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 중고 신인 전성시대
드라마는 늘 새로운 얼굴을 원한다. 일부 인기 톱스타들에게만 편중돼 있는 최근 캐스팅 현황을 두고 볼 때 작품을 제작하는 제작진 측에서도 그렇고 이를 받아들이는 시청자들 역시 뉴페이스를 끊임없이 갈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신예 스타들이 있다. 이기우, 김지훈, 김은주가 그 주인공.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지는 얼마 안됐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데뷔한지 최소 4년 이상 된 중고급 신인이다.

먼저 이기우는 2003년 영화 '클래식'에서 친구 준하(조승우)의 여자친구 주희(손예진)를 짝사랑하는 태수 역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 영화에서 이기우는 무려 189cm나 되는 큰 키에 다소 엉뚱한 캐릭터로 독특한 인상을 주기엔 충분했지만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 '돌려차기', '극장전' 등에 출연했지만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고 지난해 가수 출신 연기자 비와 신민아 주연의 '이 죽일 놈의 사랑'에서 재벌 2세 김준성 역으로 출연했지만 다소 어색한 말투와 연기로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 '새드무비'에서 순진하고 바른 청년 상규 역으로 등장해 자신의 색깔을 조금 찾은듯 싶더니 급기야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발칙한 여자들'에서 이혼녀 송미주(유호정)를 짝사랑하는 부드럽지만 적극적인 연하남 루키로 등장해 여성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기우는 이 드라마 한편으로 현재 각종 드라마와 영화, 광고에서 수도 없이 많은 러브콜을 받으며 인기 상종가를 치고 있다.

이기우와 81년생 동갑내기인 연기자 김지훈도 최근 각광받고 있는 신예이다. 2002년 유진, 박용하 주연의 KBS 드라마 '러빙유'를 통해 데뷔한 김지훈은 SBS '흥부네 박터졌네', '토지'에 이어 MBC '사랑찬가', KBS '황금사과' 등에서 꽤 비중있는 주연을 맡아왔지만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기에는 조금 밋밋한 감이 없지 않았다. 이목구비 뚜렷한 잘생긴 얼굴이 오히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장애가 됐던 것.

하지만 현재 방송되고 있는 MBC 일일연속극 '얼마나 좋길래'에서는 동수 역으로 출연해 극중 선주(조여정)와 가슴 아픈 사랑을 연기하면서 잔잔하지만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배운 것 없고 돈은 없지만 남자답고 따뜻한 동수 역을 통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 비록 드라마는 10% 초반대의 시청률에 머물러 있지만 '얼래 폐인'까지 생겨날 정도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김지훈의 인지도와 이미지 역시 동반 상승하고 있다.

한편 아직 6회까지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고현정의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과 시청자 등급을 조정해야한다는 논란이 제기될 정도로 과감한 성적 묘사가 연일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서 자기 주장이 분명하고 당당해 다소 건방져보이기까지 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는 연기자가 있다. 바로 고준희 역의 김은주. 나이는 85년생으로 아직 만 21세밖에 되지 않았지만 데뷔시기는 이기우, 김지훈보다도 더 빠르다.

2001년 SK 스마트 학생복 모델 선발대회에서 금상을 받으며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디딘 김은주는 2003년 MBC '나는 달린다'를 통해 연기 신고식을 치렀지만 당시 드라마의 시청률이 워낙 저조해 김은주 역시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그후 SBS '건빵선생과 별사탕', MBC '베스트극장'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갈고 닦은 김은주는 '여우야 뭐하니'에서 신세대 다운 개방적인 성 의식을 갖고 있는 3류 모델로 등장해 톡톡튀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172cm로 모델 못지 않은 큰 키와 콧대 높은 도도한 이미지의 외모가 극중 고준희 역과 제대로 들어맞는다는 평이다.

신선한 마스크의 부재를 타개하기 위해 제작진들은 모델 출신, 길거리 캐스팅, 오디션 등을 통해 신인배우들을 발굴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연기 경험이 전무한 생짜 신인들은 어색한 연기로 극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고 날카로운 시청자들의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험부담이 있을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처럼 여러 작품을 통해 서서히 단계를 밟으며 연기력을 쌓아온 중고급 신인배우들의 경우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잘되면 조연배우를 주연배우로 성장시킬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어 제작진들 입장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고급 신인들의 도약이 기대된다. <사진> 왼쪽부터 이기우, 김지훈, 김은주.

 

OSEN 김지연 기자(hellow0827@osen.co.kr)




2006.10.06 (0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