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시리즈 추락의 끝이 없다

‘돌아와요 순애씨’가 시청률 20%대초반을 기록해 ‘대박’이 난 듯 환호했다. 올들어 미니시리즈중 30%대를 기록한 드라마가 전무한 편이다. 아니 20%대만을 기록한 미니시리즈도 손에 꼽을만 하다. ‘궁’‘마이걸’등 손으로 꼽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0%대를 기록한‘내이름은 김삼순’을 비롯해 미니시리즈는 시청률 선봉 역할을 하며 드라마 포맷중 가장 높은 인기를 기록하는 인기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불기 시작한 미니시리즈의 추락은 끝이 없다.

지난해 가을 방송된 ‘가을 소나기’가 미니시리즈의 최악이라는 2%대를 기록한데 이어 올들어서 7~8%대를 기록한 윤석호PD의 ‘봄의 왈츠’처럼 방송내내 한자리수를 벗어나지 못한 미니시리즈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SBS‘천국보다 낯선’은 3~6%를 기록하는 최악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MBC ‘오버 더 레인보우’역시 한자리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타를 투입하고도 이같은 미니시리즈가 관심을 끌지 못하는 추세가 심화되다보니 일선 연출자들은 이제 미니시리즈가 10%대만 기록해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상황이다. 미니시리즈의 시청률의 기본은 20%라는 말은 옛말이 되고 있다.

지난 1987년 최인호 원작소설 ‘불새’로 미니시리즈의 장을 연 한국 드라마사에서 오랫동안 시청률 선도 역할을 하고 한류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미니시리즈가 근래들어 시청자의 외면을 받고 있는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20년가까이 미니시리즈는 단막극과 연속극의 장점을 잘 살리고 특히 젊은이의 일과 사랑을 그린 트렌디 드라마의 붐을 주도한 드라마 포맷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미니시리즈는 장기연속극이 갖지 못한 긴장성과 속도감, 실험성, 작품성을 집약적으로 드러내고 단막극의 일회 완결성에서 오는 아쉬움을 보완하는 포맷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그리고 미니시리즈는 다양한 주제와 형식의 실험의 장이 돼 한국 드라마의 비약적 발전을 가져오는 포맷으로 자리잡았다.

이같은 존재의미가 있었던 미니시리즈가 외면받은 원인중 가장 큰 것은 실험성이나 독창성이 사라지고 천편일률적인 미니시리즈의 양산이었다. 미니시리즈가 주로 젊은 시청자를 겨냥하다 보니 멜로 드라마가 미니시리즈의 95%를 차지하는 한 장르의 심화가 이뤄졌고 출생의 비밀, 이복남매의 사랑 등 갈등을 증폭시키는 진부한 소재, 재벌 2세와 신데렐라류의 상투적인 캐릭터의 등장 등 획일적인 내용과 전개구조가 반복적으로 등장해 시청자의 외면을 자초했다.

또한 젊은층을 겨냥하다보니 연기력이 부족한 젊은 스타들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많고 기획 두세달전에 급조하는 경향이 많아지면서 쪽대본과 당일치기식 제작으로 일관하면서 미니시리즈가 완성도가 떨어진 것도 미니시리즈의 위기를 불러온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니시리즈의 주요 시청대상인 젊은이들이 매체환경과 여가활동의 변화로 인해 지상파TV의 외면이 많아진 것도 미니시리즈의 저조한 시청률 기록에 한몫하고 있다. 젊은 시청자들은 이제 인터넷을 통한 텔레비전 시청을 한다든지, 실험성과 작품성을 갖춘 다양한 장르의 외국 드라마들을 케이블 방송을 통해 시청한다든지 시청행태와 패턴이 변화했다.

그리고 16~24부가 갖는 포맷이 미니시리즈의 형태로 정형화되고 20년정도 지속되다보니 포맷의 식상함을 불러왔고 미니시리즈의 경우, 시청률이 높으면 횟수를 대폭 늘리고 시청률이 저조하면 조기종영해 방송사 스스로 드라마의 완성도를 추락시켜 미니시리즈의 위기를 불러왔다.

여기에 외주제작사가 방송 편성권을 따내기 위해 무리한 제작비를 들여 스타 연기자와 스타 작가 영입을 하게 되고 극의 대형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심각하게 드러나는 간접광고의 폐해까지 심화돼 미니시리즈의 부진을 불러왔다. 간접광고를 하기위해 대본내용이 수정되거나 특정 상품장면을 무리하게 반복해서 보여준다든가 상품광고를 많이 할수 있는 재벌 2세의 잦은 등장 등으로 드라마의 획일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특정 상품을 광고하는 폐해를 초래하는 등 미니시리즈의 부작용이 날로 심각한 상태이다.

이같은 미니시리즈의 추락에 대한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미니시리즈의 장르와 내용, 형식의 다변화를 들 수 있다. 멜로 드라마, 트렌디드라마 장르 위주에서 벗어나 스릴러에서부터 전문직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 독창성과 참신성을 주무기로 내세우는 미시리즈의 장점을 회복해야한다. 그리고 젊은이 위주의 주제를 내세운 드라마에서 다양한 연령층을 겨냥한 드라마로의 전환도 필요하다.

또한 16~24부로 진행되는 포맷의 진부함에서 벗어나 변화를 가져와야한다. 8부작이나 4부작 등 주제와 내용에 따라 미니시리즈의 형태의 변화를 가져옴으로서 미니시리즈가 빠져 있는 진부함을 벗어날 수 있고 한국 드라마의 지평을 확대할 수 있다. 최근 시도되고 있는 ‘태릉선수촌’ 등 4부작 등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기존의 미니시리즈에서 볼수 없었던 형식이나 내용의 참신성 때문이다. 이러한 포맷의 적극적인 변화 모색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포맷의 변화는 단순히 횟수의 변화가 아니라 사전제작제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드라마의 완성도도 높일 수 있고 스타 위주의 제작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장르와 소재의 다양화와 함께 횟수를 포함한 포맷과 제작관행의 변화를 통해 현재의 미니시리즈의 위기를 극복해야할 것이다.

[지난해 2.6%라는 최악의 시청률을 기록해 미니시리즈의 추락을 예고한 '가을 소나기'와 한자리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천국보다 낯선'과 '오버더 레인보우'(왼쪽부터).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knbae@mydaily.co.kr)






2006.09.13 (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