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스리그 4강전 전망

한동수 기자 dshan@imbc.com

예상했던 대로 -더 기쁜 것은- 기대했던 것 처럼 박지성의 맹활약속에 아인트호벤은 정규리그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18번째 우승이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에겐 훨씬 큰 도전이 임박해 있다. 바로 유럽 챔피언스 리그다. 상대는 AC 밀란.

우리에겐 다소 섭섭한 얘기지만, 유럽에선 AC밀란의 결승 진출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매주 금요일 밤 챔피언스 리그 프로그램인 “챔피언스 리그 매거진”이 유럽에서 날아온다. 그런데 쉐브첸코의 인터뷰는 ‘첼시와 리버풀 경기의 전망’ ‘인터밀란 팬들의 난동’에 관한 것 뿐이다. 델 보스케 前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4강전 전망을 묻는 질문에 ‘AC 밀란이 우승할 것’이라고 한 발 앞서간다. 박빙의 승부는 첼시와 리버풀전이고, AC 밀란의 결승 진출은 기정 사실화 된 분위기다.

물론 객관적인 전망은 그렇다. 매니아들은 AC 밀란의 실체에 대해 익히 알고 있겠지만, 사실 AC 밀란의 전력은 그 이름이 갖는 무게감보다도 훨씬 강하다. 공격과 수비 미드필드 그리고 골키퍼까지 그 균형은 황금률이 가깝다. 뚫어야 할 방패는 철옹성처럼 두텁고, 막아야 할 창은 퍼렇게 날이 섰다.
가투소와 셰도르프는 90분을 야생마처럼 뛰어다니는 이상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들이다.
네스타-스탐의 중앙 수비 그리고 말디니-카푸의 사이드백은 당대 최고의 4백 라인이다. 런던 타임스가 매긴 평점을 보면 베스트 일레븐에 포진한 4명의 수비수 가운데 무려 3명이 AC 밀란 소속이다.
투톱은 쉐브첸코와 크레스포다. 유럽과 남미를 대표하는 최고의 골잡이들이다. ‘중천에 뜬 태양’ 카카와 피를로의 플레이 메이킹 역시 명실상부한 최고 수준이다.

AC 밀란은 또 네덜란드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오렌지 삼총사 반바스텐-굴리트-레이카르트가 이탈리아에서 꿈을 실현했던 팀이 바로 AC 밀란이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에게 아인트호벤이 그런 것 처럼 말이다. 히딩크 감독이 AC 밀란과의 4강전을 ‘영광’으로 받아들인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우선 AC 밀란은 주전 2명을 잃었다.
네스타는 경고 누적으로 확실하게 ‘아웃’됐으며, 피를로도 무릎 부상으로 정상적으로는 뛸 수 없다. 더구나 이탈리아 산시로에서의 원정이니 PSV로서는 원정 경기의 부담을 상당히 던 셈이다. 지난해 데포르티보가 AC 밀란을 극적으로 제압했던 기적도 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데포르티보는 1차전 원정에서 무려 1-4로 대패했다. 데포르티보의 이룰레타 감독은 ‘AC 밀란은 2003년 우승팀이다. 그러나 올해는 더 강해졌다’고 비관했지만, 데포르티보는 홈에서 그 철옹성같은 수비를 뚫고 그 서슬퍼런 창들을 막아내며 무려 4-0의 대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금요일 UEFA 홈페이지에는 히딩크에 대한 특집 기사가 실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인트호벤 사령탑을 맡은 지 3년, 히딩크는 가장 약한 스쿼드를 가지고 가장 눈부신 전과를 올렸다. 케즈만과 로벤을 이적시키고 그 공백을 무명이나 다름없는 하셀링크와 대한민국의 박지성과 이영표 그리고 미국의 비즐지, 페루의 파르판 같은 의외의 카드들로 충분히 메웠다. AC 밀란의 완승을 예상한 델 보스케도 히딩크의 존재가 승부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부정하지 못 했다.

월드컵 당시 “지금은 16강 진출 가능성이 50%이지만 앞으로 50일 남았으니 하루에 1%씩 그 가능성을 높이겠다.” “누구도 대한민국을 주목하지 않지만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는 명언을 남기며 신화를 써 내려갔던 이 기적의 연금술사는 이번에도 의미있는 예언을 잊지 않았다. “축구에선 가끔 약팀이 강팀을 이긴다. 모두가 AC 밀란의 우세를 점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에겐 두려움이 없다. 그럼 우리가 또 다시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지 지켜보자.” 그렇다. 사실 시합 전에 이런 저런 전망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럼 우리도 수요일 새벽,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기적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