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연예계 핫이슈는 가수 출신 연기자들이었다. 정려원·윤은혜를 필두로 가수들이 잇따라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개그도 마찬가지다. 가수 출신 탁재훈·김종민·천명훈 등이 각종 오락프로그램에서 재치와 끼를 과시하며 개그맨들을 위축시킬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연기자들과 개그맨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그 여파가 거세어 노래 못하는 가수, 어설픈 립싱크 가수는 ‘명함’도 못 내밀 처지다.  

먼저 안방극장에서는 김민정과 김옥빈이 눈길을 끈다. 김민정은 SBS 월화드라마 ‘천국보다 낯선’에서 모던 록 가수 유희란으로, 김옥빈은 MBC 수목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댄스가수 정희수로 나온다. 모두 극중 배역이 가수다. 배역만큼이나 실력도 뛰어나다.  

김민정은 그룹 ‘자우림’의 김윤아를 연상시키는 음색에 고음처리도 능숙하다. 내친김에 OST 작업은 물론 내달 초에는 디지털 싱글 앨범도 발매할 예정이다. 김건모·신승훈 등을 발굴한 프로듀서 김창환으로부터 두곡을 받아 맹연습 중이다. 가수 신해철로부터 “발성이 좋다”는 칭찬도 받았다.  

김옥빈은 데뷔 초부터 가수 활동 제의를 수차례 받았을 만큼 가창력이 뛰어나다. 데뷔작인 영화 ‘여고괴담4－목소리’에서도 직접 성악곡을 소화했다. 이번 드라마 OST에도 3곡 정도를 소화할 예정이다. 김옥빈 소속사는 “벌써 5군데 음반회사에서 디지털 싱글 음반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영화에서도 배우들이 잇따라 노래 실력을 과시한다. 다음달 10일 개봉하는 ‘각설탕’의 임수정은 영화 주제곡을 직접 불렀다. 본인은 “그저 동요처럼 부른 것일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맑고 청량한 음색이 일품이다. 임수정이 부른 곡은 가수 조동진의 ‘제비꽃’이다.  

장진영은 최고의 보컬 트레이너로 인정받는 박선주에게서 직접 노래수업까지 받았다. 신작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술집 아가씨 연아 역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가수 진주의 ‘난 괜찮아’,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 거야’, 벅스의 ‘맨발의 청춘’까지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소화했다.  

개그맨들의 앨범 발매도 잇따르고 있다. ‘4집 앨범 가수’ 박명수는 올여름을 겨냥해 ‘폼생폼사’ 디지털 싱글을 준비 중이다. 얼마전 신곡 ‘롱다리 롱다리’의 녹음작업을 마쳤다. 지난해 팝 리메이크 앨범 ‘아나까나’를 발표했던 조혜련 역시 바캉스 시즌을 맞아 댄스곡 ‘가라’를 디지털 싱글로 발표하고 홍보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개그우먼 정선희도 댄스 트로트풍의 ‘사랑의 사냥꾼’을 발표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개그 트리오 ‘나몰라 패밀리’와 ‘고음불가’도 나란히 앨범을 내며 가요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경향신문 강영구기자(ilov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