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의 숙제...

한동수 기자 dshan@mbc.co.kr

‘짧고 굵은’ 첫 인상

아드보카트 감독이 부임한 지 보름이 지났다. 아직 '허니문 기간'이어서인지 신문 방송의 보도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나같이 명장의 풍모로 묘사하고 있다. 더구나 이란과의 데뷔전에서도 이겼으니 그 달콤한 허니문 기간은 더 연장될 것이다.

하지만, 본프레레 경질이후 아드보카트 카드가 급속하게 부상했을 때만 해도 국내팬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우선 핌 베어백 코치의 영입을 더 우선시한다는 ‘별책부록론’이 반발의 핵심이었지만, 더 큰 이유는 유로 2004 당시 네덜란드를 이끌던 아드보카트의 전술적 실책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회 4강까지 올려놓고도 아드보카트가 비난을 받은 이유는 크게 3가지 정도다.
대회 직전까지 훈련했던 포메이션을 급작스럽게 바꾼 점, 베테랑과 신예 선수들 사이에서 다소 우유부단했던 선수 기용,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이기던 경기를 너무 일찍 그것도 부적절한 방법으로 잠그려다 체코에 당한 3-2 역전패때문이었다.
(하필 아드보카트는 경기 내내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이던 로벤을 빼고 경기감각이 떨어져 있던 보스펠트를 투입했다. 경기가 끝난 직후 아드보카트는 결국 자신의 실책을 인정했다.)

하지만 막상 직접 부딪쳐본 아드보카트는 충분히 내공이 느껴지는 고수였다. 아드보카트가 취임 일성으로 내놓은 조치는 자가 운전 금지와 핸드폰 사용 자제 그리고 코칭 스탭에 의한 방 배정이었다. 당초 자가 운전 금지와 관련해 ‘선수들의 안전을 염려한 세심한 배려’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버스라도 타고 다닐 수 있어야 한다’며 자신의 조치가 선수들의 정신적 무장을 요구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선수도 언론도 어색해 하던 선수단 전원의 기자 간담회를 강행한 이도 바로 아드보카트 본인이었다. 인터뷰 개시와 동시에 거의 모든 취재진이 박지성에게로 쏠리면서 당초 우려대로 아수라장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5분 동안의 혼란기를 거치고 난 뒤에는 편안한 분위기속에서 자연스러운 인터뷰가 진행됐다. 특히 젊은 선수들은 그동안 다소 딱딱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던 공식적인 인터뷰보다 이런 방식을 더 선호했다.
아드보카트 스스로는 공식 인터뷰에만 응하겠다고 선언했고 철저하게 이 원칙을 지키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상황에 따라 융통성있게 인터뷰에 응했지만, 아드보카트는 ‘안한다면 안한다’는 입장이다. 그게 오히려 기자들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선수의 말처럼 아드보카트는 ‘짧고 굵게’ 단단한 첫 인상을 줬다. 유로 2004에서의 실패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하긴 2001년 한국땅을 밟은 히딩크 감독도 레알 마드리드와 레알 베티스에서 잇달아 경질당해 당시엔 한물간 지도자로 평가 절하돼 있었다. 히딩크와 아드보카트에게 동시에 적용되는 코드는 바로 ‘기회의 땅에서 재기를 꿈꾸는 명장의 와신상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