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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뿌리는 튼튼할 것 같다, 20년이나 했으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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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종: 그러니까... 나도 궁금하다. 기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봤나? (웃음)
김민종: 처음에는 그냥 일반적인 주말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안 하려고 했지. 그런데 기존의 주말극과는 차원을 달리 하겠다는 감독의 의지가 눈에 보였다. 좀 다르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야기의 소재가 다양하다보니까 캐릭터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촬영하다가도 좀 쉬자는 얘기를 많이 했다. 자칫하면 바보스러울 것 같고, 잘못하면 나쁜 놈이 되니까. 그래서 매회 신중하다. 대본 받을 때마다 긴장감이 팍 느껴질 정도로. “이런 캐스팅을 또 언제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다”
 : 한경수를 보면 당신과 딱 어울린다는 느낌이 든다. ‘여전히 멋있네’ 란 생각도 들고. (웃음)
김민종: 그런데 역시 시청률이 신경 쓰인다. 같은 시간대의 김 선생님의 파워가 만만치 않아서. 그래도 그 와중에도 <천하일색 박정금>은 선전하고 있지 않나. (웃음)
김민종: 처음에 제의를 받았을 때 회사에서도, 나도 안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형선 감독이 (이)경영이 형과 친하다. 형 소개로 만나서 다른 작품 준비하고 있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또 한재석의 모친상에도 감독이 찾아왔다. 그 자리에서는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는데, 나중에 회사의 이사가 사과하려고 감독을 만나러 갔다가 설득을 당하고 왔다. (웃음) 이거 꼭 해야겠다, 민종아. 감독님이 너에 대한 애정이 많다. 그러더라. 만나서 오래 얘기해보니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포기하고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된 거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다 인연이고 좋은 계기로 작용한 것 같기도 하고.
김민종: 배종옥 선배는 배우로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다. 처음에 대본을 보고는 이게 어떻게 나올 지 참 궁금했다. 박정금과 연상연하 커플인가 싶은데, 옆에 있는 사공유라의 캐릭터도 만만찮고. 그런 궁금증으로 시작했다. 캐스팅이 그렇게 만들지 않나. (웃음) 그런데 회가 거듭되고 보니 캐스팅 정말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날 회식에서도 얘기했는데, 이런 캐스팅을 또 언제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다.
김민종: 어제 팬클럽 회장이 전화해서 오늘이 딱 20년이 된 날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나는 잘 모르겠다. 어, 그렇구나, 하지. 우스개소리 같지만, 나는 늘 내 자신이 아마추어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것 같다. 20년이면 이제 프로 근성도 가져야 하는데, 프로이고 싶지는 않고 처음 아이 같은 마음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기분으로 살다보니 20년이라는 세월이 그리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내가 좀 바꿔야 할 부분은 이제 긴장을 해야겠다는 거. 그 긴장이라는 게 다른 게 아니라, 너무 기분에 의해 살지 말아야겠다는 거다. 배우로서 책임도 생각하자, 그런 생각. 어른이 된 건가, 싶기도 하고. “좀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김민종: 데뷔했을 때의 느낌이 정말 생생하다. 어제도 <천하일색 박정금>에 같이 나오는 (박)준규 형과 얘기하면서도 그랬는데, 우리가 <10대의 반항>이라는 영화를 같이 했었다. 그게 벌써 18년 전 일이다. 둘이 그때 얘기하면서 세월이 이렇게 빨리 갈 수 있나, 그러고. (웃음)
김민종: <종려나무숲>은 너무 좋은 영화였는데 그래서 더 아쉬운 작품이다. 사람들이 꼭 보면 좋겠다. (웃음) 그 즈음에는 아무래도 조심성을 가지고 있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또 막상 내가 뭔가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걸 다 계산하면서 작품을 고르는 건 아니다. 아까 말했듯이 좀 책임을 가져야겠다, 너무 기분에 휩쓸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게 그 즈음이긴 했다.
김민종: <하이에나>는 너무 재미있었다. 그런 드라마가 많이 활성화되면 좋겠는데. 케이블 드라마라는 게 영화와 드라마의 중간 사이즈 같다. 주위 배우들의 반응도 좋았고, 그래서 그런 작품이 있으면 또 하고 싶다. 공중파에서는 담배 피우는 것도 제약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하이에나>를 하기 전에 걱정되거나 한 건 아니었다. 기획했던 사람이 에이스토리의 친한 선배인데, 대표로 있는 최완규 작가가 전화해서 민종아 한 번 도와줘라고 해서 시작된 거다. (웃음) 시놉시스도 재미있었고. 하고 나니 케이블의 거의 첫 자체제작 드라마여서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김민종: 맞다. 음악을 좋아했지만, 가수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하얀 비요일>이란 영화를 찍을 때, 감독과 친해서 자주 가라오케 같은 데 갔는데, 몇 번 노래부르는 걸 보고 잘한다고 영화음악을 부르라고 하더라. 그랬다가 나중에 장국영, 유덕화가 출연한 투유 초콜릿의 한국 모델을 하게 되었는데 계약조건에 CM송을 부르는 게 있었다. 그래서 영화음악을 만들어준 (서)영진이 형한테 나 투유 노래 불러야 하니까 좀 만들어줘, 라고 해서 시작된 거다. (웃음) 회사에서는 반응도 좋고 노래도 곧 잘 하니까 앨범도 내볼래? 그랬고, 영진이 형이 엄청 꼬셨다. 매일 술 마시면서 꼬드기고. 그렇게 1집, 2집 냈는데 ‘귀천도애’를 표절하는 바람에. 그거 때문에 3년을 안 만났다. 그러다가 이 사람 때문에 음악을 시작한 건데 그럴 수 있나 싶어서 마지막 앨범을 영진이 형한테 맡기고 그 뒤로 앨범을 안 내고 있다. 그 형은 지금 캐나다로 이민을 갔고. 인연이라는 게 그렇다. 서영진이라는 사람을 안 만났으면 아무리 회사에서 앨범을 내자고 했어도 ‘투유’만 부르고 말았을 거니까. “더 블루의 베스트 앨범을 녹음 중이다”
: 그때는 배우와 가수를 겸업하는 걸 그리 좋게 보던 시절은 아니었다. 팬들도 그랬고.
김민종: 별로 탐탁치 않아 하던 분위기가 있었다. 특히 고 김광석 씨 같은 분은 정말 싫어했다. 그런데 어떤 자리에서 만났는데 나한테 그래도 너는 노래는 좀 하는 것 같애. 열심히 해봐. 그러시더라. 그게 참 고마웠고, 나름 자부심도 느꼈다. (웃음) 지금은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게 활성화된 시절이니까, 나나 손지창이나 거의 처음으로 그런 걸 했다는 게 좀 뿌듯하다. 굴하지 않고 잘 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개인적으로는 연기도 하고 음악도 하는 친구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김민종: 안 그래도 지금 더 블루의 베스트 앨범을 녹음 중이다. 온라인으로 나올 건데, 사실 몇 년 전부터 손지창이 계속 하자고 하던 거다. 그때는 그냥 좀 더 보자, 보자고만 했는데 요즘 내가 바쁜 와중에 손지창이 회사 사람들과 얘기를 다 끝내놓고 녹음하자고 하더라. 한두 번 방송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걸로 뭔가 다시 활동을 할 것 같지는 않다. 더 블루를 좋아하던 분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우리는 예전의 좋은 이미지로 남는 게 좋은 거 같다.
김민종: 90년대 초반, 80년대 말에 나는 매니저도 없이 혼자 운전하고 옷 찾아 입으면서 다녔다. 후시 녹음하던 때부터 영화를 했으니까 시장이 변화되는 게 몸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사업 같은 경우는 나중에, 나이가 되고 연륜이 되면 하고 싶기도 하다. 안그래도 얼마 전에 누가 제작을 해볼 생각이 없냐고 하던데,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시기도 아니고. 말했듯이, 나는 계획적인 인간이 아니다. 어떤 흐름에 맞추는게 아니라 주어진 것에 올인을 하자는 주의다. 나중에 나이를 50, 60을 먹어도 배우로 살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지만, 단지 그건 내 스타일에 안 맞는 것뿐이다. “계산하지 않는 거, 그게 배우가 아닐까”
김민종: 욕심이야 사람이니까 있지만, 연기에 대한 거랄까. 그런 게 많다. 이번 회에 왜 이렇게 적게 나와? 이런 게 아니라, 이 인물은 이렇게 가야하는데 그게 안 되면 화가 나고 그렇다. 내 느낌엔 이런 캐릭터인데 감독이 그걸 벗어나는 뭔가 다른 걸 요구할 때 와닿지 않거나 납득이 안되면 감독이랑 논쟁도 하고, 싸우기도 한다. 억지로는 못하지, 그냥 하라고 하면 안 한다. 타당성을 줘야지. 그래서 예전에는 감독과도 많이 싸웠다. 연기라는 게 그렇다. 어색하면 안 되니까. 어색하지 않게 나름대로의 톤을 잡아가는 게 내 연기인데, 그게 안 되면 일부러 NG를 내면서 생각할 때도 많다. 내가 그 인물이 될 때, 어색하지 않으려고 대화를 나누는 거.
김민종: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게 제일 크다. 연기가 좋다는 얘기를 듣고 싶고, 후배들이 반겨주는 배우가 되고 싶으니까. 사실 쉽지가 않다. 조바심 내지 않고, 뭔가 서두르려거나 불안하거나 하지 않으면 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버리면 좋은 느낌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게 또 배우가 아닐까. 계산하지 않는 거. 그래서 나는 사업 같은 거 생각 못하지. (웃음) 좋게 좋게 살자는 생각을 한다. 욱할 때도 있었지만 그런 게 다 경험이 되더라. 그래봤자 다치는 건 나고 속상한 것도 나니까. 그냥 즐겁게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김민종: 나는 좀 낙천적이다. 힘든 시간이 오면 어차피 지나가면, 더 나아지겠지, 이런 스타일이라 그 동안 쉽지는 않았지만, 즐겁긴 했다. 그런 생각을 한다. 지금까지 내가 지나온 걸 보면, 후회스럽지는 않지만 굉장히, 책임감을 좀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신중하게 해야겠다는 생각. 이제는 순간적인 기분에 따라서 뭔가 하면 안 되니까. 그런데 내 생각과는 달리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듯이, 그런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줄기를 뻗어야 하는데, 어디로 어떻게 뻗을 지는 잘 모르지만, 뭐가 되든 뿌리 하나는 튼튼할 것 같다는 생각은 있다. 20년이나 했는데, 그렇지 않나. (웃음) (글) 차우진 lazicat@t-fac.com (사진) 백가현 beck@t-fac.com 2008-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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