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 제 5 회 )

S#1.레스토랑(밤,야외)

 

수창 물컵을 놓고 앉아

물컵 만지작거리면서 기다리고 있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 들어올 때마다

문쪽 의식하지만 미선 나타나지 않는다.

수창 시계를 본다.

시간이 이미 많이 지나 있다.

수창 물컵 들어 물을 마신다.

 

S#2.오리고기 전문점(야외,밤)

 

서울 교외, 뜰이 있는 오리고기 전문점

안상호 순영 뜰에 만들어진 평상에 마주 앉아서.

안상호 오리고기를 밀전병(밀가루 전)에

올리고 야채들을 얹은 뒤

쏘스를 발라서 쌈을 싸면서

 

안상호 이런 식으로 싸서 쏘스에 찍어먹으면 됩니다.

순영 (끄덕인다)

안상호 (싼 고기를 순영의 접시에 놓는다)

순영 ...드세요.

안상호 (가리키면서) 들어 보세요.

순영 (먹어본다)

안상호 어때요 맛이?

순영 맛있는데요.

안상호 정말 괜찮아요?

순영 ...네.

안상호 다행입니다. 천천히 꼭꼭 씹어서 많이 드세요.

 

S#3.레스토랑(밤,야외)

 

미선 문 열고 들어온다.

수창 자리에서 일어선다.

미선 웃으면서 수창 자리로 온다.

 

미선 많이 늦었죠?

수창 바람 맞나 했습니다.

미선 미안해요. 길이 막혔어요.

(자리 가리키면서) 앉으세요 (앉는다)

수창 (앉는다)

미선 (시계보면서) 기다려 주셔서 고마워요.

수창 인내심 태스트 한거 아니에요?

미선 (웃고) 눈치 채셨네요.

 

종업원 물컵과

메뉴들고 다가 와서

물컵을 놓고 메뉴준다.

 

미선 (메뉴들고 들여다보면서) 배 고프죠?

수창 네.

미선 뭐 먹을래요?

수창 여기 뭐 잘해요?

미선 스파게티요. 스파게티 좋아해요?

수창 ...네.

미선 스파게티 주세요.

종업원 쏘스는요?

미선 (들여다 보고) 토마토 쏘스요...

종업원 (수창에게) 손님은요?

수창 같은 걸루 주세요.

종업원 (메뉴 받아들고 인사한뒤 간다)

수창 먼저 통성명부터 하는게 순서겠죠?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미선 그쪽부터 얘기하세요.

수창 난 안수창입니다.

미선 안수창씨. 난 김...선미에요.

수창 선미...이쁜 이름인데요?

미선 고마워요.(물마시고) 싸이클 선수라구 했죠?

수창 경륜 선수요.

미선 경륜이 뭐에요?

수창 경마는 들어봤죠?

미선 그럼요.

수창 경마는 말이 사람 태우고 달리는 거 아닙니까?

경륜은 사람이 자전거 타구 달리는 거에요...

돈을 건다는 점에선 경마랑 같죠...

미선 (끄덕이고) 어디서 해요?

수창 올림픽 공원안에 경륜장 있어요.

미선 경긴 매일 해요?

수창 일주일에 금.토.일 사흘만이요.

미선 안수창씬 유명한 선순가요?

수창 (망설임 없이) 네.

미선 (본다)

수창 (웃고) 질문 다했어요?

미선 한가지만 더요. 유명한 선수라면서 여자친구 없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데요.

수창 있었죠. 일년 전쯤엔.

미선 헤어졌어요?

수창 시집갔어요.

미선 (본다)

수창 이번엔 내가 질문할 차롄거 같은데요. (물 마시고)

회사원인가요?

미선 (잠깐 생각하고) 네...

수창 뭐하는 회사죠?

미선 ...건설회사요.

수창 무슨 일 해요?

미선 ...경리요.

 

(시간경과)

스파게티 먹는 두사람.

미선 세련되게 수창 엉성하게 먹는다.

먹으면서 대사

 

미선 맛있어요?

수창 ...사실은 스파게티 첨 먹어봐요.

미선 어머...싫어해요?

수창 이런 건 여자들 먹는 건줄 알았어요.

미선 여자 친구 있었다면서... 같이 안먹어 봤어요?

수창 걘 스파게티 별루였나봐요.

미선 ...몇살이에요?

수창 (본다)

미선 몇년 생이죠?

수창 ...72년이요.

미선 ...나한테 누나라구 부를래요?

수창 나보다 많아요?

미선 네.

수창 몇살이요?

미선 3살

수창 주민 등록증 보여주세요.

미선 난 거짓말 안해요.

수창 뭐...3살 정돈 연상두 아니잖아요?

(웃고) 극볼할 수 있어요 난,

미선 (은근히 불안해 진다)

 

S#4.고수부지(밤,야외)

 

강가에 안상호 걸어온다

젊은 사람들 쌍쌍이다.

허리를 껴안은 사람도 있고

어깨를 안고 앉아 있는 사람도 있다.

 

순영 (둘러보고) 여긴 우리가 올데 아닌가봐요.

안상호 왜요?

순영 나이 먹은 사람은 우리뿐이에요.

안상호 요샌 어딜 가나 그렇죠. 신경쓰지 마세요.

우리한테 관심없으니까...

순영 (유람선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저 불빛두 그렇구...

밤에 유람선 가는거 보니까 외국에 온거 같애요.

안상호 해외여행 해보셨어요?

순영 (웃고) 그림에서만 봤어요.

안상호 (가리키면서) 앉으실래요?

순영 (끄덕인다)

안상호 (윗옷을 벗어 깔면서) 이쪽으로 앉으세요.

순영 (옷을 집어든다)

안상호 깔구 앉으세요.

순영 아니에요. (그냥 앉는다)

안상호 (옆에 앉으면서) 강바람이 차죠?

순영 괜찮아요.

안상호 (순영이 들고 있는 윗옷을 뺏아 순영의 어깨를 둘러준다)

순영 (안상호의 배려가 어색하지만 싫지는 않다)

안상호 (멀어져가는 유람선을 보면서) 유람선 타보셨어요?

순영 아뇨.

안상호 타 보실래요?

순영 지금이요?

안상호 제 신조가 뭔지 얘기 안했던가요? “지금 할 수 있는 일

다음으루 미루지 말자”에요.

 

S#4-1.유람선 위(야외,밤)

 

안상호 순영

유람선 위에서서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 보면서

 

순영 이런거 타는 사람은 따로 있는 줄 알았어요.

안상호 ...어때요?

순영 ...생각보다 좋은데요.

안상호 (강을 보면서) 내 꿈은 죽기 전에 세계일주를 해보는 겁니다.

비행기두 타구 호화 여객선두 타구 대륙을 횡단하는 기차두

바꿔 타가며...

순영 (강물을 본다)

안상호 그런데...옆엔 꼭 좋은 사람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혼자선 별 의미가 없어요.

순영 (본다)

 

S#5.달리는 승용차 안(밤,야외)

 

세미 운전하고

수명 옆자리 타고 있다.

 

세미 순영 아줌마 정말 좋은 분이란 말야.

아버님 그런 분 만나시기두 힘들어.

수명 됐어. 그만해.

세미 아버님이 결혼하시겠다면 무슨 수로 말려?

괜히 오빠만 불효자 되지 말구 아버님 하시구 싶다는 대로

해드려. 그게 자식된 도리야...

수명 입다물구 가만히 있어. 넌 그런 말 할 자격 없으니까.

세미 어째서 자격없어? 내가 누군데?

나 오빠네집 맏며느리야.

수명 맏며느리란 말이 그렇게 쉽게 나오니?

맏며느리 노릇하기 싫어 시아버지 결혼까지 시키려 들면서?

세미 오빤 뭐 맏아들 노릇 하구 싶은 사람이야?

수명 내가 장남 노릇 못한다면 너랑 결혼했기 때문이야.

세미 내가 오빠한테 장남노릇 못하게 만들었다구?

수명 너 결혼두 하기 전에 귀에 못이 막히게 한말이 뭐였어?

친정부모 니가 모셔야 한다... 그 말이었잖아?

세미 그래서 오빠가 우리집 들어와 살아줬단 말이지?

수명 넌...우리 집 들어와 못산댔잖아?

세미 난 오빠 땜에 그랬던 거야.

수명 어째서 나 때문이야?

세미 운전두 못하는데 어떻게 송추에서 강남까지 매일 출퇴근 해?

수명 결혼 전엔 그렇게 했어.

세미 정직하게 말하면 오빠두 기횔 놓치구 싶지 않았던 거야.

수명 무슨 기횔?

세미 어머니 안계신 집에서 홀아버지 모시구

동생들이랑 신혼 생활하는게 뭐가 좋겠어?

그래서 오빤 갈등 없이 양재동으로 올수 있었던 거야.

수명 넌 항상 너 편리한 대로 생각하지.

 

S#6.수목원(밤 야외)

 

E 누렁이 짖는 소리

 

세미 운전하는 승용차 수목원으로 들어온다.

 

S#7.안상호 마당(밤,야외)

 

E 승용차 소리

 

누렁이 마당에 선채 짖고

서귀옥 마당으로 나온다.

세미의 차 멈춰서고 찻속에서

수명과 세미 내린다.

서귀옥 안에다 대고

 

서귀옥 진이 아부지...

 

방문 열리고 방기태 나오고 진이도 나온다.

세미 수명 서귀옥에게 절하고

서귀옥 수명을 끌고 안으로 들어간다.

 

S#8.안상호 거실(밤)

 

방기태 서귀옥 수명 세미 진이 들어온다.

방기태 수명 자리에 앉고

세미도 자리에 앉는다.

 

서귀옥 저녁들 어떻게 했어?

세미 먹구 왔어요.

서귀옥 집에 와서 먹지 어디서 먹어?

세미 오빠가 배고프다구 해서요...

방기태 수명아.

수명 네?

방기태 넌 여동생이랑 결혼했니?

수명,세미 (본다)

방기태 어떻게 안식구가 오빠라구 부르는데두 듣고만 있어?

수명 (웃고) 버릇이 돼서요.

서귀옥 죄송합니다. 주의할께요 외삼촌

방기태 (마땅치 않은 듯 입맛다시고)

수명 (둘러보고) 아버지는요?

서귀옥 외출하셨어.

세미 어딜 가셨는데요?

서귀옥 (앉으면서) 요샌 비밀이 많으셔. 어디 가신단 말씀두 없이

가신다니까. 진이야.

진이 응?

서귀옥 싱크대 위에 딸기 씻어 논거 있어. 좀 담아와. (앉는다)

진이 (부엌으로 가고)

방기태 수명이 넌 아버지 재혼문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수명 ...그 문제 땜에 왔어요. 아버지랑 얘기 좀 하려구요.

서귀옥 (세미에게) 아버님 선본 여자, 어머니 친구랬지?

세미 엄마랑 중학교때 부터 친구셨어요. 좋은 분이에요 얌전하구...

한복 바느질 하시는 분이라 솜씨두 좋구요.

 

진이 딸기를

소쿠리에 담아서

쟁반에 받쳐 들고

와서 놓고 앉는다.

 

서귀옥 (딸기를 수명에게 집어 주면서) 자식두 있어?

세미 딸 하나 있어요.

서귀옥 몇살짜리?

세미 저랑 같애요... 아직 결혼 안했어요.

방기태 딸내민 시집두 안갔는데... 엄마가 설친단 말야?

먼저 시집가겠다구?

세미 그 친군 결혼 약속된 사람 있구요. 그아줌마가 재혼하겠다는

거 아니에요. 딸이 적극적으로 나섰죠.

방기태 재혼두 함부로 하면 안돼. 재산 탐내 재혼하는 여자들

많다는 얘기 들었지?...

세미 (웃고) 그 아줌만 그런 분 아니에요.

방기태 사람을 겉으로 봐서 어떻게 알아?

 

S#9.순영 연립주택(밤)

 

정우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온다.

거실에 불이 꺼져 있다.

정우 거실 불을 켜고

안방쪽으로 가서 문을 열어 본다.

 

S#10.순영 방(밤)

 

정우 문열고 어두운 방 불을 켠다.

순영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E 전화벨

 

정우 문을 닫는다.

 

S#11.순영 거실(밤)

 

정우 수화기 들고

 

정우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아줌마? 엄마 집에 안계세요.

지금 들어 왔는데 안계시네요... 아직 가게에 계시는지...

 

S#12.애선 거실(밤)

 

애선 수화기들고

 

애선 가게 없드라. 내가 전화 해봤어.

틀림없이 데이트하러 나간 거야.

니네 엄만 데이트 하구두 데이트 아니라구 빡빡 우기는 거

아니? 늬 엄마 같이 밥먹는 정돈 데이트 아닌가봐.

 

S#13.순영거실(밤)

 

정우 엄만... 쑥스러워서 그러세요.

엄마 성격 아시잖아요?

 

S#14.애선 거실(밤)

 

애선 (수화기 들고) 너한테두 얘기 안하니?

선본 양반 어떻다구 말 안해?

허긴 맘에 들어두 든다구 말 하겠니?

 

S#15.순영 거실(밤)

 

정우 그냥... 두분이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지내실 수만 있어두

좋겠어요. 나중에 관계가 발전되면 더 좋구요.

 

S#16.애선거실(밤)

 

애선 밤에두 만나는 거 보니까 많이 발전한거야.

니네 엄마가 왕내숭이라 계속 딴소리 하는 거라구.

 

S#17.순영 거실(밤)

 

정우 (웃고) 여러가지루 신경 써주셔서 고마워요 아줌마.

 

S#18.애선 거실(밤)

 

애선 그런 말 하긴 아직 일러. 하여튼 잘 되길 빌자.

 

S#19.순영거실(밤)

 

정우 네 아줌마... 또 전화 주세요... (수화기 놓고 돌아서는데)

E 전화벨

정우 (수화기 들고) 네...

미선F 왜 핸드폰을 끄구 있니?

정우 꺼져 있디?

미선F 한시간 전부터 내내 연락했었단 말야.

정우 무슨 일 있어?

미선F 만나서 얘기해.

정우 어디 있는데?

 

S#20.순영 연립주택 앞(밤 야외)

 

정우 현관에서 나오면

미선 승용차 세워 놓고 있다.

정우 승용차로 가서

문을 열고 들어간다.

 

S#21.미선 승용차 안(밤 야외)

 

정우 미선을 바라보고

 

정우 무슨 일이야?

미선 차 마실래?

정우 우리 집으로 오라니까 엄마 안계신단 말야.

미선 얘기하려면 분위기가 좀 필요해.

정우 (어이 없어서) 뭐?

미선 (차를 출발시킨다)

 

S#22.동네 까페(밤 야외)

 

정우 미선 앉아 있고

종업원 찻잔 두개 들고 와서

앞에 놔준다.

 

정우 그러니까... 니가 유부녀란 얘기두 안했단 말야?

미선 (찻잔에 설탕 넣으면서) 얘기할 찬스가 없었어.

정우 찬스가 없긴... 잘한다.

친정엄마한테 애 맡겨놓구 유부녀가?

미선 유부녀 유부녀 그만 좀 해. 듣기 싫어.

유부년 사람두 아니니?

정우 점점

미선 (찻잔 가리키면서) 차 마셔.

정우 (설탕 넣으면서) 뭐? 젊었을때 둘이 열심히 벌어 집산다구?

이럴거면 돈버는거 집어치구 동수씨한테 가.

미선 친구루 지내면 안될까 그냥 좋은 친구루?

정우 뭐야?

미선 유부년 남자친구두 안된다는 법 있어? 없잖아?

정우 꿈깨.

미선 어째서 안되는데?

정우 그 남자에 대한 니 감정이 불순해.

미선 불순하긴 뭐가?

정우 불순하지 않으면 니가 유부년거 왜 못밝혀?

미선 미안해서 못밝혔어.그 남자 실망할까봐.

정우 니가 왜 그남자 실망할 것까지 걱정해야 돼?

미선 만나보니까 괜찮은 남자였단 말야.

솔직하구 담백하구 건전한 게.

정우 한번 만나보구 어떻게 알아?

미선 나두 남자 보는 눈 있다.

정우 니가 유부년거 숨기구 이름까지 가명쓰구...

거기다 나이까지 뻥친거 알면 그 남자 농락당한 기분일거야.

미선 (본다)

정우 됐어. 장난 그만큼 쳤으면... 알았지?

미선 (커피잔 들어 마신다)

 

S#23.순영 연립주택 앞(밤,야외)

 

정우,연립주택 앞으로 오는데

짚차에서 순영이 내리고 안상호가 부축한다.

정우 몸을 숨기고 그 모습을 본다.

안상호 순영에게 들어가라고 권하고

순영 안상호에게 인사하고 돌아서려는데

안상호 순영을 불러세우고

차속에서 딸기가 든 바구니를 꺼내서 준다.

순영 받으면서 고맙다 말한뒤 차에 타라고 한다.

안상호 차에 올라타고 순영 그자리에 서 있다.

안상호의 차 떠나가고 순영 현관으로 들어간다.

정우 두사람 모습 보면서 기분 좋은 것만은 아닌.

이상하게 쓸쓸한 기분이 든다.

 

S#24.순영거실(밤)

 

아직 외출복인 순영

문을 열면 정우 들어온다.

 

순영 (정우 위아래 본뒤) 어디서 오니?

정우 (일부러 명랑하게) 집에 왔다가 다시 나갔어요.

미선이가 근처에 와서.

순영 저녁은?

정우 먹었어요. (방으로 들어간다)

순영 (들어가는 모습 본다)

 

S#25.정우 방(밤)

 

정우 옷을 갈아입고 있다.

문열리고 순영 들어온다.

정우 돌아보면

 

순영 (문에 기대서서) 엄마 왜 늦었는지 왜 안묻니?

정우 물어줬으면 좋겠어요?

순영 (보다가) 우리 술 마실래?

정우 난 술마시면 안된다며?

순영 영준이 앞에서만 마시지마.

정우 (웃고)

순영 (방을 나간다)

 

S#26.순영 부엌(밤)

 

식탁에 간단한

마른 안주와 딸기 놓고

순영 소주를 정우 잔에 따라주고

자기잔에도 따르려면

정우 술병 뺏아서 순영 잔에 따라준다.

순영 술잔을 들고 건배하자는 시늉

정우 술잔을 부딪친다.

 

순영 (술 한모금 마신 뒤 입맛 다시고)

정우 (바라보고 있다)

순영 안마시니?

정우 (마신다)

순영 (딸기를 하나 집으면서)

이거...알이 잘아 보기엔 그런데 ...무공해 딸기래(먹어보고)

어머... 맛있다. 달아 아주 ...먹어봐. (하나 집어서 입에 넣어

준다)

정우 (받아 먹는다)

순영 달지?

정우 (끄덕인다)

순영 (나머지 소주 마시고 병을 집는다)

정우 (병 받아서 따라준다)

순영 (한모금 마시고) 정우야.

정우 (본다)

순영 니네 아버지 얼굴... 생각나니?

정우 생각나지 그럼...

순영 이상하지?... 난 언제부턴지 생각이 잘 안나.

사진 보면 아 이렇게 생겼었지... 그래.

정우 아버지 얼굴 기억해 내려구 애쓰지 마세요.

순영 (말없이 소주 마신다)

정우 아버지한테 미안해 할 필요 없어 엄마.

정말 미안해 해야 할 사람은 아버지야.

순영 (본다)

정우 그렇게 아무 대책두 없이 갑자기 죽으면 엄마랑 난 어떻게

살라구? 아버지 땜에 우리...고생할 만큼 했잖아?

순영 (술 마신다)

정우 아버지두 양심이 있으면 엄마 재혼 진심으로 바라실껄.

순영 니네 아버지... 얼마나 질투가 많은 사람인데?

정우 아버지가 그랬어요?

순영 내가 좋아하는 남자 배우 나오면 테레빌 꺼버렸단다.

정우 (웃고) 아버지한테 그런면두 있었네?

난 아버지 생각하면 묵뚝뚝하구 재미 없는 것만 떠올라.

엄마가 어떻게 아버지같은 사람이랑 결혼했는지 이상했었어.

순영 무뚝뚝하구 재미 없었지만 늬 아버지한테 마누라하구 딸이

전부였어.

정우 마누라하구 딸이 전분데 다른 사람 구하려다가 자기만

죽어요? 그것두 엄마랑 내 앞에서?

순영 (마시고) 늬 아버지가 물에 빠진 사람 보구두

죽게 그냥 놔뒀으면...그런 아버지였으면 좋았겠니?

정우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아니죠.그렇지만...

아버지가 물에 빠진 사람 살려놓구 대신 죽었다는게 엄마랑

나한텐 무슨 영광이 있었어?

순영 ...(마시고)...나두 수없이 늬 아버지 원망했었어.

근데... 살면서 점점 그런 생각이 들드라.

이게 내 운명이지...내 운명땜에 늬 아버지가 그렇게

됐는지두 몰라.

정우 운명이 어딨어 운명이?있다구 해두 바꿀 수 있는게

운명이야. (마시고) 엄만 이젠 아버지 잊으세요.잊어두 돼

이젠.

순영 (본다)

정우 (본다)

 

S#27.안상호거실(밤)

 

안상호 거실로 들어오면

수명 세미 서귀옥 따라 들어오고

방기태 거실에 앉아 있다.

거실엔 맥주를 마시고 있었던 듯

병과 잔 안주 딸기 등이 놓여 있다

서귀옥 상을 치우고 세미도 같이 한다

 

서귀옥 애들... 몇시간째 기다리구 있었어요.

방기태 (취한채) 매형 신수가 훤해지셨어요?

좋은 시간 보내셨어요?

안상호 (상위를 둘러보고) 자네 취했구만

방기태 네 좀 취했네요.

안상호 그만 건너가

방기태 (일어나면서) 그러죠 뭐.

부자간에 말씀에 끼어들 자격두 없으니 (약간 비틀한다)

수명 (부축한다)

방기태 매형

안상호 (본다)

방기태 근데요... 그러시는게 아닙니다.

안상호 뭐?

방기태 그러시는게 아니라구요.

서귀옥 (부엌에서 나오면서 방기태 부축하면서) 가 여보

방기태 (돌아보고) 우리 누님 무덤에 흙두 아직 안말랐어요.

흙두 아직 안말랐다구요

서귀옥 (끌고 나간다)

세미 (행주로 탁자 닦으면서) 앉으세요 아버님.

 

S#28.수은 방(밤)

 

수은 침대에 누워 있다.

진이 이부자리 바닥에 깔면서

 

진이 언니

수은 (본다)

진이 안나가 봐?고모부 오셨는데?

수은 졸려.

진이 (침대로 와서 걸터 앉으면서)그 아줌마 바느질쟁이래.

수은 누구?

진이 고모부 선보신 아줌마.

수은 (일어나면서) 바느질쟁이야?

진이 (끄덕이면서) 딸이 하나 있는데 회사 다니구...

새언니 엄마 친한 친구래.

수은 그렇게 다 늙은 할머니 뭐가 좋대?

진이 새파랗게 젊은 여잔 더 싫지.

수은 우리 아버지 결혼하면 나 집 나갈꺼야...(다시 눕는다)

 

S#29.안상호거실(밤)

 

안상호 수명 앉아 있고

세미 뚜껑이 있는

녹차잔을 두개 들고 와서

두사람 앞에 놓는다.

 

안상호 넌 안마시니?

세미 네.

안상호 (뚜껑열어 찌꺼기 빼놓고 한모금 나신다)

수명 (그대로 앉아 있다)

세미 (뚜껑을 열면서) 수명씨 마셔.

수명 (그대로 있다)

세미 (찌꺼기 빼놓는다)

수명 넌 좀 나가 있어.

세미 (보다가 일어나서 밖으로 나간다)

 

S#30.안상호마당(밤 야외)

 

세미 마당으로 나오면

수창이 들어오고

누렁이가 따라온다.

수창 세미를 보고

 

수창 형수.

세미 (웃고) 늦었네요.

수창 네... 형은요?

세미 (집안을 돌아본다)

수창 형순 왜 밖에 나와 계세요?

세미 (웃고) 난 이집 식구 아닌가 봐요.형이 나가 있으래요.

 

세미 평상에 앉고

수창 집안을 보다가 따라서 앉는다.

 

S#31.안상호 거실(밤)

 

안상호 수명

찻잔을 앞에 놓고 앉아서

 

수명 ...아버지가 여자 만나는 것까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재혼은 절대 찬성할 수 없어요.

안상호 이유는?

수명 아버지 연세가 몇이세요?

안상호 재혼하긴 내가 너무 늙었단 얘기냐?

수명 자식들... 남보기 부끄럽게 만들지 마세요,

안상호 느이들 체면 땜에 아버지 재혼 안 된다?

수명 아버지 연세에 여자가 왜 필요합니까?

안상호 여자가 필요해서 내가 이런다구 생각하니?

수명 아니면요?

안상호 이 나이니까 해.더 젊었으면 나두 혼자 살아.

수명 무슨 말씀인지 이해 안됩니다.

안상호 니가 아버지한테 관심이나 있었니?늬 엄마 죽구

내가 어떻게 살구 있는지 관심이나 있었어?

수명 아버지, 그동안 외로우셨어요?

안상호 (본다)

수명 아버지한테 아들이 없어요 딸이 없어요?

며느리 사위까지 보셨구 손자까지 았습니다.

그런데두 외로우세요?

안상호 (본다)

수명 제발 체통 좀 지키세요.

아버지 외롭다구 말씀 하시면 다들 흉봐요.

안상호 난 이제 누구 눈치 안봐. 남아 있는 시간 내 자신을 위해서

살겠다 작정했다.

수명 아버지

안상호 느인 창창한 앞날이 있지만...

난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얼마 남지 않은 인생...후회없이

살구 싶다.

수명 어머닌 이제 안중에두 없으세요?

안상호 느이 엄마한테두 나 여한 없이 했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생각하기 때문에 늬 엄마한테

빚이 없다.

수명 아버지, 장남으로서 정중하게 부탁드립니다.

제발 자식들 머리 좀 복잡하게 만들지 마세요,

안상호 늬들이 뭐가 복잡한데?

수명 다른 여자 집안에 들어앉히는 순간부터 복잡하죠.

아버지 생각만 하지 마시구 자식들 생각두 해주세요.

안상호 (본다)

수명 (일어난다)

 

S#32.안상호 마당(밤,야외)

 

수명 신발을 신고 마당으로 나온다.

수창 평상에서 일어선다.

 

수명 넌 맨날 이렇게 늦니?

수창 아니에요.

수명 (차쪽으로 간다)

세미 오빠 잠깐. 아버님께 인사 좀 드리구 (안쪽으로 걸어간다)

수창 (수명 따라가면서) 아버지랑 무슨 얘기했어요?

수명 난 아버지 재혼 끝까지 반대야.

수창 (본다)

 

S#33.안상호 거실(밤)

 

세미 들어오면

안상호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다.

세미 옆으로 와서

 

세미 아버님.

안상호 (돌아본다)

세미 수명씨요...뭐라구 하든 신경쓰지 마세요.

괜히 반대하는 거에요. 자기 입장만 생각하구.

안상호 (말없이 담배 핀다)

세미 (가방들고) 저희 가볼께요.

안상호 (고개 끄덕인다)

 

세미 나가는데

수창 들어온다.

 

안상호 (담배 피우고 있다)

수창 (옆으로 와서 앉는다)

안상호 너두... 내가... 여자가 필요해 이런다구 생각하니?

수창 (본다)

안상호 난 함께 갈 길동무가 필요해.

혼자 가기엔 남아 있는 인생이 너무 길구 쓸쓸해서

 

S#34.애선거실(밤)

 

애선 잠옷 위에

까운 걸친채 현관문 열어 주고

수명과 세미 들어온다.

 

애선 송추 다녀 온거야?

세미 네.

애선 (수명을 보고 무슨 말인가 하려는데)

세미 (눈깜짝거리면서) 들어가요 엄마.문단속 내가 할테니까.

 

S#35.애선 방(밤)

 

장만호 잠자리에 누워 있고

애선 잠옷 바람으로 들어오면서

 

애선 애들 송추 다녀왔대요.

장만호 수명이 기분 어때?

애선 (까운 벗은 뒤) 몰라요.

세마가 말두 못부치게 하네요. 보나마나 지 아버지한테

듣기 싫은 소리 하구 왔겠지 뭐...(이부자리 젓히고 요위에

앉으면서) 아유... 학교때 수재면 뭘해? 융통성이라군 약에

쓸래두 없는데?

장만호 수명이 당신 사윈데 너무 미워해. 알구 있어?

애선 이쁨두 미움두 저한테 나오는거 몰라요?정 붙게 해야

이뻐하지.

장만호 당신이 먼저 정을 줘봐.하나 밖에 없는 사위잖아?

애선 하나밖에 없으니까 속상하죠.

어디가서 바꿔 올 수두 없으니까. (누우면서)

지 아버지만 반만 돼두 좋겠어.

 

S#36.양자방(밤)

 

양자 거울 앞에 앉아서

화장을 지우고 있다

 

E 전화벨

양자 (일어서려는데)

영준E 여보세요. 아버지세요?

양자 (주저 앉으면서 돌아본다)

 

S#37.양자 거실(밤)

 

영준 (책을 한손에 든채 수화기 들고)

거기 어디세요? 병원이요?

 

문 열리고 양자 내다 본다

 

영준 (양자 돌아본 뒤) 위독하신가요?

알았어요. 제가 지금 갈께요.

 

수화기 내려 놓는다

 

양자 (보고 있다)

영준 (돌아보면서) 좀 나갔다 올께요. 어머니.

양자 무슨 일인데?

영준 영민이 어머니 위독한 거 같애요.

양자 (본다)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