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는 지상파 텔레비전과 위성방송의 디지털 방송 녹화제한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방송콘텐츠의 불법 복제 배포 즉 해적판 DVD의 범람을
막기 위해 지난 2004년 4월부터 HD가 내장된 DVD녹화기는 지상파 방송프로그램의 녹화를 1차례밖에 할 수 없도록 한 규제를 완화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제한이
시청자에게 불편을 강요하고 있다는 요구가 커지자 일본 총무성 산하 정보통신심의회는 지난 8월초 1여년의 논의 끝에 HD에 녹화한 프로그램을 DVD 등에 복제하는 회수를 9차례까지 인정하도록 관계기관에 요청을
했다. 심의회의 횟수완화 논리는 가족 3명의 평균세대가 DVD와 휴대전화, MP3 등 3종류의
서로 다른 기기에 복제를 하는 것을 상정한 것이라고 한다.
심의회의 이 같은 조치를 둘러싸고 영화사와 방송사 등 프로그램 저작권을 가진 측에서는 녹화 규제를 완화해 복제 DVD가 나돌게 되면 복제가 늘어난 만큼 출연료를 포함해 영화사나 방송사나 모두 제작비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매우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개인이 즐기기 위한 녹화는 본래 허용된
것인데 회수를 제한한다는 자체가 무리였다는 의견과 함께 해적판은 법률로 따지면 될 일이지 처음부터 녹화를 규제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환영하고
있다. 또 다른 의견은 해적판을 방지하기 위한 저작권자의 노력은 당연한 것으로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녹화한 DVD의 판매는 불법인 만큼 문제를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의 디지털 방송 녹화제한과 복제배포에 대한 규제는 한국에 비해 매우 엄격한 편이다. 이
때문에 DVD에 한해서 녹화횟수를 1차례에서 9차례로 늘리자는 움직임이 나온 것이긴 하지만 일본의 정보
통신심의회는 DVD에서 DVD로 복사하거나 인터넷을 통한
배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도 하지 않고 있고 또 법률로도 여전히 금지하고 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음악이나
방송물의 복제 전송을 놓고 한국만큼 진통을 겪지 않고 있는 것도 우선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제대로 된 유통질서와 또 돈을 내고 콘텐츠를
즐기겠다는 높은 국민의식도 있겠지만 정부의 법률적 조치 또한 저작권자의 보호를 위한 조치와 저작권자의 자체 보유 콘텐츠의 보호를 위한 다양한 조치
그리고 이에 호응해주는 소비자들의 소비행태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어떤가? 아직 HD 녹화기의
대중화가 크게 진행되진 않았지만 DVD나 MP3, 그리고
인터넷 복제 전송 등에 대해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사전 규제 또는 방지 장치는 어디에도 눈을 씻고 찾아 볼 수 없다. 저작권 관련 정부기관이나 관련 단체 그리고 입법기관 등에서 지금까지 일본과 같은 형태의 DVD 녹화 횟수제한은 그만두고라도 실로 다양하게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문화콘텐츠의 불법 복제와 판매 그리고
인터넷 전송 서비스 등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방지를 위한 본격적인 행정조치나 법률적 규제와 단속을 시행을 제대로 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영화의 경우, 신작이 나오기도 전에 인터넷에 복사판이 나돌고 있고, 아예 극장에서 디지털 녹화기로 직접 촬영한 DVD 복제본이 길거리에
나돌기도 한다. 드라마는 또 어떤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드라마
콘텐츠는 인터넷 포털과 웹하드, P2P 사이트에 네티즌을 모으기 위한 전략아이템으로 등장하고 있다. 어느 포털 사이트의 경우, 유명한 해외 드라마를 스트리밍 유료 서비스로
판매하고 있으면서 같은 사이트의 다른 블로그 코너에서는 네티즌이 불법으로 복제해 올려놓은 드라마 시리즈 전편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같은 사이트에서 한편으로는 유료서비스, 한편으로는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는 현실을 과연 뭐라고 평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본은 그래서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예방과
방지책으로 HD 기기 제작업체들이 저작권자들의 요청에 협조해 녹화를 제한하는 조치를 이미 2004년부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가 이번에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불만에 대해 다소 완화조치를 올해 안에 시행해보겠다는 것인데 이를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말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효된 이후 음악의 무단 불법 사용은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동영상의 경우 아직 본격적인 제재 움직임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어 저작권법 개정안 이전이나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다만 과거에는 버젓이 영화의 제목이나 드라마의 타이틀을 다시보기라는 이름아래 서비스하거나 블로그에 올려놓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구체적인 타이틀이나 제목을 피하고 일드(일본 드라마), 미드(미국드라마) 애니(애니메이션) 등 장르만 표시하고 네티즌이 직접 열어보아야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한다든지 친구 등록을 하도록 해 내부 커뮤니티에서만 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단속을 피하기 위한 눈가림식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유명 해외 사이트에 국내 인기 드라마의 영어 자막이 들어간 동영상이 방송 후 24시간이
경과하기도 전에 올라오고 있는 현실을 본다면 과연 앞으로 얼마나 디지털 동영상 콘텐츠 제작업이 버틸 수 있을지 심히 우려가 된다.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발전을 앞세운 발전논리에 정작 중요한 디지털 문화 콘텐츠의 보호 육성은 오히려 뒷전에
밀려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출연비와 제작비에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 그런 와중에 다른 한편으로 아무리 열심히 그리고 노력해서 만들어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콘텐츠의 저작권. 결국은 장기적으로 보면 이 같은 모순과 불법 그리고 기술 발전 논리는 궁극적으로 부담이
돼 고스란히 공짜 좋아하는 네티즌에게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새로운 콘텐츠가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즐길 것이 없어지는 상황이 없어진다면 결과는 문화의 퇴보이자 사회발전의 역행만 남게 될 뿐이다. 그래서
가끔 우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문화콘텐츠의 선진화는 그저 구호에 지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실제
효과가 있는 대책과 시행방안이 아쉬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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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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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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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년 외대 영어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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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동경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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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보도국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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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보도제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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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iMBC 대표이사 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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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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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월 회사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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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2월 벤처기업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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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방송콘텐츠 유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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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코스닥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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