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말아톤’ 진호의 전국 대회 도전기

김경호 기자 hokk77@empal.com

진호가 출전한다는 MBC배 수영대회가 열리는 충남 아산으로 향하는 차 속에서 적잖이 걱정이 됐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진호에 대한 지식이라곤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코너인 ‘진호야 사랑해’에서 신동엽 씨와 나오는 것을 본 것이 전부였으니까요. 자폐아에 대한 지식 또한 영화 ‘말아톤’에서 조승우 씨의 연기를 보며 울고 웃은 것이 전부였지요. 짧은 시간 안에 진호의 모습을 담고 진호의 목소리를 이끌어내 뉴스를 만들어야했기에 과연 어떤 말을 해야 할까...어떻게 대해야 할까...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진호를 만나는 순간 사그라들고 말았습니다. 수영장 앞에 서 있는 진호에게 다가가 말을 걸려는 순간 진호가 저에게 먼저 ‘안녕하세요’하며 환한 얼굴로 악수를 청해왔으니까요. (TV에서 본대로 진호는 참 잘 생기고 순수한 청년이었습니다. 멀리서 봐도 진호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죠.) 진호에게 “MBC 뉴스~"하는 기자 형이라고 소개를 하고 곧바로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그렇다고 취재가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카메라를 최대한 진호에게 가까이 들이대고 진호의 목소리를 많이 담아내야 좋은 화면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그런데 진호의 전담 코치인 배내식 선생님의 얘기를 들으니, 진호가 주변이 산만하거나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지면 집중을 하지 못 해 운동을 전혀 못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힘들게 힘들게 집중을 시켜놓아도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어서 여간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더군요. 그 날이 대회 하루 전인데, 혹시라도 저의 취재 활동이 진호의 훈련에 방해가 된다면 취재를 안 하느니만도 못 한 것 아니겠습니까? 실제로 진호가 가는 곳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말을 걸고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대고 심지어 싸인해달라고 종이까지 내밀어서 진호가 편하게 연습을 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진호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진호의 눈에 너무 자주 띄지 않으면서 진호의 모습을 최대한 가까이 담아내야 했으니 그 중간의 어느 곳에 자리를 잡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대회날 아침. 일찍 훈련을 끝낸 진호는 몸을 풀러 대기실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그 곳에서 쉬는 것도 진호에겐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한 번씩 말을 걸고 진호를 둘러 싼 채 웅성거리는 통에 시합을 앞두고도 전혀 마음을 추스릴 수가 없었죠. 결국 진호는 대기실을 놔두고 사람들을 피해 수영장 뒷 계단에서 몰래 숨어 있어야 했습니다. 드디어 진호가 출전하는 남자 고등부 배영 50m의 순서가 찾아왔습니다. 오랜 훈련 시간에 비해 경기 시간은 너무도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더군요. 결과는 예선 7명 가운데 7등. 꼴찌였습니다. 진호는 자신의 최고 기록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을 냈죠.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 영 아쉬웠는지 경기를 마치고 나온 진호는 풀이 죽어 있었습니다.

풀 죽은 진호를 달래주는 건 역시 진호 어머니의 몫이었죠. 진호 어머니...참 대단한 분이셨습니다. 지금의 진호가 있기까지 그 어머니가 흘려야했던 눈물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대회 순서를 기다릴 때 무더운 현장에서 혼자 땀을 닦으며 몇 시간이고 서서 현장 상황을 알려주는 모습을 보며 어머니의 힘을 느꼈습니다.

진호는 다음 달 체코에서 열리는 세계 장애인 선수권대회에 참가합니다.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라는군요. 그런데,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없어 진호의 참가비는 물론 코치, 통역의 비용까지 모두 진호 집에서 부담을 해야 합니다. 진호 어머니에게 여쭤보았죠. 진호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냐고요. 진호 어머니는 금액이 너무 많다고 하시면서도 운동하는 자식을 둔 부모가 레슨비며 훈련비 쓰는 건 누구나 하는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문하셨습니다.

진호, 진호 어머니, 그리고 진호의 담당 코치까지 모두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에는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진호의 소식을 우리 뉴스에서 생생하게 보도하게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