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부터 햇살에 눈이 부셔 오늘 하루가 또 얼마나 더울지 걱정되는 일요일 오전, 일산의 한 개인병원 앞에서는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제작진들의 드라마 촬영이 한창이다. 아침 7시부터 촬영을 시작했다는 이들은 벌써 두 시간 째 병원 앞에서 야외촬영을 진행 중이었다. 감독, 스태프, 배우들의 매니저들까지 나와서 모두 한곳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가만 들여다보니 아침드라마 <내 곁에 있어>에서 지애 역으로 등장하고 있는 김정민이 전화기를 들고 열심히 대사를 읊고 있었다.

“다 같이 돌자 병원 한 바퀴~”

한때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을 지연시킨 <있을 때 잘해>의 후속편으로 방영되고 있는 <내 곁에 있어>는 그동안 다소 어두웠던 아침드라마의 이미지를 벗고 한층 밝은 톤으로 제작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내 곁에 있어>의 촬영 현장에도 중년 연기자들보다는 젊은 신인 연기자들이 많았다.

“다 같이 돌자 병원 한 바퀴~” “아침 일찍 일어나 병원 한 바퀴~” 때 아닌 동요가 들려오는 가운데 스태프들은 노랫말처럼 병원 한 바퀴를 빙 돌아 사람이 적은 거리에 자리를 잡았다. 분주하게 촬영준비를 마친 감독의 큐 사인이 울려 퍼지자 갑자기 지애가 걷다가 울음을 터뜨린다. 단역 연기자들과 동선을 맞추느라 자꾸 촬영이 지연되는 와중에도 지애는 자신의 감정을 삭이지 않고, 그런 지애에게 카메라 감독님이 "지애야 그 감정 그대로 좋은 데 조금만 가라앉혔으면 좋겠다.” 며 연기지도를 해준다. 드디어 나온 OK소리와 함께 이른 점심시간이 주어진다. ‘아점’이라고 농담을 건네받는 사이에 어느새 스태프들과 배우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잠깐의 휴식을 즐기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잡음 원천봉쇄 위해선 찜통 현장도 불사한다

오전 11시 30분. 다시 재개된 촬영은 일산의 한 옷 매장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촬영 분은 백화점 안에서 경화(김인하)와 윤섭(김정욱)이 옷을 고르다가 반갑지 않은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는 장면이다. 셋이서 함께한 촬영은 각각의 개인 컷을 찍기 위해 계속해서 같은 대사가 반복되었다. 그래서 배우들의 NG하나에도 스태프들은 예민했다. 더군다나 매장 안은 찜통처럼 더운 상태. 밖에서 구경하는 사람들 때문에 매장문이 굳게 닫혀져 있던 탓이다. 조금이라도 잡음이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스태프들은 연신 손부채를 부쳐댔다. 무사히 촬영완료, 그러나 스태프들은 쉴 틈도 없이 장비를 옮긴다. 다음 장면은 병원 옥상이다.

더웠던 매장을 벗어나 야외 옥상으로 나와서인지 스태프들의 표정이 훨씬 밝아졌다. 뒤편에 있는 꽃에다가 물을 뿌려 한껏 화사해진 옥상에 이에 어울리는 분홍색 간호사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은주(이윤지)가 등장하자 촬영장 분위기는 더욱 생동감이 넘쳐난다. 어머니와 연인한테 버림받은 상처투성이의 은주지만 촬영장에서는 장난 끼 넘치는 밝은 모습이다. 옥상에 테이블을 마련해 놓고 의자를 두자 어느새 아늑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동건(박상민)이 은주에게 동생이 유명해진 것을 칭찬하는 장면은 마치 실제의 모습처럼 자연스레 다가온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 두 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정상에서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는 태양 아래로 스태프들은 다음 장면 촬영을 위해 장비들을 차에 싣는다. 일산을 벗어나 국민대학교 앞으로 이동한다는 그들. 비록 일일드라마의 빡빡한 일정이긴 하지만 이들이 있기에 앞으로도 <내 곁에 있어>는 계속 시청자 곁에 있을 것이다.

<매거진T> 글 : 이정미   사진 : 이원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