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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아가씨 가라 아줌마 형사 뜬다’… 주말 드라마 사랑 대신 진솔한 여자 이야기

주말 저녁이 여자 이야기로 채워진다. 젊고 예쁜 여자 주인공이 사랑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가 아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어머니, 아줌마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이다.

MBC는 2일부터 토·일요일 오후 7시55분에 주말연속극 ‘천하일색 박정금’을 선보인다. 박정금은 아줌마 형사다. 강도 살인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비상출동하는 차 안에서 카드 고지서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용의자와 대치하고 있는 순간에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학원 숙제를 챙긴다. 범인을 잡다가 다쳐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 슈퍼마켓에서 깜짝 세일하는 물건이 있으면 냅다 달려가는 억척스런 면도 갖추고 있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했고, 첫째아들은 잃어버려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아픔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형사라는 직업이 색다르긴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아줌마의 모습이다.

탤런트 배종옥(44)이 박정금 역을 맡았다. 지난달 28일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그는 “캐릭터의 건강함과 밝은 면이 마음에 들었다”면서 “박정금은 겉으로 볼 때는 행복할 것이 전혀 없는 인물이지만 스스로 행복을 찾으며 경쾌하게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배종옥에게 형사 역은 처음이다. 그는 “이렇게 역동적인 역은 연기생활 20년 만에 처음”이라며 “무술 연기를 위해 액션스쿨에서 기본 동작도 배웠는데 촬영하면서 체력이 달린다. 멍들고 망가지기도 하지만 새로운 것을 한다는 점에서 재미를 느낀다”고 털어놨다.

박정금은 내과의사 정용준(손창민), 변호사 한경수(김민종)와 엮이며 애정전선도 형성한다. 배종옥은 “의사, 변호사가 등장하지만 박정금은 신데렐라 아줌마가 아니다”면서 “이들이 다른 드라마처럼 멋있는 인물도 아니고, 박정금도 두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 애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KBS 2TV에서는 ‘엄마가 뿔났다’가 방송된다. 아날로그 세대 엄마와 디지털 세대 자식 간의 갈등을 다루지만 제목처럼 관점은 엄마 중심이다. 엄마는 평생을 자식과 남편을 위해 헌신하며 살았다. 그게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는데 자식들은 다르다. 엄마는 자식들이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모습이 못마땅하면서 동시에 부럽기도 하다. 드라마는 이런 엄마의 복잡 미묘한 심정을 김수현 작가의 맛깔스런 대사로 묘사한다. ‘국민 어머니’ 김혜자가 전형적인 어머니의 모습인 김한자 역을 맡았다.

김 작가와 배종옥은 지난해 SBS ‘내 남자의 여자’에서 함께 작업을 했다. 배종옥은 김 작가와 경쟁하게 된 것에 대해 “그 점을 생각하긴 했지만 작품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며 “시청자들이 다양한 드라마를 볼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드라마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2008-02-01 (17: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