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조촐한 한복 가게 앞(야외,오후3시경)
순영, 평범한 외출복 차림으로
한복 가게 문을 열고 나와서
문을 잠근다.
S#2.호텔 앞(야외,오후)
그리 큰 규모가 아닌 호텔
(평창동 올림피아 호텔쯤)
택시가 호텔 마당으로 들어와
출입문 앞에 멈춰선다.
순영, 택시 요금 지불한다.
벨보이 다가가서 택시의
문을 열어준다.
순영, 택시에서 내린다.
벨보이, 허리 굽혀 인사한다.
호텔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영.
S#3.호텔 로비 라운지(야외)
순영, 로비 라운지로 들어선다.
호텔 종업원, 인사한다.
순영, 실내를 둘러보면
창가에 앉아있는 애선과
안상호.
애선, 무슨 얘긴지 웃으면서
하고 있다가 입구에 서있는
순영을 발견한 뒤 안상호에게
실례한다 말하고 일어나서
순영에게 온다.
순영, 예상치 않았던 남자가
애선과
함께 있어 조금 어리둥절하며
안상호 쪽을 본다.
안상호, 물컵을 들어 물을
마신다.
애선 (순영의 손을 잡으면서
눈을 흘기고)
넌... 내가 꼭 니네 동네까지
와서 불러내야만 얼굴
보여주니? (끌고 가려고
하면)
순영 (안상호가 신경이
쓰인 채 손을 놓고)
나 저쪽 커피숍 가서 기다릴께.
애선 왜?
순영 손님이랑 얘기중이잖아?
애선 괜찮아.
순영 얘기 끝내구 와. 기다릴께.
애선 합석해두 돼, 너두
아는 분이야.
순영 (안상호 쪽 본다.
누군지 생각이 안나 다시 애선을 본다)
애선 (낮게 귀에 대고)
세미 시아버지셔.
순영 (안색 굳으면서 손을
뿌리치고 돌아서서 나간다)
애선 어머 얘...
S#4.호텔 로비(야외)
순영,로비로 걸어나오고
애선,뒤쫓아와서
잡아 한쪽으로 끌고가서
애선 그냥 가면 어떡해?
순영 (돌아서면서 화가
나서) 사람이... 어쩜 이렇게 황당하니?
애선 (낄낄 웃고) 선보러
나오라면 니가 나왔겠어?
순영 (화가 난 채 손 뿌리치고)
지난번 내가 뭐랬어?
싫다구 분명 말했지?
애선 그래두 이왕 나왔으니까
한번만 만나봐.
정말 좋은 분이야.
순영 (화가 나서) 뭐하러
내가 (하다가 주위 둘러보고
목소리 낮추면서) 쓸데없이
남잘 만나?
꿈에두 시집 갈 생각 없는데?
애선 생각이 바뀔수두 있잖아?
순영 있는 남자두 귀찮은
나이야.(돌아서서 급히 문쪽으로 가고)
애선 얘... (쫓아간다)
순영 (급히 출입문 나간다)
S#4-1.호텔마당(야외)
순영,나오고 애선,뒤쫓아나와서
순영을 붙잡는다.
택시 기다리던 두어 사람
순영과 애선을 바라본다.
애선, 순영을 끌고 한쪽으로
간다.
순영 왜 이래, 이거 놔.
애선 (붙잡은 채) 너, 허리
꼬부하질 때까지 남의 옷만 지어주구
있을래? 돋보기 쓰고 쭈그리구
앉아 바느질이나 하구 있는게
그렇게두 좋아?
순영 (뿌리치고 벌컥) 그래,
난 바느질이 좋아.바느질하구
있을때가 젤 행복해.
애선 알았어. 알았으니까
화내지 말구...
그냥 가서 차만 한잔 마시고
가.부담없이...
선본다는 생각하지 말구.
순영 난 모르는 남자랑
마주 앉아 할 얘기 없어.
애선 아주 모르는 남자두
아니잖아? 세미 시아버지야.
우리 사돈이라구.
순영 내가 니네 사돈이랑
마주앉아 할 얘기가 뭐가 있겠어?
더군다나 바깥사돈이랑?
애선 얘긴 내가 다 할게.
넌 입 다물구 가만히 있으면 돼.
(끌고가려 한다)
순영 (뿌리치고) 싫다는데
왜 이러니 정말?
애선 (사정하듯) 니가 이대로
가버리면 난 뭐가 되니? 저 양반...
송추에서 일부러 나오셨는데...나만
실없는 사람 되잖아?
순영 니가 저지른 일이니까
니가 수습해. (돌아서는데)
애선 (붙잡으면서 화가
나서) 니가 뭐 꽃띠니?
외간 남자랑 내외할 나이야?펄펄
뛸게 따로 있지,
차 한잔 마시는게 뭐가
어떻다구 야단이야?
순영 (얘기하려면)
애선 (O.L) (입을 막듯
간절하게) 부탁이야.
내 체면 한번만 살려줘
순영아, 응?
이번에 진짜 니 맘 알았으니까...
다시는 절대루 너 싫다는
일 안할께. 나 좀 한번만
봐줘, 순영아 응?
S#5.호텔 로비 라운지(야외)
안상호, 물컵을 들고 만지작거리다가
한모금 마시고 컵을 내려
놓는데.
애선, 순영의 손을 끌고
들어온다.
안상호,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선다.
애선, 순영의 손 끌고 옆까지
와서
애선 저기요... 말씀드린
제 친구에요.
안상호 (고개 숙인 뒤 앉으라는
시늉 한다)
애선, 순영의 손을
잡아 앉으라고 권하고
안상호와 애선도 앉는다.
애선 인사해, 우리 사돈
어른이야.
순영 (고개 숙인다)
안상호 (고개 숙이고) 안상홉니다.
애선 (순영쪽 보고) 사실은...
이 친구... 이런 자린줄 모르구
나왔어요. 선본다구 했으면
절대 나타나지 않을
사람이거든요.
안상호 (순영에게) 죄송합니다.
내키지 않은 자리에 나오시게 해서.
순영 (뭐라 말 못하는데)
애선 이 친구가요, 어찌나
수줍음이 많은지...나이 먹었어두 천상
여잔거 있죠?
순영 (그런 말도 마땅치가
않다)
종업원,
포트 들고 와서
순영 앞 물컵에
물을 따라준 뒤
종업원 주문 하시겠어요?
애선 우리 두 사람은 아까
마셨구요. (순영쪽 보고) 딸기쥬스
맛있드라. 딸기쥬스 마셔.
(종업원에게) 딸기쥬스 가져와요.
종업원 (허리 굽혀보인
뒤 돌아가고)
애선 이 친군 학교때부터
성품이 아주 조용했어요...
지금두 누구랑 어울려 다니는거
싫어하구요,
틈나면 그저 책 읽는게
취미에요.
안상호 어떤 책 주로 읽으세요?...
순영 요샌 눈이 아파서
책 못읽어요.
애선 뭐가 그래? 지난번에두
연애소설 읽구 있드구만.
순영 (민망한데)
애선 이 친구가요, 읽기만
잘 한게 아니라 쓰기두 잘 했어요.
학교땐 시를 얼마나 잘
지었는지요...
전 이 친구가 꼭 시인이
될줄 알았다니까요.
여학교땐 소설 시집만 끌어안구
다녔으니까요.
순영 (진땀이 나서) 제발
그만 좀 해.
안상호 (웃고) 옛날 얘기
들으니까 재밌는데요.소시적엔 저두
문학청년이었습니다.
애선 (순영에게) 세미 아빠한테
받은 연애 편지 이 양반이 다
대필 해주셨어. 내가 그
편지땜에 세미 아빠한테 뿅 갔던거
아니니?
안상호 (웃고) 장사장이
제 고향 후뱁니다.
애선 (순영에게) 괜히 내가
이 양반 만나게 한거
아냐...(안상호에게) 비록
일찍 만나진 못하셨지만 두분
천생연분이라니까요.
순영 (불쾌한 기분 겨우
숨긴다)
안상호 (물컵 들어 마신다)
애선 ...(두사람 번갈아
보면서)
저기... 제가 이 자리에
있는게 오히려 방해 되구
불편하시죠? 먼저 일어설께요.
순영 이러지 마. (애선을
붙잡는다)
애선 (손 뿌리치고 눈을
찡긋거리면서) 연락할께.
순영 (일어선다)
애선 앉아있어. (순영을
앉히고 안상호에게) 그럼... 말씀 나누세요.
안상호 (일어서면)
애선 아유, 앉으세요 앉으세요.
애선, 돌아서서 나가면
안상호 인사하고 자리에
앉는다.
순영, 보호자 손을 놓쳐버린
어린애처럼 막막해 있는데
종업원, 딸기쥬스 한잔
들고와서
순영 앞에 놓는다.
안상호 (쥬스 가리키면서)
드시죠.
순영 (어쩔줄 모르고)
안상호 (돌아보고) 이봐요.
종업원 (옆으로 온다)
안상호 난 커피 한잔 줘요.
종업원 네... (돌아가고)
안상호 (물컵 들고 마신
뒤 순영을 바라보고)
혹시 옛날에 우리 만난
적 없었습니까?
순영 세미 결혼식장엔 갔었지만...
안상호 결혼식에서 뵌 기억은
없구요. 옛날에 어디선가...
순영 아마 제 얼굴이 너무
평범해서 그러실 거에요.
안상호 (펄쩍 뛰면서) 아뇨
아뇨. 그런 말씀 아닙니다.
순영 (본다)
S#6.호텔마당(야외)
애선, 호텔문을 나오면서
혹시 순영이 따라 나오지나
않나
몸을 돌려 호텔 돌아본다.
순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다소 안도한다.
S#7.달리는 승용차 안(야외)
기사가 운전하는 승용차
안.
애선 (뒷좌석에 기대앉아
휴대폰 버튼을 누른 뒤) 여보세요. 그래
정우야. 아줌마다. 거기
어디니? 사무실? 일요일인데?
S#8.이벤트 회사 사무실
공연 포스터가 벽에
가득 붙여져있고 좁은 사무실.
발디딜 틈 없이 복잡하다.
직원들 자리 몇은 비어있고
정우, 사내처럼 거칠게
차려입고
컴퓨터 앞에 앉아 공연
기획서
정리하고 있다가 전화기
들고
돌아 앉아서
정우 일이 좀 바빠서요.
엄마 어떻게 되셨어요?
애선F (낄낄 웃고) 내가
누구니? 성공이야 성공.
정우 순순히 나오셨어요?
애선F 내가 머릴 좀 썼지.
좋은 머리 뒀다 뭐에 쓰니?
정우 (픽 웃고) 화 안내셨어요?
애선F 좋아두 싫다구 펄펄
뛰는 여자가 니네 엄마야. 니네 엄마
공주병에다 왕 내숭인거
모르니?
정우 (깔깔 웃는다)
병국,외출차림으로 들어온다.
포스타 말아들고
정우 (돌아본 뒤 웃음을
그치고)
아줌마, 나중에 전화 다시
드릴께요.
애선F 그래.
정우 수고하셨어요, 아줌마.
(수화기 놓고 병국을 본다)
병국 (앉으면서) 형 연락
왔어?
정우 아직. (일어서면서)
포스터 좀 봐.
병국 (손에 말아 든 포스터
펴보인다)
정우 (뒤로 물러서서 본다)
어두운 바탕색에
<싱그런 5월의 밤 -조경호와
함께>
라는 행사 제목과 실루엣으로
남자가수가 마이크 들고
있는 사진.
그 밑에 2000년 5월 13일(水)
잠실 체조 경기장
주최 다나 기획 등이 포스터에
담겨져있다.
병국 어때?
정우 바탕색이 검정이었어?
병국 바탕이 어두워야 인물이
살지.
정우 꼭 클래식 포스터
같애.
병국 형 취향, 이렇잖아?
정우 애들은 이런거 안좋아하는데.
병국 애들이 포스터 보구
공연 오냐? 됐어 됐어, 통과!
문열리고 영준 들어온다
병국 형.
영준 (잔뜩 언짢아서 의자에
앉는다)
병국 (포스터를 들어보이고)
포스터 나왔어요.
영준 (책상 위 치우면서)
이번 공연 엎을지두 몰라.
병국 무슨 소리에요?
영준 개런티 올려주기 전엔
공연 못한대.
정우 도대체 얼마 달래요?
영준 (보지 않고 물건 치우면서)
3천.
정우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병국 (다가가서) 작년에
5백짜리가 일년 사이 3천으로 뛰어
올라요? 아무리 톱가수
됐다지만... 말두 안돼.
정우 우리가 제시한 개런틴
얼마였죠?
영준 천오백.
병국 천오백두 너무 많지.
우리같은 월급쟁이 일년치 봉급이잖아?
정우 그런건 얘기할 필요
없어. 어쨋든 조경호가 누구땜에 톱가수
됐는데? 우리랑 공연한
뒤 음반 판매 불붙은거 즈이두
인정했잖아?
영준 계약서부터 써야 했는데...
내 불찰이야.
병국 구두 계약은 계약
아닌가요?
정우 (책상 앞으로 가서
수첩에서 핸드폰 번호 확인한 뒤 수화기
들고 전화한다)
병국 (돌아본다)
정우 (몇개 선택버튼 누른
뒤 수화기에 대고)
안녕하세요 최실장님. 저
다나기획 이정우에요. 이번
공연껀으로 좀 만나구 싶은데요.
멧시지 받으시면 연락
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수화기 놓는다)
영준 니가 만나서 어쩌려구?
정우 포스터까지 나왔어요.
이대로 앉아 포기해요?
영준 (본다)
S#9.호텔 라운지(야외)
순영 앞에 딸기쥬스 반쯤
마신 채
놓여있고 종업원, 안상호
잔에다
커피를 다시 채워준뒤 돌아간다.
안상호 (커피를 한모금
마신 뒤)
저두 사실... 이 자리에
나오는덴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이 나이에 누군갈 만난다는게...
쑥스럽기두 하구요... 쉬운일
아니었어요. 그래서...
며칠동안 제 자신한테 이렇게
타일렀죠... 남아있는 시간두
니 인생이야... 라구요.
순영 (본다)
안상호 사별하신지 오래
되셨다구 들었습니다.
그동안... 재혼 생각 전혀
안하셨어요?
순영 ...전 딸 아이가 있어요.
안상호 따님 때문에 포기하신
겁니까?
순영 포기했다기보다 필요성을
별루 못느낀거죠.
안상호 (웃고) 제 꼴이
우습겠군요?
순영 (본다)
안상호 이 나이에, 자식이
넷씩이나 되가지구 재혼 해보겠다
선보는 자리까지 나와 앉아있으니
말입니다.
순영 ...사람마다 각자
자기 인생이 있는거죠.
남의 인생에 대해 어떻게
함부로 말하겠어요?
안상호 (시선 내려 잠시
생각해 보고 커피잔 만지작거리면서
담담하게) 제 아내는...
막내 낳구 병들어 거의 20년 넘게
누워 지냈습니다. 마지막
3년간은 일어나 앉지도 못했죠...
순영 (본다)
안상호 그 사람 세상 떠나구...
주변 사람들 표정은 그랬어요.
“짐을 벗어 홀가분하겠다”...사람들만
그랬던게 아니구...
제 자신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내한테서 벗어나면 홀가분할
줄 알았어요...
순영 (본다)
안상호 근데... 그 사람
땅에 묻고나서 알겠드라구요.
20년 동안 제가 아낼 보살폈던게
아니구 아내가 절
보살폈다는 걸.
순영 (시선을 내린다)
안상호 아내가 살아있을
때만 해두... 나이 먹어 재혼하는 사람들
주책으로 보였습니다...그래서
저두... 아내가 혹시 어떻게
된다면 절대 혼자 살겠다
다짐했었어요.(웃고) ...혼자
살아남는게
어떤건지 그땐 짐작두 못했던거죠.
순영 ...(물컵을 들어 한모금
마신다)
안상호 (좀 무안한듯 웃고
담배를 끄면서) 죄송합니다. 제가 초면에
너무 많은 얘길 했죠?
순영 아니에요.
안상호 저 원랜 이런 수다쟁이
아닌데 오늘 이상한데요...
전부터 알았던 분 오랜만에
만난 기분이에요.
저 혼자 이러는 것두 주책이겠죠?
순영 (예의로 웃어준 뒤
물컵 들어 만지작 거린다)
S#10.수목원
(야외,오후4시쯤)
수목원으로 세미의 차 들어온다.
(아반떼 정도의 수준)
수목원에서 전지 작업
(시의에 맞는 다른 일도
무방)
하고 있던 방기태 차 소리에
연장을 든채로 길가로 나온다.
세미, 차문을 열고
세미 안녕하셨어요, 외삼촌?
방기태 얼굴 잊어 먹겠어.
세미 ...바쁘시죠?
방기태 그렇지 뭐. (안을
들여다 보고) 수명인?
세미 일요일엔 저두 오빠
얼굴 못봐요.
방기태 왜?
세미 아버지 모시구 골프장
가니까요...
방기태 (못마땅한 기분이지만
참고) 들어가 봐...
세미 (차문을 닫고 다시
가고)
방기태 (차 뒤에 대고)
남의 아들 뺏아가서 잘한다.
(나무쪽으로 가서 가지
치다가) 근데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될려구 이 지경인가? 어떻게
되서 서방이 오빠야?
S#11.안상호집 마당(야외)
마당에 누렁이 (토종 개)가
돌아다니고 세미, 불고기
감
곰국거리 등이 든
비닐 봉투와 쇼핑백 들고
들어온다.
서귀옥, 마당에서 아욱을
다듬고 있다.
세미 외숙모.
서귀옥 (돌아보고) 아이구...(일어나서
비닐 봉투만 받고) 혼자 왔어?
S#12.안상호집 마루
서귀옥, 봉투와 아욱이
든
소쿠리 들고 들어오고
세미, 뒤따라 들어온다.
마루에 커다란 교잣상 놓여있고
방석이 몇개 놓여있다
서귀옥 (들어오면서) 아버님
집에 안계셔.
세미 알아요.
서귀옥 (돌아보고) 자네한테
연락 하셨어?
세미 (뭐라 할까 하다가)
네.
서귀옥 (봉투 내려다 보고)
뭐야 이게?
세미 장조림감이랑 사골이요.
서귀옥 당분간 사골 사오지
마. 곰국에 다들 물렸어. (부엌으로
간다)
S#13.안상호 부엌
서귀옥, 고기랑 쇠뼈를
냉동실과 냉장실에
각각 집어 넣으면서
서귀옥 아버님 어디 가셨는지
알어?
세미 (식탁에 앉으면서)
말씀 안하시구 나가셨어요?
서귀옥 (냉장고에서 콩나물
봉지를 꺼내 양푼과 함께 들고 옆으로
와서 앉으면서) 어디 가시면
가신다구 말씀 하시나? 오늘은
누굴 만나시는지 양복까지
빼입구 나가셨어.
세미 수은인 경기장 갔어요?
서귀옥 응, 우리 진이랑.
세미 수창씨 요즘... 컨디션
좋죠?
서귀옥 근데... 듣자듣자
하니까...수창씨 수은이가 뭐야?
세미 (혀를 쏙 내밀었다
집어넣고) 도련님 아가씨란 말 죽어두
안나오는거 있죠?
서귀옥 (삐딱해서) 결혼하구두
친정에 고대로 있으니 시동생 시누이
부를 일이 어디 있어야지.
세미 외숙모, 제가 친정에
살구 싶어 살아요? 오빠 회사땜에
그런거죠.
서귀옥 (콩나물 봉지 찢어
콩나물 꽁지 떼어내면서)
아버님두 이젠 며느리 지어주는
진지 잡수구 싶으셔...
세미 (함께 콩나물 다듬으며)
아버님 제 음식 솜씨 다 아시는데요
뭐. 그리구 우리 엄마한테
그러셨대요.며느리랑 같이 사는거
불편하시다구.
서귀옥 자네 미안해 할까봐
하신 말씀이야. 편할대로 생각하지 마.
세미 저두 아버님께 어떻게
해드리는게 효돈지 다 생각하구
있다구요.
서귀옥 생각할 필요가 뭐
있어?뭐니뭐니해두 모시구 사는게 그래두
젤 큰 효도야.
세미 (콩나물 다듬으면서)
아버님이 원하시는건 자식들이랑
함께 사는게 아니에요.
서귀옥 함께 사는게 아니면?...
세미 재혼하구 싶으세요
아버님은.
서귀옥 재혼? 말같지 않은
소리 하지두 마.(콩나물 꽁지 떼면서)
세상 남자가 다 재혼해두
자네 아버님은 절대 재혼 안하셔.
세미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서귀옥 아버님 같은 애처가
세상에 둘두 없었어.
돌아가신 양반 눈에 밟혀서
다른 여자랑 어떻게 사셔?
절대 재혼 같은거 못하시지.
못하시구 말구.
세미 (어깨 으쓱한다)
서귀옥 아버님한테 재혼
얘긴 꺼내지두 마.
자네, 시아버지 모시기
싫어 그런다 오해 받어.
세미 (웃고) 외숙모야말루
뭘 잘 모르시는거 같애요.
서귀옥 무슨 소리야?
세미 아버님 오늘 어디
가셨게요?
서귀옥 어디 가셨어?
세미 선보시러요.
서귀옥 선?
세미 (긍정하듯 본다)
서귀옥 (충격받아서 본다)
S#14.호텔마당(야외,5시무렵)
안상호, 순영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안상호 (순영 돌아보고)
댁이 근처시라구요?
순영 네.
안상호 잠깐 계십시요.
제가 차 가져오겠습니다.
순영 아닙니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여기서 차타면 5분 거리두
안돼요.
안상호 제가 모셔다 드리구
싶은데요.
순영 (단호하다 싶게) 아니에요
정말...사양하겠어요.
안상호 (섭섭해서 본다)
순영 ...안녕히 가세요.
(인사하고 돌아서서 호텔 마당을 나간다)
안상호 (순영의 뒷모습
바라보고 있다)
S#15.길거리(야외)
순영,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데
안상호의 찝차가 순영 옆으로
선다.
순영 바라본다.
안상호 차에서 내려서서
순영쪽 문을 열고
안상호 타시죠.
순영 (주변을 돌아본다)
정류장에서 몇사람이
바라보고 있다
안상호 (타라는 시늉을
한다)
순영 (어쩌지 못한다)
안상호 모셔다 드릴께요.
S#16.달리는 찝차 안
(야외,오후5시무렵)
안상호 운전하고
순영 옆에 어색하게 앉아있다.
두사람 침묵하면서 달리다가
안상호 ...(앞쪽을 바라본채로)
제가... 너무 무례했나요?
순영 (돌아본다)
안상호 (앞을 본채로) 젊었을
땐 나이 먹으면 여유 있을 줄
알았어요...막상 이 나이
되니까... 오히려 맘이 급해집니다.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생각돼서 그러나 봐요.
아까두...이대로 집에 가면
후회하겠지 싶었어요.
무례했다면 용서해 주십시요.
순영 ...
S#17.순영의 한복가게 앞
(야외,오후5시무렵)
안상호 찝차가 와서 멈춰선다.
순영 찝차 문을 열고 내리려는데
안상호 운전석에서 내려서
순영쪽으로 온다.
순영 찝차에서 내려서고
순영 감사합니다...안녕히
가세요.
(허리 굽혀서 인사한다)
안상호 (인사한다)
순영 (돌아서서 한복가게
쪽으로 간다)
안상호 잠깐만요
순영 (돌아선다)
안상호 (끄덕인뒤 조금
망설이다가)다시 만나 뵙구 싶다면 실례
될까요?
S#18.순영 가게 안
순영 문열고 들어오면
가게안 재봉틀과
바느질 감으로 어수선하다.
바느질감을 한쪽으로 치워놓고
자리에
앉는 순영웬지 편치 않은
심정이다.
S#19.경륜장(야외,오후5시
반 무렵)
관중들 꽉 차 긴장감 도는
속에서
장내 아나운서멘트와 함께
특선부 마지막 게임이 시작되기
직전이다.
(김찬호 장내 아나운서에게
협조 요청)
출발기 앞에 자전거 세워놓고
7명의 선수들 긴장한 채
서 있다.
수창과 박호길 긴장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다. 출발 신호
울리면
선도 유도 요원이 앞에
달리고 7명의
선수 서서히 자리를 잡으면서
따라간다.
관중들 요란한 응원속에
선도
유도요원이 퇴장하면 7명의
선수
치열하게 선두 다툼을 벌인다.
박호길 일찌감치 앞에 자리를
잡고
1등으로 달리고 있고 수창
뒷쪽에서
질주하면서 추월해 나온다.
...운동장의 함성 떠나
갈 것 같다.
관중석에서 열렬히 응원하고
있는
수은 민기진이 일어서서
소리를 지른다.
수창 맨 뒤에서 한사람씩을
젖히면서
자리를 바꾸다가 경기 종료
직전 극적으로
골 인지점에서 극적인 1등을
하면서 들어선다.
박호길은 막판에서 2위
쳐진다.
전광판에 슬로비디오로
선수들이 골인하는 순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우승 선수 번호 및 확정
배당률이 나타난다.
수은 진이 민기 좋아서
어쩔줄 모른다.
수창 전광판을 바라보면서
두팔을 뻗은 채
천천히 달리고 1등을 지키다가
막판에 2위로 쳐진
박호길 허탈하고 화가 나서
수창을 노려본다.
수창 호길의 시선 의식하고
호길쪽 바라본다.
두사람 문에서 불똥이 튄다.
S#20.선수 대기실(야외)
수창과 함께 선수들
자전거를 끌고 들어온다.
후배들 나와서 뛰고 들어온
선수들의 자전거 받아준다.
후배 한사람 수창에게 손바닥을
마주치며
우승 축하하고 자전거 받는다.
한 선수가 호길의 자전거
받아주려 하면
호길 신경질을 내면서 손
뿌리친다.
S#21.호프집(저녁,야외)
민기 수은 잔에 맥주 가득
따른다.
진이 맥주잔을 들고
진이 나두.
민기 넌 안돼.
진이 왜요?
민기 고등학생이 무슨 술?
진이 맥주는 술 아니래요.
수은 (콜라 가리키면서)
까불지 말구 콜라마셔.
진이 (입을 삐죽이고)
수은 (맥주 벌컥 벌컥 마신다)
민기 (자신의 잔에 술따르려면)
수은 (맥주병 뺏고) 넌
운전수야.
민기 목말라. 한 모금만.
수은 음주 운전 걸리구
싶어?
민기 10분이면 깬단 말야.
(병 뺏으려 실랑이 하는데)
진이 (문쪽보고) 오빠다...(손을
들어보인다)
수창 (옆으로 오고)
진이 (일어서서 손을 흔들면서)안수창
안수창.
수창 (옆으로 와서 진이
머리 한번 가볍게 쥐어박고 앉는다)
민기 (맥주 잔 주고 술따르면서)오늘
경긴, 진짜 짜릿했수 형.
진이 (앉아서 신이나) 응원단
있어서 더 힘 났지?
수창 그래...
수은 박호길 선수 죽고
싶었을꺼야.
민기 같이 붙어서 몇번째죠.
형한테 깨진게?
진이 연속 다섯번, 맞지?
수창 (웃고) 자 마시자.
(맥주잔 든다)
수은 맥주 진이 콜라
민기 빈잔 부딪친다
수창 넌 왜 빈잔이야?
수은 앤 기사잖아. 오빠
태우구 가야지.
수창 한잔은 괜찮아. (맥주병
들어 따라주고)
민기 (수은에게 그것 보라는
표정)
진이 오빠 우리 돈 땄다.
수창 얼마나?
수은 셋이서 3만 칠천원.
수창 얘 땜에 망했어요
쌍승식 걸었으면 20만원두 넘었는데.
수은 됐네 이사람아.
수창 (술잔 들고) 마시자.
수창 민기 수은 맥주 잔을
부딪치고
진이도 콜라잔 부딪친다.
S#22.수목원(야외,저녁)
안상호 찝차
시동끈채로 서 있다.
S#23.찝차 안
(야외,저녁)
찝차 안에 앉아있는 안상호
담배에 불을 붙인채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다.
E 전화벨
S#24.순영 한복가게(저녁)
순영 돋보기 쓰고 앉아
저고리에 동정을 달다가
수화기 들고
순영 네 바느질 집입니다.
애선F 나야 순영아.
순영 ...
애선 (은근하게) 언제 들어왔어?
F 저녁 먹구 들어왔니?
순영 너 어디야?
애선F 양자네 집, 너두
지금 이쪽으로 올래?
순영 정말...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S#25.양자 거실(저녁)
한옥으로 된 한정식집 (세검정)
한쪽에 들어서 있는 내실.
역시 한옥의 거실이다.
애선 수화기 들고 낄길거리면서
애선 아직두 화난 거야?
아니지?
양자 (쟁반에 오미자 차
두잔과 메론을 깎아 들고 들어와 애선
앞에 놓고 앉는다)
S#26.순영 가게 안(저녁)
순영 (수화기 들고) 니네
사돈만 아니었으면 나 그자리에서
나왔어. 니 얼굴 봐서 끝까지
앉아있었던 거야.
애선F 아유 너두 맘에 들어하는
눈치든데 뭘그래?
순영 뭐야?
S#27.양자 거실(저녁)
양자 애선에게
포크로 찍어주면
애선 (낄낄 웃고 메론 받아
먹은뒤)
그양반 애프터 신청 하셨니?
(은근하게) 언제 만나리구
했어?
순영F 끊어 전화.
E (전화 끊기는 소리)
애선 (급하게) 얘 순영아,
양자 끊었니?
애선 (수화기 보면서) 어유
성질머리 하구는...
(수화기 내려 놓는다)
양자 화 많이 났어?
애선 내가 그 속 모르니?화난
척하는거야. 무안하니까.
양자 (차 마시고) 니 맘대로
생각하지마. 내가 순영이라두
불쾌했어.
애선 뭐가 불쾌해?
양자 나이가 몇인데 재혼이야?
애선 나이 많으면 재혼
안되다는 법 있어?
양자 남사스럽잖아?
애선 누구한테 남사스러?
양자 이 세상 혼자 사니?
애선 세상 사람들이 순영이한테
해주는게 뭔데?
수절하구 혼자 살았다구
열녀문이라두 세워준대?
양자 넌 뭐든 십게 생각하는
게 병이야...
애선 쉽게 생각해서 넌
인생 실패했니?
복잡하게 생각하는 너보다
성공했다 나...
양자 (어이 없어서 웃는다)
애선 솔직히 양자 넌 혼자
살아두 돼.돈 있으니까.
그렇지만, 순영인 돈두
없잖아? 혼자 바느질하다 재처럼
사그라들텐데 그게 뭐야?
누구보라구 그렇게 살아?
지금이라두 남편 밥 먹구
살수만 있다면 그게 행복인거야.
양자 (차 마시고) 넌 남자랑
사는게 그렇게두 행복하니?
애선 말이라구? 속정은
늙을수록 더 깊어지는 거다 너?
에유...치마만 둘렀지...남자처럼
살아온 니가 뭘 알겠어?
S#28.안상호 부엌(밤)
식탁에 밥상이 차려져 있고
안상호 들어오고 뒤따라
세미 들어온다.
안상호 자리에 앉으면 서귀옥
까스불에서
찌개를 들어 안상호 앞에
놓는다.
세미 맞은 편에 앉는다.
서귀옥 조금 골이 난듯한
표정으로
안상호 동정 살피듯이 보고
있다.
안상호 (세미 바라보고)
너는?
세미 전 아까 외삼춘 외숙모랑
같이 먹었어요.
안상호 (말없이 숟가락
들어 찌개 국물 먹는다)
세미 (서귀옥쪽 돌아보고)
외숙모.
서귀옥 왜?
세미 설거지 제가 할께요.
서귀옥 (기분이 별론채
돌아서서 부엌 나간다)
안상호 넌 늦게 가두 괜찮아?
세미 저 여기 온거 집에서
알아요.
안상호 (다시 먹는다)
세미 (바라보고 있다) 아버님.
안상호 (본다)
세미 ...순영 아줌마요...고전적으로
생겼죠?
안상호 (본다)
세미 학교때 사진 보면
진짜 미인이었어요.
안상호 (앞에 놓은 주전자
집어든다)
세미 (주전자 받아서 컵에
물따라 준다)
안상호 (받아 들고) 오늘
일, 수명이두 아니?
세미 아직 안했어요. (눈치
살피고)
아버님 원치 않으시면 얘기
안할께요.
안상호 (물 마신다)
세미 아줌마 만나신 느낌
어떠셨어요?
안상호 (보지 않고) 낯설진
않았어.
세미 무슨 뜻이에요?
안상호 첨 만나는 사람
같지 않았단 얘기야.
세미 (웃고) 전생에 혹시
아버님 애인 아니었을까요?
안상호 (본다)
S#29.주택가(밤,야외)
서민 연립주택 앞
영준의 승용차멈춰선다.
S#30.승용차 안(밤)
정우 안전벨트 풀면서 영준
돌아다 본다.
영준 여전히 우울한 얼굴
하고 있다.
정우 형.
영준 (돌아본다)
정우 얼굴 좀 펴요.
영준 (두손으로 얼굴 문지르면서)
내가 하는 일은 왜 맨날
이렇게 엉성하지?
정우 자책하지 말아요.
형 탓 아니니까.
영준 일 시작할 때 계약설
썼어야 했어.
정우 지난번에두 구두 계약이었어요.
매니저가 이렇게 나올줄
예상 못했던 거죠.
영준 인간들이 왜 그 모양일까?
정우 공연때마다 순조롭기만
했던건 아니잖아요?
결국 잘 될거에요.
영준 (본다)
정우 올라가서 엄마한테
인사하구 갈래요?
영준 나중에.
정우 (끄덕이고) 가요 그럼.
영준 잘자.
정우 (바라보고 있다가
영준에게 다가서서 영준 입술에 입을
맞춘뒤) 힘내요.
영준 (픽웃고 정우 뺨 쓸어준다)
정우 (문을 열고 나간다)
S#31.승용차 밖(야외밤)
정우 서 있고 영준 차를
돌려 나간다.
정우 지켜보고 서 있다가
몸을 돌려 연립주택으로
들어간다.
S#32.순영 거실(밤)
서민 연립주택.
정우 열쇠를 들고 들어와서
가만가만
안방쪽으로 가서 문을 열어본다.
순영 안경을 끼고 앉아
재봉틀에 치마를 박고 있다.
정우가 들여다 보고 있는
것도
의식하지 못한 채 열심히
바느질 하는 순영.
정우 선채로 순영을 바라보고
있다.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느낌으로.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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