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에서 팔색조 활약을 펼치는 배우들은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와 다시 만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럴 경우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전작과 전혀 다른 관계로 묶이는 배우들의 연기에 눈을 멎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최근 드라마에서도 그런 색다른 인연들이 눈에 띄며 관심을 끌고 있다.

일례로, KBS1 '열아홉 순정'에서 엽기 발랄한 며느리 윤정(이윤지)는 많은 '아버지 팬'층을 양산했던 캐릭터. 김치를 고추장으로 담거나 낮술에 취해 주정하는 등 온갖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은 살림으로 잔뼈가 굵은 시어머니(김미경)를 기막히게 만들었다. 귀여운 재벌집 딸 윤정과 시어머니(김미경)가 MBC '내 곁에 있어'에선 비련의 고아출신 처녀와 아들과의 사랑을 반대하는 호랑이 어머니로 입장 바뀌어 다시 만났다.

은주(이윤지)는 애인 윤섭과 7년 동안 사귀었다. 그러나 재벌딸과 사돈을 맺을 수 있는 기회가 오자 자애로웠던 윤섭모(김미경)는 돌변한 상황. 어렵게 자란 은주의 뺨을 날리고 '부모 없이 자란 애'운운하며 그녀를 반대하는 윤섭모의 모습이 전파를 타고 있다. '열아홉 순정'의 유쾌한 고부간 분위기와는 180도 달라진 살벌한 분위기다. 사랑하는 사람의 어머니와 며느리 후보란 점은 똑같지만 전작과 입장이 전혀 달라진 캐릭터들이 괄목할만하다.

SBS '연개소문'에서도 색다른 인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연개소문'의 아내 고소연 역으로 이세은이 출연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 방송에선 개소문의 장자 연남생역으로 안재모가 첫 등장했다.

모자 관계로 호흡을 맞추게 된 이 두사람의 인연은 사실 2002년 인기작 '야인시대'로 거슬러 간다. 당시 드라마에서 안재모는 젊은 시절의 김두한으로, 이세은은 김두한에게 연정을 품은 도발적 매력의 일본여인 나미꼬로 출연해 인기를 모은바 있다. 5년만에 같은 드라마작가가 집필하는 한 드라마에서 모자관계로 다시 만나게 된 셈. 이날 이세은은 흰머리가 히끗한 모습으로 장성한 자식(낳진 않았다)을 바라보는 어머니를, 안재모는 늠름하게 성장해 부모에게 깍듯한 예를 차리는 아들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했다. '야인시대'를 즐겨 시청하던 팬이라면 모자관계로 묶인 이들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을 듯.

SBS '푸른 물고기'에선 중견탤런트 한인수와 이효춘이 사이좋은 잉꼬부부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MBC '나쁜여자 착한여자'에선 전혀 다른 인연으로 얽혀있다. 이들은 각각 불륜관계의 서경과 건우의 부모로 출연, 아이까지 낳은 자식들의 사랑을 떼어놓을 정도의 깊은 원한관계로 설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현재 방송되는 두 드라마 속에서 극과 극 인연을 맺고 있는 셈으로 이들의 연기가 어떻게 색다르게 빚어질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사이좋은 고부에서 시련을 주는 사이로, 애틋한 애정관계에서 껄끄러운 모자관계로, 원수지간에서 잉꼬부부로 종횡무진 바뀌는 드라마 속 인연들. 배우들의 연기변신과 아울러 드라마 속 색다른 인연들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TV리포트 하수나 기자(mongz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