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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BC를 말한다.② 의도하지 않았던 짜릿함

전훈칠 기자 thateye7@imbc.com

[본색 드러낸 미국]

대회의 내용이 기대치를 밑도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쯤, 이번에는 미국이 사고를 치고 만다. 이미 1라운드 예선에서 캐나다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비극의 시작을 알린 미국. 일본과의 2라운드 첫 경기에서, 이제는 야구팬들 사이에 유명 인사로 변신한 밥 데이비슨 할아버님께서는 명백한 희생 플라이를 아웃으로 판정하더니, 4강행을 좌우하는 멕시코와의 경기에서는 '공에 페인트 묻으면 2루타' 라는 요상한 규정을 실시간으로 선보여 야구인들을 경악케 했다. (심판도 문제지만 그런 판정을 보고 좋아라하는 벅 마르티네스 감독과 미국 관중들의 제스처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착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애초부터 북치고 장구치고 대회를 쥐락펴락했던 미국. 그들이 없다면 대회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기에 어느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 줄 수 있었다.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요상한 조편성 따위는 눈감아 줄 법도 했다. 하지만 야구에 대해 병아리 눈물만큼의 관심만 있다 해도 분간할 수 있는 오심을 웃는 낯짝으로 두 번이나 저지른 것은 한 마디로 유치할 뿐이었다. 차라리 가위바위보로 순위를 정하자는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의도하지 않았던 짜릿함]

물론 대회가 무작정 늘어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의도치 않은 규정이 생각하지 못했던 묘미를 제공하면서부터였다.

투구수 제한 규정.

앞서 말했듯, 야구를 즐겨 보던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유치한 조작이었다.
굳이 야구라는 스포츠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공자님 말씀을 늘어놓지 않더라도, 대회를 급조하다 발생한 너무나 작위적인 규정인 탓에 대부분의 팬들은 쓴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이 규정은 전혀 본의와 무관하게 경기의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바톨로 콜론이나 요한 산타나, 로저 클레멘스 등 최상급 선발투수들을 상대해야 하는 약팀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 간간히 투입되는 만만한 불펜 투수를 두들겨 어떻게 한 번 이변을 만들어 볼 요량이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선전 많은 경기가 그랫고, 우리나라도 투구수 제한 규정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면서 상대팀을 간파해내 좋은 결과를 얻은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투구수 제한 규정을 이야기한다면, 팬들로부터 달가운 답변을 듣긴 어려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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