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시론] 디지털 녹화를 제한하자
iMBC 대표이사 하동근

인터넷을 통한 방송 콘텐츠의 불법 침해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최근 발효된 저작권법 개정안의 경우, 비친고죄 조항이 신설됐고 저작권 침해 방지를 위한 필터링 설치가 의무화되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해 복제 전송 유포되고 있는 방송콘텐츠의 양태를 분석해보면 웹 페이지에서 복제되는 경우는 OSP들이 자체 사이트에서 복제전송을 허용하거나 불법 콘텐츠 게재를 조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네티즌 개인들이 직접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것을 VTR로 녹화한 뒤 이를 다시 디지털 파일로 콘버팅하거나, PVR 또는 DVD 녹화기로 디지털 녹화를 한 뒤 인터넷 상에 전송 배포하는 경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PC에서 TV 수신카드를 이용해 직접 녹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 저작권 침해의 가장 정도가 심한 경우는 후반에 소개한 세 가지 방법의 경우다. 개인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녹화하거나 엔코딩한 뒤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면 양해가 되겠지만,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의도적으로 이를 OSP의 사이트를 통해 불특정다수에게 복제 배포 전송하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각국어로 자막 작업까지 버젓이 해서 말이다.

이 때문에 일본의 경우 디지털 방송의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을 DVD 녹화기로 녹화를 할 경우 한차례 밖에 할 수 없도록 특수한 신호를 사용해 복제를 제한하고 있다. 이른바 `카피 원스(COPY ONCE)'라는 제한 시스템은 지난 2004년 일본의 방송업계와 가전업계가 자체 협의를 통해 도입한 시스템으로 지상파 디지털 방송과 디지털 위성방송의 발신 전파에 특수한 처리를 해 프로그램 녹화를 한차례만 할 수 있도록 했는데, 디지털 방송은 더빙을 아무리 반복해도 화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특성을 이용해 방송 프로그램을 복제한 불법DVD 발매 등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 같은 DVD녹화 제한장치를 완화해서 모두 합쳐 9차례정도는 인정해주자는 움직임이 일부 일고 있다. 대신 10번째 녹화부터는 DVD녹화기의 하드디스크에 녹화한 프로그램이 자동적으로 삭제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론 기존 DVD녹화기에서 다른 DVD 녹화기로 복사하는 행위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복제 전송하는 행위는 종래와 같이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일본의 디지털 방송 더빙제한은 어쩌면 저작권자의 보호를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공격적인 방법 중의 하나다. 미국의 경우, 2009년 아날로그 방송종료를 앞두고 방송물 더빙제한을 한다는 계획은 있으나 아직 실시는 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와 한국은 더빙 제한에 대한 아무런 조치가 계획조차도 없다.

디지털 콘텐츠의 불법 유통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불법 콘텐츠가 유통하지 못하도록 법률적으로 규제하거나, 이에 대한 계몽을 통해 전 국민이 이 같은 행위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처음부터 원천봉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본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디지털 녹화기를 이용한 복제를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우리나라에도 DVD녹화기에 녹화회수를 제한하는 특수시스템을 도입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현재 만연하고 있는 인터넷 상의 불법콘텐츠의 유통, 특히 P2P와 웹 하드를 통한 복제와 배포는 그 침해정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방법이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개정 저작권법이 지난 6월 29일 발효되어도 정작 인터넷 업계에서는 법 개정 이전에 일부 업체들이 가이드라인 제정했다는 소식을 제외하고, 불법 콘텐츠 유통을 줄이기 위한 자정 움직임이 가시화되었다는 기사 한줄 보이지 않으니 과연 저작권 개정안은 정말 발효된 것인지 느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