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전공의
의사로서의 모든 과정을 마치고 현재 아르바이트로 오락가락하고 있다.
대학병원으로 갈 것인지, 월급의사로 선배 병원에 취직 할 것인지 고민중이다. 배신 중에 가장 큰
배신이 배우자 사별이란 말이 있다. 젊은 나이에 아내를 잃어서 그럴까, 혁주의 미소 속엔 냉소가
많이있다.
나름대로 사회 엘리트라는 의식이 상당부분 있으며, 그 엘리트에 대한 사회 보상에 대해서 당연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사’자 신랑감들의 횡포가 신문에 나면 나쁜 놈이라는 생각보다, 멍청한 놈 신문에는
안 나게 해야지. 이게 바로 혁주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혁주가 그런 놈은 아니다. 모든 것을 비웃고
모든 것을 우습게 알지만, 그 모든 것을 가지려고 한다. 문경의 혁주에 대한 평가다. 혁주는 문경의
그 평가를 가끔 생각하며 웃곤 한다.
김혁주가 사랑한 여자는 이 세상에 없다. 김혁주는 사랑을 모른다. 왜곡된 사랑을 받고 자라서 왜곡된
사랑을 사랑으로 알고 있다. 죽은 아내가 좀 달랐지만 너무 시간이 짧았다. 이 점이 김혁주의 비극이고
차 문경을 외로운 여자로 만드는 원인이 된다. 아내와 사별한 후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문경과 동창회에서 만나 서로 실패한 상처를 위로하고 위로 받았으나, 막상 결혼 문제 앞에는 어머니의
주장에 밀리는 유약한 남자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어머니 주장 뒤에 숨었다고 해야 한다.
혁주의 마음속에도 문경과의 일은 홀아비의 방황으로 마무리짓고 재혼은 싱싱한 처녀와 하고 싶은 본심이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도 병원 차려주는 처녀가 좋았다. 그래서 문경에겐 어머니를 설득하지 못한다고 변명한다.
문경의 뱃속에 있는 아이조차도 이혼녀가 칠칠치 못해 생겨난 아이라고 여긴다. 처녀면서도 자신이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깜박 죽어 사는 정애숙이 편했다.
홀어머니도 기세 등등하게 만들어 드림으로서 효도를 했다고 믿는다. 그런데 애숙은 딸 하나만 낳은
채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하게 된다. ‘가만, 차 문경이 아들을 낳았다고 했던가