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근
iMBC 대표이사
뉴미디어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될수록 지상파 방송 콘텐츠의 수급을 둘러싸고 관련업계가 몸살이다.
케이블 TV가 서비스 될 때도 그랬고, 위성
방송 때도 마찬가지였다. 위성DMB 방송은 지상파 방송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해 사업을 접어야 될지도 모른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고, IPTV 역시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안달이다. 뉴미디어 서비스가 새로 시작될 때마다 해당 매체와 서비스에 걸 맞는 콘텐츠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지적과 주장은 수없이 나왔지만 관련 매체 사업담당자들은 오매불망 지상파 콘텐츠를 새로운 서비스의 필수조건이라면서 지상파 방송
콘텐츠의 재전송을 하나같이 요구하고 있다.
왜 대한민국에서는 새로운 뉴미디어가 서비스가 시작될 때마다 해당 사업자들이 지상파 방송 콘텐츠의 수중계 즉 라이브 방송을 원할까? 지상파 방송 콘텐츠의 경쟁력이 정말 막강해서 어떤 뉴미디어 서비스라도 반드시 지상파 방송 콘텐츠를 서비스해야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지상파 방송 콘텐츠를 약방의 감초처럼 생각해 자사 사업을 조기에 정착시켜주는 이른바
봉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할 때가 많다. 가져가는 입장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본다면 이른바 뉴미디어 즉 새로운 서비스를 한다면서 자체 콘텐츠를 개발해서 서비스를 하지 왜 구닥다리처럼 시작한지도 수십 년이
지난 지상파 방송 콘텐츠를 원하는지 금방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논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뉴미디어 서비스는 기술발전에 의한 새로운 미디어의 탄생이라고
할진 모르나 자체 콘텐츠는 없는 서비스이다. 그래서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 물론 양방향 서비스가 있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그것도 서비스일 뿐이지 콘텐츠는 아니다. 반면 지상파 방송은 무선송출이라는 캐리어에 콘텐츠를 실어 보내는 이른바 무선망도 있고 콘텐츠도 생산하는 요새말로
하면 망과 콘텐츠를 모두 가진 매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오래된 매체이어서 양방향 서비스는 디지털화가
마무리되는 2012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지상파 방송과 뉴미디어 서비스가 공존하고 또 상호 발전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지상파
방송콘텐츠의 재전송 문제의 핵심은 서비스가 아니라 콘텐츠 그 자체이다. 속된 말로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도
방송 콘텐츠가 사업의 정착에 필요한 핵심 킬러콘텐츠이니까 좀 갈라 쓰자는 얘기고,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자장면 배달 방법이 자전거, 오토바이, 스쿠터, 소형차 등으로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지만 배달하는 내용물 즉 자장면 그 자체는 변함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동안 걸어서 자장면을 배달하는 중국집 주인에게 오토바이로 배달할 테니까 자장면을 나에게도
공급하라면 그 중국집 주인은 과연 쉽게 자장면을 내놓을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자장면을 만드는 일과
배달하는 일은 다르다. 해답은 여기에 있다.
뉴미디어 사업자들은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 콘텐츠를 돈을 주고 사가려는 노력만 했을 뿐이지, 방송
콘텐츠의 경쟁력 향상과 콘텐츠 육성을 위해 어떤 도움과 협조를 하겠다고 제안한 일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자체 서비스의 특성에 어울리는 새로운 채널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나 투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기존 콘텐츠 산업 가운데 방송을 빼놓고 필요하다 싶은 콘텐츠는 나름 확보하는 노력은 하긴 했지만 그것으로 그 매체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지상파 방송 콘텐츠가 필요하다면 지상파 방송 콘텐츠의 속성과 역할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되었을 때, 비로소 뉴미디어 사업과 방송 사업은 상호 공존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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