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베스트극장〉이 5월부터 시추에이션 형식을 가미한 시즌제 드라마로 바뀐다. 매회 새로운 이야기를 내보내던 단막극 형식에서 한 가지 소재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연결고리를 갖고 일정 기간 방영되는 것이다. 윤재문 책임피디는 12일 “〈베스트극장〉이 3월 방영을 끝으로 미국 시리즈물 형식을 차용한 시즌제 드라마로 리모델링된다”고 밝히고 “단막극의 실험성을 이어가면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장르 드라마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베스트극장〉은 1991년 첫 전파를 탄 이래 〈늪〉 등 실험적이고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여 왔다. 사랑의 치유처럼 감성적인 소재에서 대구 지하철 참사 등 현실을 반영한 폭넓은 소재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다.

2개월의 잠정 휴식 끝에 선보일 새로운 〈베스트극장〉의 첫번째 이야기는 ‘실연’이다. 주상복합 오피스텔을 배경으로 그 공간에 살고 있는 12명의 사연이 한 회씩 번갈아 담긴다. 나쁜 남자만 사랑하게 되는 여자, 아내와 헤어진 남자, 소년소녀와 노인 그리고 동성애자의 이별 등 사랑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게 꾸며진다.

작가와 연출가들의 공동작업으로 여러 빛깔 드라마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기대를 모은다. 시즌1에서는 〈사춘기〉 〈무동이네 집〉의 박정화, 영화 〈연애의 목적〉 고윤희 등 기성 작가들과 ‘2006 베스트극장 극본 공모’ 당선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윤 피디는 “연출가와 작가가 팀을 이뤄 매주 다른 느낌의 드라마를 완성할 것”이라며 “극본 공모를 통해 좀더 많은 신인 작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베스트극장〉 변화의 원인이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경제적인 논리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매회 독립적인 이야기가 완결되는 단막극 형식이 사실상 폐기되는 데 대한 아쉬움도 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지부 김현수씨는 “폐지가 아니라 리모델링이라고 하지만 새 형식의 프로그램이 방영되기까지는 판단하긴 힘들다”며 “〈베스트극장〉의 변화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운용할 수 있는 실험적인 측면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베스트극장〉은 노희경, 임성한 등 실력 있는 작가의 등용문이 되었고, 신인 피디와 연기자들이 단막극을 통해 성장했다. 하지만 방송 환경의 변화로 폐지와 부활을 반복해 왔다. 또 한번 변화의 시기를 맞게 된 〈베스트 극장〉. 형식의 변화가 도약의 지름길이 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겨레 남지은 기자






2007.02.14 (15:23)
‘베스트극장’ 시즌제로 변신 꾀한다
 
문화방송, 12부작 시즌1
5월 첫방영…
‘단막극 실험성 포기’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