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의 이란전 승리....그리고 숙제

한동수 기자 dshan@mbc.co.kr

새 감독을 영입한 축구협회는 이란전 승리를 아드보카트 감독의 역량으로 설명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훈련 닷새 만에 한국 축구가 업그레이드됐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란전 승리는 엄밀히 말해 새 감독 부임이 가져온 심리적 효과, 대타 선수(조원희 이호)의 예상치 못한 활약 그리고 상대팀 이란의 졸전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그러나 긍정적인 변화도 분명 눈에 띄었는데, 우선 압박의 수준과 방법이다.
본프레레 감독의 3-4-3이 넒게 펼쳐졌었다면 아드보카트의 3-4-3은 오므리는 형태였다. 선수들이 느낀 차이점도 바로 이 점이었다. 아드보카트는 ‘축구의 위기는 항상 중앙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선수들을 중앙에 밀집시켜 상대 선수들을 사이드로 밀어내라’고 첫 소집훈련부터 일관되게 주문했다. 선수들도 열심히 뛰긴 했지만 모처럼 한국 축구의 압박은 제대로 먹혀들어갔다.
또, 후반에는 코칭 스탭의 건의를 받아들여 아드보카트는 4-3-3 형태로 변화를 줬다. 3백-4백을 떠나 상당히 신속한 전술적 대응이었다. 물론 4백으로만 전환하면 윙백들이 관행적으로 수비적으로 돌아서는 ‘한국적 특성’ 때문에 공격적인 면에서의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홍명보 코치에 따르면 4백으로 전환한 이유는 상대 공격수가 원톱이어서 중앙 수비수를 2명만 놓고 2명의 윙백을 공격적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송종국-이영표 카드 없이 4백 실험을 시도했고 승리까지 따냈다는 건 출발하는 아드보카트에겐 고무적인 결과였다.

물론 갈 길은 멀다.
현 대표팀의 선수 구성을 살펴봤을 때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윙 포워드의 과잉’이라고 할 수 있다. 차두리 정경호 설기현 이천수 최태욱은 전문적인 날개들이고, 아드보카트는 여기에 박주영과 박지성까지 더했다. 선수들 숫자만 봐도 대안이 꼭 필요한 문제다. 박주영 박지성이 한국 축구의 전부는 아니지만 결국 이 두 선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아드보카트의 전술적 색깔을 규정지을 것이다.

최진철이 돌아온 수비 라인도 뚜렷한 주전들의 윤곽은 보이지 않는다. 김진규 유경렬 김한윤 조용형 김영철 등은 물론 조병국 조성환 곽희주까지 후보들만 무수히 많다. 그러나 아쉽게도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실전 기회는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않다.

신인을 과감하게 기용하지 않는 아드보카트의 성향상 더 이상 뉴 페이스가 발굴될 가능성은 적을 것이다. 또 그러기엔 시간도 짧고 이미 후보 선상에 오른 선수들도 넘치는 실정이다. 여기에 김남일 송종국이 정상 컨디션으로 합류한다면 대표팀은 어느 때 보다 풍부한 인적 자원을 보유하게 된다.
최근 본프레레 전 감독이 ‘현 대표팀은 이미 자신이 구성해놨다’며 독설에 가까운 항변을 늘어놨다. 물론 일리는 말이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본프레레가 나름대로 골라놓은 구슬을 꿰는 일, 그것이 바로 아드보카트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