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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 팬터지’에 빠진 주부들…꽃미남 ‘보기만해도 즐거워’

‘천하일색 박정금’의 배종옥

ㆍ팍팍한 일상에 지친 주부시청자들 대리만족

서울 마포구에 사는 전업주부 김모씨(39). 남편과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하다 보면 하루를 48시간처럼 살아야 한다. 밥과 빨래, 청소를 하고 아이들과 승강이를 하다 보면 하루 해가 금세 진다. 이제 자신의 예쁜 이름이 아닌 ‘~엄마’로 불리는 게 당연하게 느껴진다. 가끔씩 ‘엄마’와 ‘아내’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 삶에 지친 김씨에게 요즘 유일한 낙은 드라마. 멋지고 잘생긴 미혼남들이 김씨와 같은 평범한 아주머니들에게 사랑을 바치기 때문이다. 김씨는 드라마를 보는 동안 멋진 꽃미남이 대시하는 상상을 하며 묘한 미소를 짓는다.

#팬터지라도 동질감을 준다

드라마는 30~40대 주부 시청자들에게 최고의 현실 도피처다. 일상에 지치고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갑갑증을 느끼는 주부들에게 드라마의 비현실성은 최고의 오락을 제공한다. ‘질투’에서 최수종과 최진실이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거나 ‘청춘의 덫’에서 심은하의 복수 장면에 웃고 울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아주머니 시청자들의 트렌드가 바뀌었다. 이제 30~40대 주부들은 매끈하고 예쁜 젊은 배우보다 눈가에 똑같이 주름이 있는 또래 배우들의 연기에 더 열광하고 있다. 팬터지라도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를 선호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배우들의 생명이 길어지고 있다. 불혹을 넘긴 최진실·김희애·유호정·신애라 등 40대 여배우들이 아직도 주연을 맡고 있다. 옛날 같으면 어머니 역할로 넘어가야 할 나이지만 당당히 드라마를 이끌며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극단적인 팬터지를 추구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겉은 아무리 수수해도 최고 톱스타와 꽃미남 실장의 사랑을 받는 꿈을 꾸게 하는 것이다. 여성시청자들은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닌 걸 알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대리만족감을 얻는다.

#꽃미남 아줌마들에게 꽂혔다

SBS 특별기획 ‘조강지처클럽’의 여주인공 나화신(오현경)은 최근 신데렐라가 됐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비참한 상황이었지만 백마 타고 온 꽃미남 의류실장 구세주(이상우)의 마음을 사면서 의류매장 종업원에서 커리어 우먼으로 변신한다. 구세주가 화신을 선택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냥 마음이 가기 때문이다. 지난주 방송분에서 화신이 구세주의 요구에 의해 메이크오버를 받고 감격해하는 장면이 방송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아줌마에서 여성을 되찾고 울면서 자신에게 “네가 화신이니?”라고 묻는 장면에 모든 주부들이 가슴 설레어 했다.

MBC 주말드라마 ‘천하일색 박정금’의 박정금(배종옥)의 삶도 팍팍하다. 밖에서는 명성이 높은 강력계 형사이지만 집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평범한 아주머니다. 연하의 미남 변호사 경수는 예쁘게 꾸밀 줄도 모르고 생활 냄새가 풀풀 풍기는 정금에게 연정을 품는다. 추운 날씨에 경수가 경찰서 앞에서 정금을 오랫동안 기다리는 모습에 많은 아주머니들이 쾌재를 불렀다. 특히 경수가 섹시하고 예쁜 미혼 여성이자 박정금의 이복동생 사공유라(한고은)보다 정금을 더 위하는 모습에 통쾌함까지 느낀다.

3월8일부터 방송되는 MBC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도 여성 시청자들의 팬터지를 자극한다. 이 드라마는 명랑쾌활한 아줌마 홍선희(최진실)가 톱배우가 된 고등학교 동기동창 송재빈(정준호)과 우연히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평범한 아주머니와 미남스타의 사랑은 왠지 영화 ‘노팅힐’을 연상시킨다. 이제 30~40대 여성 시청자들과 함께 나이 들어, ‘청춘스타’가 ‘아주머니들의 우상’이 된 최진실의 사랑에 많은 동질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2008-02-19 (2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