 깊어진다. 김영철과 장한나의 맏딸. 한국대학 일학년 학생. 잘 토라지기는 하지만 예쁘고, 어른들 말도 잘 듣고, 애교스럽다. 헌데 가끔씩 ‘억!’ 소리 나게 대형사고를 친다. 학교에 든 적금 타서 부모 몰래 눈가에 애교살 찝는 성형수술을하고 들 어와 식구들을 기함시키기도 하고. 그 옛날 문희가 그랬듯이 가출소동까지 벌인다. 어른들 말 잘 듣는 것치고는 공부는 잘 못해, 무용학과에 진학했다. 체육복 하나를 입어도 패셔너블한 것으로 입고, 학교 체육복을 입어야 한다 면 장식이라도 꼭 아플리케로 수놓는다. 발리댄스와 요가지도를 하는 강사님 심부름으로, 신천지 백화점 문화센터에 들락거리다 문희의 비밀을 알게 된다. 김영철과 장한나의 둘째 딸. 고등학교 일학년으로 합기도에 절권도에, 태권도까지 못하는 것이 없다. 태권도로 청소년 대표 특기생이다. 불량한 것은 아니지만, 학교 짱으로 성질이 보통이 아니다. 방자하고, 엽기 적인데다 발칙하기까지 하다. 여자아이들한테 팬레터도 심심찮게 받고, 빼빼로 데이, 발렌타인 데이면 선물 받은 초콜릿에 과자가 자루로 하나다. 산이에 이어, 또 딸이라고 송옥희 여사에게 구박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성격이 억세졌을까? 요리조리 잘도 피하고, 애교 떨며 제 원하는 것 다 찾아먹는 산이가 가증스럽다. 언니 대접 안하고 가끔씩 주먹질도 하며 싸운다. 산이만 미운 것이 아니다. 나이 차이 나지만, 하늘이도 밉기는 매한가지다. 스무 살만 되면, 독립하겠다는 것이 들이의 목표다. 그때까지 청소년 대표로 금메달도 따고, 돈도 모으고. 스물만 되면 다 때려 치우고 자유로운 여행가로 살고 싶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엄마 장한나. 장한나에 대한 사랑이 유별하다. 장한나와 송옥희, 김영철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호기심 많은 사춘기답게 제법 남자인 척 굴기도 하지만, 누나들과 살아 그 런지 계집애 같은 성향이 있다. 몰래 화장도 해보고, 여장하고 학교에서 발표회를 하다 아버지에게 들켜 야단을 맞기도 한다. 어떤 말썽을 부려도 장한나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한 아들이고 자신이 들어 하늘이의 운명을 바꿔버렸다는 원죄 때문에 산이,들이와 차별해 더 귀하게 키운다. 그래서인지 누구보다 어머니 장한나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