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하동근 대표, “실패의 본질”

실패의 본질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지난 84년 일본의 다이아몬드사가 출간한 책으로 90 7월 당시 48판을 기록했고 이후 판수를 거듭해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100판을 훨씬 넘어서 이제는 일본인이 필독해야 할 불후의 명저로 자리하고 있다. 정확하게 23년째 일본의 서점가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고, 야후 재팬 사이트의 서적 구입코너에서도 필자가 이 책을 구입했던 90년 당시 가격인 2900엔보다 54엔 오른 2954엔에 팔고 있다. 다이아몬드사가 이 책을 출판한 이후, 중앙공론사가 91년에 418페이지짜리 문고판을 800엔에 내놓았는데 이 문고판 역시 롱 셀러로 자리하고 있다.   
 
실패의 본질이라는 책은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중국과 동남아 그리고 남태평양 등지에서 벌였던 수많은 전투 가운데 작전에 실패하고 또 패배했던 전투의 사료를 분석해 패전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고 이것들이 현재 일본 사회와 기업의 조직 문화에 어떤 관련성이 있고 또 무엇을 반성하고 또 보충해야 할 것인지를 나름대로 분석하고 있다.  ‘도베당시 방위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당시 6명의 필자는 출판 당시 34살에서 48살 사이의 젊은 교수들로 (지금은 물론 50대 후반, 70대 초반의 중장년 원로 교수가 되었지만)구성돼 공동으로 집필했고 이들은 나름대로 일본 특유의 우파적 시각이나 군사적 불가피성 등에 억매이지 않고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사안을 접근했다. 다시 말해 종래의 전사를 군사적으로만 연구하는 방향을 지양하고 현재 일본의 조직에 계승되고 있는 일본 고유의 조직 문화가 어떤 것인지를 파헤치고 또 그 결점을 낱낱이 지적했다. 또 패전의 원인으로 전쟁 전반의 전략을 해당 지휘관들이 공유하지 못하고 그 현장에서 각각 눈앞의 전장에 전술적 대응에만 너무 집착했던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실패의 본질을 쓴 필자들은 집필 의도롤 통해본래 군대라는 조직은 근대적인 의미에서 합리적이고 또 계층적 관료조직의 가장 대표적인 구성체로서 전쟁 전 일본군 조직 역시 합리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관료조직이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당연히 전형적이어야 할 일본군 조직이 대동아 전쟁과정에서 전혀 엉뚱하게 가끔 합리성과 효율성과는 동떨어진 행동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또 이 같은 일본군의 조직적 특성과 결함은 전후 일본사회에서 그다지 진지하게 검토된 일도 없고 오히려 일본군의 조직 특성은 자체적인 결함까지 포함해 전후 일본 사회 전체의 조직사회에 아무런 비판 없이 도입되고 계승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현상은 평상적인 사회 상황에서는 큰 문제없이 순조롭게 기능 할지 모르겠지만, 만일 다시 국가적 위기가 초래될 경우 대동아 전쟁에서 일본군이 드러냈던 조직적 결함을 또 다시 드러내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전제아래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일본은 이 책이 우려했듯이 90년 초반 거품경제의 붕괴로 지난 10년을 고통 속에서 재기를 위한 고통을 치러야 했다.
 
실패의 본질이란 책은 시간이 흐를수록 일본 사회에서 그 가치를 갈수록 높이 평가 받고 있고, 이제는 롱 셀러의 자리에서 한 단계 더 올라가 고전의 영역으로 까지 올라섰고, 기업의 조직관리 담당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일본인 필독의 불후의 명저가 되었다. 실패의 본질이란 책이 지적하고 있는 일본군 실패의 본질은 자기변화 능력의 결여에서 비롯됐다고 한마디로 정리하고 있다.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관련해 최근에 들은 재미있는 얘기가 하나 있다. 그것은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우화의 새로운 버전이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라는 동화에서는 달리기의 달인인 붉은 여왕이라는 캐릭터가 나오는 데 이 여왕이 통치하는 나라는 아무리 앞으로 달려도 앞으로 나아갈 수없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앨리스는 붉은 여왕에게 왜 아무리 열심히 앞으로 달려도 몸이 나아가지 않는지 물었다. 붉은 여왕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앞으로 달려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주변세계가 우리와 함께 앞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몸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제자리에라도 있고 싶으면 죽어라하고 앞으로 뛰어야 한다고...
 
변화에 따라 잡지 못해 도태하거나 존재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사라진 기업은 수도 없이 많다. 디지털 시대에 한 발 늦게 대응해 주저앉은 필름이나 아날로그 비디오테이프 업계 그리고 순식간의 일이지만 개인 블로그의 수요를 읽어내지 못한 아이러브 스쿨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쇼핑물결에 대응하지 못한 대형 서점들의 몰락도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미디어의 출현으로 대응에 고민을 하고 있는 신문이나 잡지업계 그리고 방송업계의 고충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얼마나 빨리 포착하고 이에 걸맞게 행동할 수 있느냐이다. 변화를 한발 앞서 알아채고 또 움직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수 있을 것이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그때그때 시대의 요구와 변화에 빨리 대응하고 적절하게 대처 해 나간다는 일은 기업의 숙명이자 당연히 풀어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를 사는 기업들은 한번쯤 실패한 기업의 예를 통해 현안을 풀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보고, 또 주변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고 조직을 강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하동근 대표

<약력>

81년 외대 영어과 졸업

90년 동경특파원

2000년 보도국 국제부장

2001년 보도제작부장

2003년 ㈜iMBC 대표이사 사장()

 

 

 

iMBC

2000 3월 회사 설립

2002 2월 벤처기업 등록

2003 4월 방송콘텐츠 유료화

2005 1월 코스닥 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