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일색 박정금>의 사공유라

“사공유라를 세 글자로 줄이면 뭔 줄 알아? 몰상식이야” 사공유라는 웃지도 않고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여자다. 물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본부인을 내쫓고 들어와 의붓아버지의 돈에 눈이 멀어 있는 엄마와, 의붓언니의 남편을 유혹했던 과거와, 두 번의 파혼과 수차례의 소모적인 연애는 그녀를 매사에 ‘배 째라고 그래’ 상태로 만들었다. 선 자리에 나가서 “이놈저놈 칠떡거려봐야 몸만 고달프고, 남자 어차피 시간 지나면 거기서 거긴데, 기왕이면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변호사면 남한테 말하기 창피하지 않고”라고 토로하는 사공유라. 그녀에겐 거칠 것이 없다. 데리고 노는 애인에게는“오늘 술값 니가 내. 돈도 없는 놈이 어디서 까불어?”라며 모욕을 주고 모처럼 신사적인 남편감을 만나서는 “다 시끄럽고, 어디 가서 같이 잘래요?”라며 비아냥거리거나 “나 예물반지만 두 번이나 했어요”라며 일부러 속을 뒤집는다.

하지만 이는 사실 정 붙일 곳 없이 살아온 탓에 “떨어져 나갈 거면 지금 떨어져 나가. 괜히 정든 다음에 벌레 떼버리듯 까지 말고”라는 속마음이 험악한 말투로 드러난 것 뿐, 한경수를 사랑하게 된 뒤의 그녀는 “더 이상 갖고 싶은 것도 없어. 난 경수씨만 있으면 돼요”라며 애교와 존댓말로 애정을 퍼붓는다.

물론 그 압도적인 미모와 뇌쇄적인 비음은 어떤 험한 말을 쏟아내더라도 매력적이다. 이 말인즉슨, 일반인이 따라하면 그냥 험해 보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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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술 먹어야겠어. 웃겨 진짜. 내가 널 사랑하는 게 죄니?

골라 봅시다!

Q. 다음 사공유라의 대사 가운데 가장 사회적 예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을 고르시오.
1) 참해 보인다구? 다들 내가 입만 열면 깬다고들 하더만.
2) 이제부터 내가 관리할 거야. 내 남자니까.
3) 빈속에 커피 마시니까 무지하게 속 쓰리구만. 저리 치워.
4) 토요일이라 신나? 일년 열두 달 휴일인 백수 염장 지르나.
5) 사랑에 노력이 필요하다는 건 이미 날 샜다는 얘기지.
따라해 봅시다!

* 프로포즈 받았을 때
한 가지 조건이 있어. 평생 나만 봐야 될 텐데, 자신 있나? 빈말 못하겠으면 저리 꺼져.

* 혹시나 싶어 44 사이즈에 도전한 뒤
아니 이건 옷이 왜 이렇게 끼어요? 디자인을 발로 했나?

* 담배 끊는다던 약속을 어겨서 비난받을 때
그건 그 날의 기분이었을 뿐이에요.

* 헤어진 뒤 미니홈피에 “The End”라고 적어놓은 전 애인에게
그만해! 당신 정말 잔인하군. 그렇게 속속들이 설명 안 해도 알아들었어. 지렁이 새끼 밟아놓고 안 죽었을까 봐 소금 뿌리는 거야?

* 한국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현황에 대해
배운 놈들은 이게 문제야. 혼자 훌륭한 척은 다 하면서 가만 보면 아주 이기적인 거.

(글) 최지은 guilty@t-fac.com

2008-03-11 (15: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