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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척 아줌마 형사 기대 하세요”

내 남자의 여자’에서 친구에게 남편을 빼앗겨 마음은 지옥이면서도 착한 얼굴을 잃지 않았던 배우 배종옥(44)이 억척스러운 아줌마 형사로 돌아온다. 2월2일부터 방송되는 MBC 주말 드라마 ‘천하일색 박정금’(극본 하청옥, 연출 이형선)에서 그는 현실에 맞서 치열하게 싸우는 박정금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물론 그가 맡은 박정금은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해온 미모의 멋진 엘리트 형사가 아니다. ‘물론’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배종옥은 언제나 화려한 팬터지를 달콤하게 자극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그래 사는 게 그렇지”라는 중얼거림을 입속에 맴돌게 하는 조금은 쓴맛 나는 현실적 배역들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박정금도 그런 배종옥식 캐릭터이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고, 첫아들까지 잃은 슬픔을 안고 있지만, 꿋꿋하고, 경쾌하게 일상을 살아낸다.

“현실을 벗어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캐릭터지요. 현실에 발 붙이고 있는 주변 아줌마의 모습을 뻔하지 않게 그려내겠어요.”

지난 28일 열린 제작 발표회장에서 만난 배종옥이 설명하는 박정금이다. 현실적인 박정금은 드라마에서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비상출동하는 차 안에서 카드 고지서를 펼쳐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용의자와 맞닥뜨린 상황에서도 아들에게 전화해 학원 숙제를 챙긴다. 깜짝 세일하는 생태 한 마리에 목숨을 걸고 생계를 위해 억척스럽게 범인을 쫓는, 현실에서는 생활과 싸우고 현장에서는 범인과 싸우는 싸움의 이중고를 온몸으로 견뎌간다.

박정금은 배종옥이 연기 생활 20년 만에 처음으로 만난 형사 역이다. 배종옥은 첫 회부터 돌려차기로 범인을 쓰러뜨린 뒤, 수갑을 채우는 액션을 소화한다.

“20년 만에 이렇게 액티브한 역은 처음”이라는 그는 “액션 스쿨에서 기본 동작을 배웠는데도 촬영하면서 체력이 달려 힘들었다”고 한다. 현장의 감을 익히기 위해 형사들도 직접 만났다. “형사들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들었어요. 하루 일과는 어떻게 보내는지, 조서는 어떻게 쓰는지, 범인 잡는 과정은 어떤지에 대해서 조사했어요. 형사들과 이야기하면서 제 나름대로 캐릭터의 이미지를 잡았어요.”

한편 이렇게 팍팍한 박정금의 삶에도 사랑이 흐르는데, 드라마 속에서 배종옥은 내과 의사 정용준(송창민), 변호사 한경수(김민종)와 멜로 라인을 만들어낸다. 정용준과는 아파트 이중 분양 사기 문제로 한집에 동거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억척 아줌마 형사가 한순간에 아줌마 신데렐라가 되지는 않는다. “의사와 변호사가 나오지만, 신데렐라 아줌마가 아니에요. 의사와 변호사도 보통 드라마에서 보던 멋진 캐릭터가 아니에요. 박정금도 그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서 애쓰지 않고요. 현실을 벗어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인물이에요.”

2008-01-30 (1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